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만 살아왔던 그 노래들을 다 같이 부르지 랄랄라 어느샌가 우리 맘은 그때 그 시절 이렇게 또 헤어지면 바쁘게 살겠지 서로들 하지만 우리의 꿈은 잊지 않겠지 ... 언젠가 우리의 꿈을 함께 하겠지 (김동률, '내 오랜 친구들' 中)
내가 '오늘의 노래'라는 매거진을 만들며 고민 끝에 처음으로 선곡했던 노래는 바로 전람회의 '마중가던 길'이었다. 첫 선곡은 정말 나에게 소중한 노래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나에게 최고의 가을 노래였던 이유는 바로 서동욱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기교 없이 정직하게 부르는 미성이 주었던 그 순수한 감동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고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던 서동욱이 오늘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지금 가슴이 너무 많이 아프다...
김동률이란 보컬 뒤에서 베이스와 서브 보컬로 든든히 뒤를 받쳐주며 앨범 전체의 밑바탕을 만들어 주었던 그가 아니었다면 전람회가 그토록 빛날 수 있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던 그가, 문득 노래 속에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을 들을 때면 마치 숨겨져 있던 보석을 발견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음악을 그만둔 후에도 아주 가끔 기사를 통해 그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이러다 언젠가 은근히 돌아와 베이스를 연주해 줄 것만 같은, 그런 선물 같은 날이 올 것만 같았다. 오늘 같은 비보를 기다렸던 건 정말 아니었다.
서동욱의 음성을 솔로로 확인할 수 있는 노래는 '마중가던 길' 밖에 없지만... 그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녹아있는 김동률 1집의 '내 오랜 친구들'을 그를 보내는 노래로 골랐다. 전람회 해체 후 다신 들을 수 없을 것 같던 그 목소리를 이 노래를 통해 들었던 날 느꼈던 그 애틋하고도 즐거웠던 마음으로, 그의 가는 길을 배웅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동욱이 부른 이 노래 마지막 가사처럼... 언젠가 그들이 다시 모여 음악의 꿈을 함께 하는 날을 기다렸던 나에게, 오늘은 참 슬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