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축제와 동물축제를 반대하는 이들.
"인간의 동물 축제는 동물들의 제삿날이다" - 동축반축 연사 강연 1강
사실 나는 동물 축제를 지지한다.
동물 축제를 반대하는 '동물의 사육제'를 꽤 오랫동안 지켜봐 왔음에도 불구하고 동물 축제를 지지한다. (화천 산천어축제를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유가 많이 다 적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이유 중 이 글에서 필요한 하나의 작은 이유를 들자면
같은 동물이라도 반려견 축제와, 산천어축제와, 나비축제의 축제의 방향이 모두 다르듯이 이 문제는 축제가 문제가 아니라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강아지는 가족이라는 인식이 있어 반려견 축제에 가면 반려견이 주인공이다. 마찬가지로 나비축제와 반딧불이 축제는 관상용이라는 인식과 깨끗한 자연이라는 인식이 있어 생태관광축제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산천어는? 식재료의 인식이 있어 낚시와 관련된 축제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산천어축제는 그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잘 충족시켜준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식으로 인한 축제의 큰 방향이 결정되면 그 다음은 운영방식과 다양한 부수적인 요소들에 의해 모든 축제는 제 각각의 길을 가는데 여러 요소의 방식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축제와 좋은 선택을 한 축제가 나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인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축제의 큰 방향성은 그 시기의 인간의 인식에만 잘 맞는다면 괜찮다는 생각이다. 예를들어 옛날 '개'라는 동물이 집지키는 가축이며 식재료라는 인식이 더 컸을때는 개고기 축제가 만들어 졌을 수 있겠고, 인식이 바뀌어 '개'라는 동물이 가족이라는 인식이 더 큰 현재에는 반려견 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산천어가 시간이 흘러 관상어의 인식이 강해지고 많은 사람이 애완어로 키우게 된다면 산천어가 주인공이 된 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하지만 그 축제의 방향성은 인간의 보편적인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이니 비난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동물 축제 자체는 지지한다.
그럼에도 동물 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서두에 쓴 것은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고 그에 맞추어 축제도 조금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천 산천어축제, 국내에서 인정받아 글로벌 육성축제 타이틀을 단 5개의 축제 중 하나이다.
동시에 화천에서 나지 않는 산천어를 전국에서 공수해와서 좁은 곳에 억지로 몰아넣고 사냥을 하여 산천어를 낚아서 굽거나, 회를 쳐서 먹는 산천어에게 가혹한 축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점점 환경과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에 따라 축제가 조금 위축될 수 있겠다 생각하여 올해 서둘러 다녀왔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1월 5일부터 27일까지 184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화천의 농특산물은 12억 원이 넘게 팔릴 만큼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하였다.
필자가 갔을 때는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때도 낚시 구간에 사람들이 꽉 차고 복귀 버스가 3시간 전에 매진이 될 만큼 사람이 많았었다.
산천어 낚시 프로그램은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일반적인 얼음낚시, 루어낚시, 수상 낚시, 맨손잡이.
필요한 장비는 축제장 안팎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축제장에 들어와서 낚시를 시작했다.
두 시간 동안 산천어 한 마리를 잡았다. 축제에 왔으니 산천어 낚시는 해봐야겠고, 그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잡을 필요는 없다고 느껴 한 마리만 잡고 바로 나왔다.
낚시를 하는 2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행사장 전체에 울려퍼지는 라디오 덕분이었다. 여기서 지역 대표축제의 강점을 볼 수 있었다. 무려 지역라디오가 들어오다니.
집집마다 직접 축제에 가고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주거나 며칠 전 다녀온 축제를 상기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축제에서는 3마리만 잡아 나올 수 있게 되어있었다. 3마리 이상을 잡았을 경우 입구에 있는 통 안에 넣고 나와야 하며 그 통에 들어간 산천어는 못 잡은 사람들이 원하면 그 사람들에게 한 마리씩 분배가 되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나갈 때 산천어 검사와 옷에 붙어있는 입장 티켓을 뜯는 것으로 한 사람 당 세 마리씩의 규칙이 잘 지켜지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잘 지켜지지는 않았다.
산천어를 잡은 후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었다. 구워 먹느냐, 회로 먹느냐.
나는 구워 먹는 것을 선택했다. 단 돈 2,000원. 저렴한 가격이었다.
처음으로 먹어 본 산천어는 흙 맛이 났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이 있었는데 나는 불호였다.
