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일어나 창을 열고 상쾌한 공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한 손엔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든 채 만원 버스에 내 몸을 싣고 (god, '보통날' 中)
보통의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마치 무의미하고 가치 없는 시간인 것처럼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일 아침 따뜻한 햇볕을 쬐고, 별 다른 아픈 곳 없이 걸어서 출근할 수 있고, 이따금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가족이 있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밥을 먹을 수 있는 생활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우린 잊고 살지만, 그런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눈물이 나도록 부러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영향인지 몰라도, '보통'이나 '평범'의 가치가 무척이나 절하된 시대를 살고 있다. 나 빼고는 모두가 좋은 곳에 여행을 가고, 명품 아이템을 사고, 힙한 취미를 즐기고, 풍요롭고 현명한 육아를 하는, 소위 갓생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박탈감이 우릴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속 행복이 가공된 것이라는 것을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이란 이토록 약하고 흔들린다. 왜 내 인생은 이다지도 볼 품 없는 것일까 하는 고민 속에 가려지는 것은, '아무 일 없음'과 '평범함'의 소중함과 가치다.
아무 일 없는 하루이신가요?
내가 god의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늘 바라는 행복이란 게 사실 노래 제목인 '보통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트렌디한 파티에 가거나, 고급진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지 않더라도, 그저 여자 얘기를 나누며 웃고, 회사 얘기를 하면서 짜증 내고, 스포츠 경기 결과에 내기를 하는... 어찌 보면 시시껄렁하기 그지없는 그런 일상들 속에서 느낀 즐거움과 흥겨움이 곧 행복이니까. 설령 가슴 아픈 이별을 맞이하거나 힘든 일을 겪더라도, 다시 아무 일 없는 보통날을 보내다 보면 그 아픔도 이내 치유가 된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지 않던가. 요즘 유행어가 되어버린 '아보하', 즉 아주 보통의 하루가 가진 힘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크다.
단순한 이분법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날이다. 무사하고 무탈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런 하루를 누릴 수 없는 순간이 왔을 때 정말 뼈저리게 알 수 있으니까. 매일매일이 특별하거나 기쁠 수 없고 인생에서 희로애락이 반복됨을 안다면,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언젠가 겪을 화나고 슬픈 날들의 골짜기가 깊고 길지 않기를 바라며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는 마음이다. 무탈하다는 것만큼 다행한 일도 없으니 말이다.
새해가 왔다. 새해를 맞이하는 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말을 나누고 있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인사는 새해에도 보통의 하루들이 많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찾아오겠지만 그 중간 어디쯤인, 정말 아무 일 없이 평범한 그런 날들을 많이 보내시길 바란다는 그런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분명 그런 날들이 언젠가는 많이 그리울 테니까. 그러니... 이 글을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부디 올해에는 평범하고 보통의 하루를 많이 보내시길 바란다는 인사를 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