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희원 교수의 '저속노화'라는 개념이 화제다. 그가 얘기하는 건강하게 천천히 노화가 이루어지는 방법은 결국 잠을 7시간 이상 푹 자고,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며, 뇌가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술을 멀리하고, 육류 대신 채소와 견과류 등으로 구성된 담백한 식사를 하라는 것.(아... 나는 왜 햄버거를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인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이런 이야기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그만큼 저 당연한 것들을 지키지 않고 굳이 초고속노화의 길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에 건강에 강력한 적신호가 잠깐 켜지면서 무탈하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 것인지를 아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프지 않고, 경제적인 타격 없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별 일 없이 무난히 살 수 있는 삶은 의외로 쉬운 게 아니었다. 아무리 안달복달하고 몸과 마음을 갈아 넣어가며 성공을 위해 뛰어봤자 몸이 아프면 모든 게 소용없다는 것을, 몸이 나에게 준 경고장을 통해 아주 간담이 서늘하게 알게 된 셈이다
빨간불입니다. 잠시 멈췄다 가시죠.
솔직히 말하면 난 아직 나이를 먹는 게 싫고 두렵다. 나보다 더 많은 인생을 살아온 선배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지만, 난 아직 그 정도 경지에 이르지 못했으니까. 나이를 먹으면서 재미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신체의 노화와 마음의 완고함이 가속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싫다고 오지 않을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 더 서글프지만.정희원 교수의 지론처럼 그나마 천천히, 건강히 나이를 먹어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빨리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언젠가 노사연의 '바램'이란 노래를 듣다가 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란 가사를 듣고 마음에 볕이 드는 것과 같은 위로를 받았더랬다.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저 몸과 마음이 시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 우울해하던 나에게, 홍시가 익어가며 더 맛있어지듯이 깊게무르익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의전환을 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물론 지금도 나이듦에 초연해진 것은 아니지만, 마냥 슬퍼할 일만은 아니란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달까.
나이를 먹는 게 그저 늙는 것이라면 부패에 불과하겠지만,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하면 익어가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스스로를 관리하지 않고 빠르고 아프게 늙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 나를 아끼고 돌보면서 건강하고 건전하게 나이 드는 모습이 이 노래가 말하는 '익어가는' 것이자 정희원 교수가 말하는 '저속노화'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르신들이 보기엔 여전히 젊은 나이일지 몰라도, 중년에 접어든 나는 분명 관리를 해야 하는 시기임이 확실하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