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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Dec 28. 2024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요(by siso)

'홍철 없는 홍철팀' 같은 재기 발랄함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 주세요
우린 '사랑해'란 말이 참 어렵잖아요
손발이 다 오그라드니까
(siso,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요' 中)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 유니버스'라는 말이 있다. 요즘 발생하는 모든 사회 현상이나 사건들이, 사실은 무한도전이란 예능 프로그램의 장면 곳곳에서 이미 예견이 되었더랬다는... 뭐 그런 뜻이다. 2006년에 시작되어 2018년 종영될 때까지, 우리 세대가 너무나 사랑했던 이 프로그램이 요즘 젊은 친구들의 인스타나 유튜브 등에서 쇼츠로 다시 유행하는 것을 보면 역시나 좋은 콘텐츠의 위력은 시대를 타지 않음을 느끼곤 한다.


이미 8년 전에 계엄을 예언했다는 무한도전...(출처 : 무한도전)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늘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기발한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홍철 없는 홍철팀'도 그중 하나였는데, 박명수와 노홍철이 가위바위보로 팀을 나누다가 불리해진 박명수가 문득 상대 팀장인 노홍철을 자기 팀원으로 선택하고 그게 인정되어 기존 노홍철의 팀은 팀명을 바꾸지 않고 노홍철 없는 홍철팀으로 게임에 임하며 큰 웃음을 주었던 에피소드였다. 이후 '홍철 없는 홍철팀'은 이름과 실제가 달라 재미를 준다는 밈의 대명사가 되었다.


레전드의 탄생(출처 : 무한도전)


siso의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요'라는 곡을 들으며 문득 저 '홍철 없는 홍철팀'이 떠올랐다.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하겠다는 그 재기 발랄함이 너무 깜찍했기 때문이다. '사랑해'라는 말이 너무나 간지럽고 얄궂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저 표현을 다르게 해서 전달할 수 없을까를 고민해 본 적이 있지 않았던가. 둘 사이의 암호든, 둘만 알 수 있는 제스처든 뭐든 상관없으니 '사랑해'라는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고 싶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시길 적극 추천드린다.


어쩌면 이 노래는 사랑을 표현하기 부끄러워하는, 조금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듣기에 제격인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거 남사스럽게 사랑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냐는 체통 있는 어른들에게도 사랑이란 감정은 가슴 어딘가에 존재할 테니까. 비록 표현은 다를지라도 애틋한 감정이 전해질 수만 있다면, 사용되는 단어에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없으면 어떻단 말인가. 홍철 없는 홍철팀이 큰 웃음과 재미를 주었던 것처럼, 사랑이란 단어 없는 사랑 표현 역시 큰 감동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이렇게 참신한 발상이 담긴 좋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노래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것을 느낀다. 오히려 나이를 먹으며 머리가 굳지 않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부르고 즐기는 노래들을 듣고 그들의 언어에 담긴 생각들을 이해하며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윤수일의 '아파트'만 알던 아저씨들이 로제의 'APT.'를 들으며 즐거울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나 역시 얼마 전 시소의 이 노래를 들으며, 허스키한 목소리에 담긴 귀여운 가사 내용에 흥겨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문득, 무한도전에서 홍철 없는 홍철팀을 보며 깔깔대고 웃던 15년 전 내 모습이 그리워졌다.


https://youtu.be/_4bEK1U-tgc?si=fc2pjYZnKXqfHD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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