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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May 23. 2018

내겐 연예인과 같았던 존재, 글작가

Brunch, 너란 녀석이 준 기회

자정을 넘긴 금 아니 토요일, 나는 34명 회사원들의 거룩한 2차 회식이 한창인 노래방 17호실 앞이다. 1차 고깃집에선 상사들이 풍요로웠던 그들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데 푹 빠져 연신 영웅담에 침을 튀겼으며, 술기운과 흥이 비례적으로 한껏 올라 기름기가 번지르르한 검붉은 얼굴이 둥둥 떠다니는 2차 노래방 회식이 곧장 이어졌다. 더 이상 그들과 마주하기 힘들 즈음 숨통을 트기 위해 방을 나섰다. 17호실과 복도 사이는 막혀 있었지만, 방 안을 메운 한창의 디스코 비트는 문 밖에 있는 내 심장까지도 쿵쿵 두드렸다. 무리를 벗어나자마자 머리카락에서는 질퍽한 고기 냄새가 그리고 옷에서는 쾌쾌한 소맥 냄새가 내 코를 찔렀고, 이따금 나은 줄 알았던 위가 다시 쓰려왔다. 마주한 화장실 세면대 거울에는 아이라인이 다 번진 벌겋게 충혈된 두 눈이 언뜻 자포해 보이는 나를 가엽게 쳐다보고 있었다. 손이라도 뽀득뽀득 씻고 싶었는데, 결국 나오지 않는 물비누 통만 신경질적으로 눌러대다 나와버렸다.


17호실 앞 소파에 앉아 폰은 꺼내 들었다. 술과 유흥으로 얼룩진 업무의 연장선상을 잠시나마 잊고 싶었다. 그러다 브런치 앱이 눈에 들어왔고, 앱 속을 파헤치며 각개 다양한 글들을 읽어나가며 점점 말랑말랑 해지는 자신을 찾게 되었다. 나늘 글 중에서도 씁쓸한 아메리카노와 상큼한 레몬이 올라간 달짝지근 찐득한 치즈케이크를 사이에 두고 '내가 어제 든 생각인데'라며 펼쳐나가는 에세이와 같은 글들을 좋아한다. 사유하는 혹은 사유하게끔 만드는 글들이 가득한 브런치 앱을 뒤지며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나가다 다시금 나의 기록들을 재차 읽어보기도 했다.

나는 정말 내가 글을 유려하게 잘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브런치를 통해 얻은 것은 내 글을 통해 적어도 몇몇 읽는 이들에게 나의 이야기, 공감, 생각등을 비스무리하게 나눌 수 있는 계기를 준 적이 있을 거란 것이다. 또한 내게 있어 한없이 못생긴 나의 글을 읽어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 즉 독자의 존재 자체 그것이 엄청나게 묘한 기쁨을 준다. 마치 연예인처럼 내 일상 가까이 있지만 내겐 너무 먼 선망의 존재와 같았던 글작가라는 반짝이는 타이틀을 나는 브런치 앱을 통해 아주 약간은 갖게 되었고, 뒤척이는 쑥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되었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깨방정을 떨고 싶은 유혹과 부족한 작가임에 한없이 부끄러운 그 사이에서 한없이 말이다.


고기 연기에 휩싸인 뒤 매콤한 비빔냉면으로 입가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앞 입안이 텁텁한 이 회식의 끝자락에서, 나는 거뭇 칙칙한 회사원이면서 동시에 글을 통해 마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인터넷 데이트랄까 비밀연애를 하는 듯한 작가 타이틀을 얻어 부끄러움 가득한 설렘에 붉히고 있었다. 마치 슈퍼맨 유니폼을 하얀 와이셔츠 아래 숨긴 그 영화의 주인공 클락처럼 말이다. 이 비밀인 듯 비밀 아닌 비밀 같은 비밀을 가지고 넥타이 부대들 사이에 끼여 있으니 여간 짜릿하고 쫄깃한 게 아니다. 아 나는 이렇게 변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흐히흐히. 이 기쁨을 뒤로 현실로 돌아와 나는 빼꼼히 노래방 17호실을 문을 다시 열었다. 열띈 그 방으로 제 발로 걸어들어가야하는 처지이지만 나의 셔츠 아래에는 글이란 꿈이 있는 특별한 회사원이므로 슬프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읽고 공감해줌으로 내게 자신감을 준 모든 이들과 그 공간을 놓아준 브런치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는 밤이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한 저널리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I don’t use the word, ‘WRITER’, to describe myself. But if you call me it, I really appreciate it.

성숙한 작가는 아닐지라도 꼬꼬맹이 일지라도 나는 글을 쓰고 공감을 부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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