코칭 실습 하는 날들
(올봄부터 이 여름까지 에니어그램 소그룹 스터디와 에니어그램/강점 에세이 코칭, 그리고 커뮤니티 디자인 코칭을 진행 중입니다.)
이너조이, 요새 뭐하고 지내요?
저... 질문하고 다녀요.
질문요? 뭘요? 누구한테요?
해답이 갈급한 사람들한테요. 생각할 수 있도록요.
도움이 될까요? 귀찮지 않을까요?
_ 이너조이와 이너조이의 대화 中
네, 도움이 된다고 해요.
질문은 사고를 확장하게 하고 의식을 전환시켜 주니까요. 질문을 받는 이의 마음이 어떤 밭이냐에 따라 질문의 효과는 매우 달라집니다만, 내게 와서 '저한테 질문 좀 해주세요.' 하는 분들ㅡ코칭 고객ㅡ은 대체로 변화와 발전을 향한 소망이 매우 크신 분들이었어요. 주어진 코칭 대화 시간 중 내게 질문을 받고서, 신중하고 사려 깊은 답변을 내준 분들. 그들의 생명력 넘치는 눈빛, 삶을 이야기하는 작은 입술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 여름, 나는 무럭 무럭, 이렇게 값도 매기지 못할 양분을 먹으며 자랍니다.
"지금 OO님의 인생은 어떤 계절에 와있습니까?"
"OO님이 오늘 우리 대화의 목표를 정해 주실 수 있을까요?"
"OO님은 이 플랜을 앞두고 무엇을 고민하시나요?"
"오늘 대화가 어떠셨나요?"
최근에 내가 가장 많이 한 질문들입니다. 이런 질문을 드리면 고객들이 낯간지러워 하거나 불필요하게 여기지 않을까 했지만, 내 생각이 틀렸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잠시 웃고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언어를 활용해 답을 해주더군요. 아주 소중한 고백을 하는 것처럼요.
좋은 질문을 받아 진정성 넘치는 답변을 내놓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서 발견하는 건 '자신만의 빛'입니다. '고유성'이라고도 하고요. 좋은 질문과 좋은 답변이 오고가는 이때, 고객들은 '나를 발견했어요!', '나를 찾았어요!' 라고 외칩니다. 누구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누구는 수줍게 웃기도 하며, 또 누구는 급히 메모를 합니다. 돈 많고 인기도 많고 어쨌든 최고여야 하는 시대에 나만의 빛을 발견하는 일은 이토록 감격스러운 일인 겁니다.
코치와 고객이 한 마음 되어 기쁜 순간.
고객이 눈부시게 아름다워지는 순간.
코칭 대화에 관한 책을 보니 '코치'가 아닌 '고객'이 빛나게 하라고 써있습니다. 그 말이 참 맞습니다. 코칭 대화를 마쳤는데 코치가 저 혼자 빛나 있으면 그 대화는 어쩐지 몹쓸 대화였을 것 같습니다. 고객이 빛나야 맞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무수한 질문과 답변들로 점철된 형상이겠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밀도가 높은 사람들은 어쩌면 양질의 질문과 답변이 축적된 인생이겠습니다. 질문력이 남다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분명 남들보다 진보한 삶을 살게 될 겁니다.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리더가 경영하는 조직은 무언가 다를 겁니다. 성적 좋은 아이가 던지는 질문은 스승을 놀라게 하고요.
운영 중인 북클럽에서 한 멤버가 시즌 첫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 모임을 하는 동안 스스로 질문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질문이 없는 사람이더라구요. 제가. 아무 생각도 못하더라구요."
질문 없이 산 삶을 후회하는 한 사람의 말을 듣고, 나도 함께 다짐했습니다. 부지런히 나와 내 주변에 던질 질문을 설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그래서 나도, 내 주변도 빛나게 해야겠다고.
오늘 밤, 나에게 스스로 묻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 커뮤니티와 코칭은 5년 후 나에게, 그리고 내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인지, 부끄럽지 않고 자신 있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