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dioholic Dec 25. 2024

크리스마스에는(by 이승환)

승환이형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바라며...

크리스마스에는 그 거리에 작은 소망들이 피어나 
그 친구들 환한 웃음 다시 볼 수 있겠지
(이승환, '크리스마스에는' 中)


나이차가 많이 나는 누나들이 있다는 건, 좀 더 일찍 어른들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직은 캐롤이 더 익숙했을 국민학교 5학년 때, 이승환의 '크리스마스에는'을 들으며 크리스마스에 대한 두근거림을 느끼게 된 것도 큰누나가 가지고 있던 이승환 1집 카세트테이프 덕분이었다. 이 곡인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정말 주옥같은 노래들로 채워진 'B.C 603'이라는 명반을 처음 알게 해 준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수없이 들으며 크리스마스에 대한 설렘과 즐거운 환상을 가지게 되었지만, 어른이 되고 알게 되었다. 이토록 흥겨운 곡의 가사가, 사실은 무척이나 허전한 그리움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이젠 소식을 알 수 없는 친구들, 그 친구들과 나누었던 즐거운 기억들이 아득해져 버린 후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의 쓸쓸함을 이야기하는... 어른들을 위한 캐롤이란 것을 말이다.


어쩌면 크리스마스는... 쓸쓸함을 확인하는 날일지도 몰라


보고 싶던 친구들과 함께 모여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그런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각자의 가정에서 산타 코스프레를 하며 아이들 선물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미리 예약한 좋은 식당에 가거나, 일과 사회생활에 치어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어야 하니까. 비록 올해는 볼 수 없지만 언젠가는 보고픈 사람들을 만날 거라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는 날이 어른들의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그래서 이 노래가 더 좋아진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서 점점 소외되어 가는 나이 든 우리들을, 우리의 영원한 형인 이승환이 젊었던 시절의 그 목소리로 토닥토닥 달래주는 것 같아서.




이 노래를 듣고 즐겨야 하는 시기에, 이승환의 구미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늘 해맑음을 유지하고, 힘든 시절이 오면 앞장서서 지친 우리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던 승환이형이 정작 본인은 힘겨운 연말을 보내는 게 아닌가 해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함께 늙자 승환옹'을 외치며 영원히 형을 응원하는, 형의 노래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많은 감동과 위로를 받은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길. 그리고 승환이형이 오늘만큼은 정말 정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35년차 팬의 진심을 보내본다.


https://youtu.be/JfehzcO5G-g?si=uDl1hVR0RqDn20Q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