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종이 울리면 우리 다시 만나요 기다리고 기다린 날들 다가오나요 (김현철, '크리스마스 이브' 中)
우리는 연말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즐거워 하지만,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면 큰 감흥이 없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이 났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엔 뭐라도 이루어질 것만 같은 그 설렘이,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면 마법처럼 사라지는 아이러니. 마치 연극이 끝나고 난 후의 그 쓸쓸함과 허무함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1년 중 가장 기분 좋고 설레는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닐까. 마치 한정판 에디션을 주문해 놓고, 그 택배가 도착하기 직전의 그 두근대는 마음과 같은 시간. 그 시간만큼은 누구라도 용서할 수 있고, 어떤 일이 있어도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인 것 같다. 산타 할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선물을 주실까,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과의 크리스마스 데이트는 어떨까 하며 두근대는 바로 그런 시간.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 때가 가장 설레지 않던가(@베트남)
크리스마스 이브의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그토록 기다렸던 크리스마스 당일이 오면 막상 우린 허무함과 숙취로 나른한 시간을 보내겠지만, 그럼에도 크리스마스가 좋은 건 내년에도 그날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일 게다. 마치 숙취의 괴로움을 잊고 또다시 술을 마시며 좋아라 하는 것처럼. 어찌 보면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란 게 이럴 땐 참 좋은 것 같다.
김현철과 임상아가 함께 부른 '크리스마스 이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송 중 하나다. 철부지 아이들이나 갓 스물을 넘은 젊은이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느끼는 막무가내의 즐거움이 아닌,화려하진 않지만 애틋한 감정이 무엇인지 아는 두 성인 남녀가 서로를 향해 보내는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비록지금은 헤어져있지만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선물처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그 설렘은, 크리스마스 이브에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간절한 마음이지 않을까.
매년 연말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안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지만, 올해는 이런저런 어수선한 일들로 특히나 더 그런 것 같다. 이런 때일수록 이 시기에만 들을 수 있는 이런 좋은 시즌송을 들으며 몽글몽글한 감정을 가져 보시길.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