맛있었더라도 불필요하게 많이 잡아서 먹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라는 두 가지 프로그램이 이름으로 녹아 있는 만큼 산천어 낚시와 함께 얼음과 눈을 이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이 되었다. 그 퀄리티는 꽤 좋았고 체험 프로그램 또한 재미있었다.
화천 산천어축제뿐 아니라 선등거리페스티벌, 세계 최대 실내 얼음조각광장 등 다양한 행사와 연계하여 더욱 풍성했다. 특히 지역 문화관광축제의 대부분이 콘텐츠를 채우지 못해 축제 구성 프로그램 중 대부분이 축제와 전혀 관계없는 활쏘기 등의 프로그램인 것과 비교하면 정말 좋은 축제였다. 이 축제도 물론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그 비중이 극히 적었고,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퀄리티가 좋아 볼 만은 하였다.
또한 행사장 전체적으로 축제 라디오를 진행하여 낚시 중 지루함도 해결하고 행사 통제와 안내도 잘했다. 오랜 시간 인정받아온 축제답게 축제는 좋았다.
그중 가기 전부터 기대했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화천 산천어축제 같은 축제들은 풀어나갈 소스가 몇 가지 있다.
사냥을 해서 먹거나, 연출 소재로 이용하거나, 산천어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주는 것.
그중 산천어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주는 것이 산천어를 조금이라도 존중하고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축제가 되는 방향이기에 산천어와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갔다.
하지만 이미 닫혀있었고, 고작 몽골텐트 한 개 규모였다.
일전에 봉화 은어축제를 갔었을 때, 봉화 은어축제는 은어학교라는 프로그램을 꽤 크게 운영했던 것이 생각났다. 인간과 은어의 역사와 관계, 은어의 특징, 은어축제의 역사 등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고, 중앙에는 은어 낚시에만 치우쳐 볼 수 없었던 은어를 볼 수 있는 수족관을 운영을 하였다.
은어를 사냥해서 먹는 봉화 은어축제 안에서 은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존중해주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점이 산천 화천어축제와 봉화 은어축제의 큰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곧 동물권에서 그토록 비판한 어두운 면도 보였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강을 막아두고 산천어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후 전국에서 공수해 온 산천어를 얼음 안에 주기적으로 붓는다. 적응이 되지 않는 낯선 곳에 너무나 밀집되어 있기에 산천어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행사장에 간 사람들이라면 라디오에서 10마리를 잡았다, 20마리를 잡았다 하는 사연을 심심치 않게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행사장을 나갈 때는 1인 당 3마리밖에 가지고 나가지 못한다. 나머지 산천어들은 어떻게 될까? 낚시 후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았다. 산천어를 잡은 후 바늘을 제거한 후 바로 풀어주는 사람들도 있는 한편 봉지가 아닌 얼음 위에 산천어를 한가득 쌓아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산천어를 처리하였는지는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곳을 보니 아무도 없는 얼음 위에 버려진 산천어도 몇 마리 보였다.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잡힌 산천어들이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은 상태로 다시 물속으로 넣어지는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물론 이미 밖에서 죽은 후 넣어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산천어에 대한 약간의 존중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프로그램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산천어 맨손잡기 프로그램이었는데, MC의 멘트가 재미를 추구하다 못해 자극적이었다. 물론 MC의 멘트는 자극적이어야 재미가 있다. 하지만 너무 오락적인 것에만 치우쳐져 있었다.
물론 화천 산천어축제의 기본이 산천어 낚시에만 치중되어 있기에 축제 입장에서는 아주 잘 한 MC였다.
하지만 산천어들에게는 정말 지옥이었지 않았을까.
축제 주제에 충실했고 또 재미있었으며,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하였고, 사람들도 많이 온 좋은 축제였다. 축제로써는 완벽에 가까운 축제였다.
하지만 그 축제에는 산천어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
2019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필환경시대라는 키워드가 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축제에서도 일회용품을 줄이고 있다. 아직 축제에서 적용 중인 필환경에는 동물권은 고려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사회는 동물권을 신경 써온 지 오래되었다. 올해에는 비건 페스타도 열리게 되었고, 비건이 아니더라도 자연에서 인도적으로 길러진 고기를 더 비싼 값을 내고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처럼 점점 동물들을 존중하는 인식이 강해진다면 동물 축제도 바뀌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동물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 않을까.
해당 축제는 프로그램 간 퀄리티 차이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쓴 글이기에 다른 여러 관점들 (의전, 먹거리, 경험 전체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의 축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볼 만한 이슈로 글을 쓰는 축제여행자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