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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기 Jun 20. 2019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접근성과 축제의 상관관계

5시에 시작인 축제와 6시 반에 첫차인 버스

축제(페스티벌)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교통, 주차, 숙소, 식사 등 서비스 운영(53%)
 - 2019년 3월 14일 축제의 민족 설문조사

개인과제로 했던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고 있는 3개의 EDM 페스티벌 선호도 설문조사와 페이스북 축제 관련 페이지 '축제의 민족'에서 낸 축제를 선택하는 요소에 대한 축제 중요도 관련 설문조사이다.


개인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뮤직 페스티벌은 라인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축제 전문가 집단에서도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이 나왔기 때문에 라인업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World Club Dome이 당연히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중요도 측면에서 세 번째를 차지하였던 접근성 문제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되어 World Club Dome은 세 페스티벌 중 가장 하위권을 기록했다.


그 이후로 보게 된 축제의 민족 설문조사에서는 축제성과 편의성 딱 두 가지 요소만을 두고 비교했기에 당연히 축제의 컨셉과 콘텐츠가 큰 차이로 높은 결과를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교통주차, 숙소 식사 등 서비스 운영이 더욱 높았던 것.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콘텐츠와 다른 축제와의 차별성이라고 생각했던 필자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준 결과들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사람들의 선호도는 알게 되었지만 정확히 이해는 하지 못하였다.

그 후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가는 날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뚜벅이에게 가혹한 축제였다."

가기 전 교통편을 미리 알아보기 위하여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대부분의 문화관광축제들은 해당 축제만을 위한 페이지를 구성하여 축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한편 올해로 최우수축제 6년 차인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진도군 관광문화 페이지의 한 부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정보만 제공해주면 되지만 정보 또한 축제 자체에 관한 정보가 아니기에 진도에 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정보였고, 타지 사람들은 알아보기 힘든 군내버스 시간표만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페이지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한 필자는 행사장에 가서 직접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우선 출발하였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도 공영버스터미널까지 5시간 반이 걸렸다. 

그리고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있는 버스를 기다렸다.

웬만하면 걸어갈 만도 한데 걸어가기엔 너무 멀고 셔틀버스도 운행하지 않았다. 택시비도 2만 원 정도로 부담이 되어 그냥 기다리기로 한다.

뭐. 이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토요일 첫 프로그램이 새벽 5시고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간이 23시였는데 첫차가 6시 40분(행사장 도착 7시 10분)이고 막차는 19시 10분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숙박시설이 축제장 주변부에 잘 갖추어져 있다면 상관이 없다. 실제로 부산 바다축제에서는 축제장 바로 옆에 숙박시설이 있었고(물론 교통편도 매우 좋았지만), 정남진 장흥 물축제에서는 축제장 내에 캠핑존을 운영해서 축제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위 지도를 언뜻 보면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또한 숙박시설을 잘 갖춘 것처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축제장(빨간색 포인트)에서 가까운 17개의 숙박시설 중 2개는 유스호스텔과 청소년수련관으로 객실수는 많았지만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 머물렀고, 나머지 15개의 숙박시설은 객실수가 적은 민박이었다.


실질적으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지역이 진도 공용버스터미널이 있는 진도군청 쪽이었는데 게스트하우스 1개와 모텔 11개(그중 하나는 찜질방 운영으로 더욱 많은 인원 수용 가능)로 진도 내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였는데, 이 곳에 머물 경우 첫차와 막차를 탄다고 가정하에 축제장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7시 10분~19시 10분이다.

그렇게 될 경우 축제장에서 야심 차게 준비하고 예산이 가장 많이 들었을 법한 [횃불 퍼레이드]와 [토요일 신비의 바닷길 체험], [레이저쇼], [EDM 올나잇 스탠드 쇼]를 모두 보지 못하게 된다.


필자는 이 축제에서 꼭 보고 와야 할 프로그램으로 [신비의 바닷길 체험]과 [바닷길 횃불 퍼레이드], [EDM 올나잇 스탠드 쇼] 이렇게 세 가지를 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요일에 출발하여 일요일에 귀가하는 일정을 짜게 되었다. 동서울에서 진도까지 가는 직통버스가 9시와 16시에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체류기간을 늘렸기에 지역축제로서는 정말 잘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가서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 필자는 토요일 새벽 5시 프로그램을 보기 위하여 행사장에서 노숙을 하였다.

