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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Sep 28. 2020

잘 웃는 사람의 눈물은 밤에만 보이는 별과 같다

잘 웃는 사람의 감정 승화

감정 조절과 감정 억압, 그 사이에서


아버지의 얘기를 꺼내는 가수 선미의 영상을 보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일화가 마음 저리게 아픈데도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너무 슬픈 이야기를 웃으면서 말하니 다소 기괴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질적이다.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것이 푸념뿐이었던 아버지를 조숙하게 대했던 그녀의 모습이 위태롭다.

선미를 보자 시험장에 들어섰던 몇 년 전이 생각났다. 한 수험생의 어머니가 본인의 딸에게 ‘잘 치고 와’라고 등 뒤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지만 내 눈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위태로웠다. 울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눈은 울지만 입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면 실소가 나는 경험을 한적 있는가. 사람은 너무 강력한 감정이 들면 그 감정을 해소하고 조절하기 위해 비슷한 강도의 다른 감정을 이끌어낸다.      


감정 조절은 현명한 처사이다. 회사 생활뿐만 아니라 물건을 구매하는 일상생활에서도 감정 조절은 지혜로운 선택과 연결된다. 그러나 이 판단의 기준은 정도를 넘어서면 감정 조절이 아니라 감정 억압이 된다.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고 웃고 싶을 때 웃지 못하는 상황이 놀랍지 않을 때, 그런 일이 있더라도 익숙하게 대응하고 매듭지을 때- 겉으론 웃고 속으로 우는 양가감정이 마음에 올라온다. 감정을 조절하는 것인지 억압하는 것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지칠 때 이 또한 지나갈 거라 믿으며 시간을 견딘다.


선미는 ‘아버지’라는 단어에 눈물을 흘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눈치이다. 선미에게 말로 다 하지 못할 슬픔이란 아버지께 마지막 답장을 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며, 원더걸스로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푸념밖에 없던 아버지가 원망스럽지만 다음 생에도 내 딸로 태어나달라는 유언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가슴에 묻었을 것이다. 입은 웃고 있지만 처져있는 눈은 그렇지 못하다. 선미의 웃음은 타인이 보기엔 과도한 감정 억압이지만 그녀에겐 감정 조절일 것이다. 선미에게 아버지는, 영원히 조절해가야 할 그리움이다.     





잘 웃는 사람에게 눈물은 마치 밤하늘의 별과 같다. 밤에만 볼 수 있는 별처럼, 별은 대낮에 보이지 않는다. 태양이 뜬 시간에 별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웃음이 많은 사람을 보며 눈물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잘 웃는 사람의 슬픔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사소한 일에 잘 웃는 사람은 사소한 일로 운다. 잘 웃는 사람이 잘 우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울다가도 다시 곧 잘 웃는다. 이들의 감정 승화는 슬프지만 아름답다.




 # 묻는 말

저는 힘든 일이 생기면 일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여기서 한 발짝 물러서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독자님의 감정 조절 방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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