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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에 적은 노래(by 자우림)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우리에겐 자우림이 있지

by radioholic Dec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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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인생이었다 너를 만나 다행이다
고마운 일이 너무 많아 널 생각하면 슬퍼진다
아 좋은 날들이었다 너와 걸은 모든 길이
천국 같은 길이었다 이제는 알 것 같아
...
아름다운 것 모두 지금 여기 새길래
모르는 새 어딘가로 사라져 버릴 걸 알잖아.
(자우림, '잎새에 적은 노래' 中)


누군가 나에게 너를 만나 참 좋은 인생이었다고, 나와 걸은 모든 길이 천국 같았다고 생각해 준다면 그보다 더 복 받은 삶이 있을까. 어느 누군가에게든 그런 사람이 되어주기 위해서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정말 최선을 다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함께 있는 순간순간을 충실히 보내야 한다는 것을 요즘 들어 절실히 느낀다. 그런 흐뭇하고 온기 있는 삶은 불현듯 끝날지 모를, 불안하게 허락된 시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노래 가사 내용처럼 우린 언젠가 어디론가 사라질 운명이란 것을 안다. 다만, 그 시기가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갑자기 닥쳐왔을 때의 그 충격과 아픔을 감내하지 못할 것이 두렵다.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일생을 보내고 아름답게 생을 마칠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한 헤어짐을 겪을지 모른다는 것을 원치 않게 보고 듣게 되면서 그 두려움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 순간이 오기 전에, 우린 함께 있는 사람들과 지금 이 시간을 아껴가며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순간일지 몰라요다시 돌아오지 못할 순간일지 몰라요


희망 넘치거나 기분 좋은 소식은 없고 슬프고 참담한 뉴스만 연일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집단 우울증에라도 걸릴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유해 줄 무언가가 필요한데, 저마다 각박한 나날들을 버텨내며 살다 보니 서로를 보듬어 줄 여유마저 없듯하다. 이게 맞나 싶은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와중에, 우리에게 위로를 안겨줄 노래 한 곡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이렇게 힘들 때마다 자우림은 마치 누나처럼 형처럼 우리들 곁에서 그렇게 힘이 되어주는 그런 노래들을 나지막이 불러주었다.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좌절에 빠져있지 말고 이제 그만 일어나자면서.


코로나19로 모두가 서로 격리되어 힘겨웠던 시기에 내게 힘이 되어 주었던 이 노래를 다시 반복해서 듣고 있다. '참 좋은 인생이었다'는 첫 소절에 울컥 목이 메었던 건, 저 한 문장이 지금 힘든 우리의 삶도 언젠가 돌이켜보면 그리 나쁘지 않을 거라는 긍정의 주문 같아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이 어두운 시기마저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이 노래를 듣는 순간이나마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뉴욕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건축가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 센트럴파크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각박한 생활에 지치고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편히 쉬며 치유할 공간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는 그 옛날에도 이미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고단하게 이어져 온 안타깝고 비극적인 소식들로 인해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버티며 힘들어하고 있는 우리 역시도 그렇게 기대어 쉴만한 그런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참 다행이다. 뉴욕에 센트럴파크라는 시민들의 힐링 공간이 있다면 우리에겐 늘 같은 자리에 서서 목소리와 악기로 우리의 아픈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보듬어주는... 자우림이라는 자줏빛 숲이 있다는게. 그들이 만들고 부른 수많은 노래들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치유를 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요즘처럼 견디기 힘든 이런 시간들을 버틸 수 있도록 해준 그들이 있어서 정말 고맙다.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많은 분들이 이 노래로 잠시나마 치유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eciih6MmZk4?si=gzaDn3L5O7WJew9w

고마워요 자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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