새벽 3시부터 관광버스가 수도 없이 왔다. 찾아보기론 관광가이드는 아침 10시로 알고 있었기에 의아해했다.

새벽 4시 추위에 견딜 수 없어 행사장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새벽 4시 반이 되어도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가장 큰 안내소로 찾아갔다. 하지만 축제 안내소, 축제장 입구 등에는 아무도 없었다. 새벽 5시가 행사 시작이니 직원들은 한 시간 전부터는 준비해야 할 법도 한데 리플렛에 적힌 횃불 퍼레이드 행사장에는 시스템팀만이 있었고, 새벽 5시가 되어서도 행사장에는 시스템팀, 기자들, 안전요원들, 일반인 대여섯 명이 있을 뿐이었다.

시스템팀은 음향과 조명을 틀었지만 사람들은 없었고, 프레스들이 이번 행사 망했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며 큰일이 난 줄 알았다.

다행히 실제 행사 시작 장소는 리플렛 타임테이블에 나와있었던 뽕할머니상 부근이 아니고 행사장 끝에 있었던 글로벌 존이었고 그곳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뽕할머니상으로 왔다. 그때 시각 5시 40분이었다.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외국인이었고 풍물놀이단 한 무리와 소수의 내국인 관광객이었다.

알고 보니 단체 외국인 관광객을 동원한 것. 새벽에 줄지어 들어온 관광버스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횃불을 든 이들이 모이고 바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레이저쇼를 본 후 바닷길이 열리지 않아 EDM과 신나는 노래들을 틀어주며 댄스타임이라고 수도 없이 외쳐대었지만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분명 기획자 의도는 많은 사람들을 집결시키고 그들에게 횃불을 지급하며, 레이저쇼를 봐야 하고, 물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따듯하게 데울만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기에 새벽 5시부터 프로그램을 진행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오랜 대기시간으로 인해 지친 사람들은 주최 측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6시 20분, 행사 시작 후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필자는 금요일에 물에 들어갔었고, 밤을 새웠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토요일 새벽에는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메인 프로그램인 신비의 바닷길 체험은 말 그대로 신비했다. 그야말로 자연이 다 한 축제라고 볼 수 있었고, 인간은 그 자연의 신비로운 쇼를 부각시켜 줄 각종 운영에 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잘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밤 프로그램인 [EDM 올나잇 스탠드 쇼]는 갑자기 스케줄이 생겨 프로그램을 참석한 사람들을 직접 보지는 못하였다. 다만 영상으로 보았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외국인 관광객인 것으로 보아 행사장 바로 옆 유스호스텔에서 머문 관광객들로 보였다.


결국 체류형 관광을 노린 프로그램인 [횃불 퍼레이드]와 [EDM 올나잇 스탠드 쇼]는 내국인 관광객보다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에 완전히 타겟을 맞춘 축제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타겟층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세계화를 위한 접근성 보완


점점 세계화되는 축제 시장에서 외국인 유치는 정말 중요하다.

외국인 유치를 위하여 외국인 단체관광을 동원하는 것도 그중 한 방법이다.

다만, 동원보다 더 중요한 점은 접근성을 보완하고 축제 콘텐츠와 홍보에 힘쓰는 것이다.

접근성은 축제 참가를 결정하는 대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접근성은 축제의 첫인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물론 아주 재미있거나 매력 있을 시 접근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축제에 참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재미있을 시 '감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그 정도의 축제가 몇 개나 있을까.

지속적으로 셔틀버스 업체가 생겨나고, 자체 셔틀버스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대부분의 축제들이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접근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이다. 접근성을 높여 축제장까지 오는 길이 편안하다면 축제에 대한 첫인상과 만족도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해당 축제는 접근성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쓴 글이기에 다른 여러 관점들 (의전, 먹거리, 경험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의 축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볼 만한 이슈로 글을 쓰는 축제 여행자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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