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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Dec 16. 2024

그렇게 살아가는 것(by 허회경)

허회경과 송길영이 말하고자 했던 것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
또 사랑 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
사랑 같은 말을 내뱉고 작은 일에 웃음 지어놓고선
또 상처 같은 말을 입에 담는 것
(허회경, '그렇게 살아가는 것' 中)


허회경이 덤덤하게 노래하는 가사 속에는 인생의 모습에 대한 깊고 예리한 시선이 느껴진다. 가시 같은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가 같은 입으로 사랑을 얘기하고, 그러다 다시 가시 돋친 말을 뱉는 자신의 모자람을 스스로 반성하는 과정의 반복. 우린 다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굳이 철학자들의 어려운 언어를 빌리지 않아도, 이런 노래  곡으로 삶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아간다. 같은 실수를 하고 같은 자책을 하고, 또 같은 잘못을 했다가 다시 반성하는 과정의 반복. 하지만 그 반성과 자기 성찰반복되이면서 우리의 삶을 아주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닐까. 머릿속으로만 삶을 상상하는 것이 아닌, 몸으로 직접 실수실패를 하 교정을 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해지는 것 같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만 하기보단...

삶을 미리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의 철저함이 다른 이들의 숨 막힘을 만들어나가기도 하는 것입니다. 너무 많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가시화되면 사람들은 시도조차 포기합니다. 필요와 부족을 깨알같이 알려주는 체크리스트는 우리 삶의 잠재적 무게를 더하며 빠른 포기를 양산하고 있습니다.(송길영, <시대예보:호명사회> 中)


허회경의 노래를 들으며 송길영 교수의  속 저 문장이 생각난 것은, 사용하는 언어와 표현 방식은 달라도 결국 두 람이 같은 이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이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 속에 단단해지는 것이 인생에서의 성장과정이라고. 미리 겁을 내며 실수하지 않기 위한 시뮬레이션만 반복해서 돌리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민폐도 끼쳐보고 호의를 베풀기도 하면서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 대하는 자세를 몸으로 터득하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앞서 걱정하고 미리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싶은 그 마음은 알지만, 인생이란 게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법이다.


어차피 삶은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변수와 돌발 상황 속에서 틀어지고 또 틀어진다. 인생은 우리가 즐겨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그냥 '사는 게 이런 거지'라는 마음으로 웃어 넘기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무책임하고 나태해서가 아니라, 그게 인생의 벽에 세게 부딪쳤을 때 상처를 적게 받는 길이어서 그렇다. 학이 지나면 다가오는 개학날처럼,  것은 언젠간 오게 되어 있으니까.




허회경을 비롯해 요즘 조용히 주목을 얻으며 사랑받는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며 감탄할 때가 많다. 가슴속의 애절한 심정이나 통증마저도 과장하지 않고 담담히 말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기 때문이다. 그런 무심한 태도들이 듣는 이들로 하여금 더 깊은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는 것 그들은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채워졌던 날을 잊지 못한다. 이런 깊이 있는 생각을 가진 젊은 뮤지션들이 많아지는 건 정말 큰 축복이 아닐까.



https://youtu.be/FixBOLU6hZk?si=8EGecCdNK68rnd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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