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프로그램과 일반프로그램의 차이
축제장에 들어간 순간 한 대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축제장 초입부터 축제의 주인공인 새별오름이 한 눈에 보일만큼 스케일이 정말 컸다. 단일 콘텐츠로써는 어디에서도 경험을 하지 못했던 크기였다.
그렇게 큰 스케일이 뜻하는 것은 최소한 운영과 안전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빡세다는 의미이니 이 축제는 볼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삼 일 중 이틀의 축제를 본 후 프로그램 간 퀄리티의 차이에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행사장 넓이만 약 22만m², 새별오름과 주차장을 제외한 넓이다.
새별오름 넓이만 52만m²이라니 행사장 전체넓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행사장을 부스와 프로그램들이 가득가득 매우고 있었다.
팜플렛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것저것 정말 많이 들어와있었고, 심지어 이 팜플렛에 적힌 것 외에 외부 먹거리부스가 또 한가득 들어와있었다.
(외부먹거리부스는 축제장마다 유랑하는 이익을 좇아 축제장 앞에 들어서는 것으로 공식 팜플렛에는 들어가있지 않지만 큰 지역 축제들에서는 불편한 손님인 이들을 내쫓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들에게 몽골텐트와 현수막을 지원해주고 관리체계를 갖추어 축제장 바깥에서 축제참가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관리를 한다.)
어떻게 보면 축제에 오는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못했다고 느껴질 수 있는 문장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축제들이 하고있는 정말 평범한 방식이다.
팜플렛에 적혀있는 부스이름만 120개, 적혀있지 않은 음식부스, 푸드트럭(비공식 외부먹거리부스 제외) 등 이것저것 합치면 130개 정도만 된다.
안내되어있는 부스들을 보면 축제관련 부스(운영관련 부스 19, 축제관련프로그램 8, 편의 3, 보도 부스 1)와, 축제미관련 부스(축제와 관련없는 프로그램 52, 마을부스 37)의 비율이 31:89로 축제관련된 부스가 25.8%밖에 되지 않는다.
다행히 공연 프로그램들은 축제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축제와 관련된 프로그램들도 메인 프로그램과 서브 프로그램의 퀄리티차이가 컸다.
필자는 항상 축제를 가기 전 축제와 밀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몇 개만 체크한 후 꼭 보고온다.
제주도의 건국 신화와 관계되어있어 비중있게 다루어질 줄 알았던, 제주들불축제의 유일한 주제 퍼레이드였던 이 프로그램은 정말이지 초라했다.
저 멀리서 마칭밴드의 북소리가 들리고 그 뒤로 삼공주가 행차했다. 규모는 참 작았지만 그래도 주제 퍼레이드니까 내용은 알차겠지 하면서 보았다.
등장 후 첫 퍼포먼스, 자신들만의 호흡으로 연주되는 마칭밴드의 공연에 공주들은 어떻게든 나서보려 했었다. 북치는 것을 구경하다가 들어갈 텀조차 주지 않았던 마칭밴드였지만 첫 퍼레이드라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언론사들의 눈치에 어떻게든 들어가서 춤을 추었다.
맞지 않는 호흡이었지만 어떻게든 춤을 추었다. 이 때는 그나마 마칭밴드가 기본리듬으로 진행은 해 주었다.
하지만 상호간에 충분한 연습이 되지 않았던 탓인지 춤은 금방 끝났고 그 후로는 마칭밴드의 독주만이 이어졌다.
서로 합을 전혀 맞추지 않은 삼공주와 마칭밴드, 어떻게든 등장해보려 하지만 마칭밴드만의 호흡에 맞추지 못하고 결국 주변에서 겉도는 공주들, 마칭밴드만의 독주 였다.
공주는 뒤에서 박수만 치고있고 마칭밴드만의 마칭밴드만을위한 공연에 '삼을라 삼공주'의 건국설화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축제의 주제를 명확히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축제가 내놓은 답변 중 하나는 주제극이다.
사실 이것만큼 쉽고 저렴하게 축제의 주제를 축제참가자들에게 보여줄 다른 방안은 많지 않기에 아주 잘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프린지공연은 꼭 보고 오려했다. 하지만 왜인지 프린지 공연을 볼 수 없었다.
금요일 토요일 모두 일정이 타임테이블과는 다르게 뒤죽박죽으로 운영되었기에 딜레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운영본부에 물어보니 프린지공연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지 안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답변이 왔다.
전체적인 타임라인과 운영본부와의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 낸 해프닝이었지만 현재 블로그를 뒤져보아도 프린지 공연을 보았다는 글이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보면 별다른 공지 없이 그냥 취소시킨 듯 하다.
그 외에도 제주어 골든벨, 들불과 함께 춤을 등등의 프로그램들은 MC 한명의 눈물의 똥꼬쇼로 마무리되었다.
정말 죽어가는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MC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는데 처량할 뿐이었다.
제주들불축제니까 들판 불을 내는 것에만 충실하면 된다 주의이기에 금요일 메인이었던 [달집태우기], 토요일 메인이었던 [오름불놓기]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다.
오름의 뒷부분으로 불이 번지면 안되기에 소방헬기가 지속적으로 오름에 수분을 공급하였고 현장에 소방현장지휘본부, 종합상황실 등 사고에 대비한 여러 조치가 취해졌다.
또한 오름 중간중간에도 소화전이 설치가 되어있었고 오름 불놓기 전에는 소방관들이 수십번 오르내리며 진화물품을 올려두었다.
비록 우천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만의 하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 점은 정말 훌륭했고 유관기관의 협조가 아주 잘 보였던 요소였다.
축제의 주제를 보여주는 [미디어아트 퍼포먼스]가 가장 메인 프로그램 바로 앞에 있었던 것도 축제의 의미에 대해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순간에 보여주는 점에서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후 프로그램이었던 [소원달집만들기 경연대회]에서 축제 참가자의 손으로 만들어진 달집을 축제 참가자의 손으로 직접 태우는 연출도 매우 인상깊었다.
토요일에 있었던 [오름불놓기]는 사실 오후 일찍부터 내린 비로 불이 붙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불이 꼭 붙어야 하는 부분은 우천시에도 불이 붙도록 했으며 폭발로 인한 점화였기에 원격으로 불을 통제할 수 있던 것이 잘 운영이 되었던 점이었다.
전체적으로 확실히 지역축제는 대표 프로그램 이외의 프로그램을 '기타', '부대'로 간주하여 대충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 최게바라기획사 [진도신비의바닷길축제] 답사 후기
메인프로그램이 훌륭해서 였을까.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타 프로그램에는 신경을 조금 덜 기울인것이 보였던 축제였다.
하지만 타 프로그램들이 매우 별로였다고는 하고싶진 않다. 메인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 소소하게 즐기기에는 괜찮았던, 하지만 더 잘할 수 있었으므로 아쉬움이 컸던 부대프로그램들이 많았던 축제였다.
해당 축제는 콘텐츠 간 퀄리티 차이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쓴 글이기에 다른 여러 관점들 (의전, 먹거리, 경험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의 축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볼 만한 이슈로 글을 쓰는 축제여행자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