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과씨 Jun 03. 2024

교육장님이 교장선생님보다 높아요?

교장과 교감, 교육장과 교육감의 차이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교장, 교감선생님이 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예상치 못한 기발한 답변을 내놓는 아이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학교에서 제일 높은(?) 선생님이랑 그다음 높은 선생님’이라고 답할 것 같다.


그렇다면 교육감과 교육장은 어떨까?


교육장은 교육청 직속기관인 시, 군 단위 교육지원청의 장이고, 임명직이다. 반면 교육감은 교육지원청의 상위기관인 시·도 교육청의 장이고, 선출직이다. 아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교육감이 교육장보다 높다’가 되는 것이다.


교육감은 선거 관련해서든, 교육 관련 뉴스를 통해서든 자주 접했기에 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교육장’이라는 직책이 있다는 것은 교육지원청에 근무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교육지원청의 의결기관이기 때문에 학폭위가 결정한 조치는 기관장인 교육장 명의로 내려지지만, 여전히 '교육장'이 라는 표현은 생소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성인에게도 낯선 이 단어가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어느 날 교육장님이 교육감님과 함께 관할 지역 초등학교에 방문했다. 신설 학교의 시설을 둘러보고 문제점이나 개선점은 없는지 파악하는 행사였다.


일정을 마친 교육장님과 교육감님은 돌아가기 전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들을 교육장과 교육감이라고 소개한 뒤 공부는 잘하고 잘 놀고 있는지,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낯설어하면서도 친절한 씩씩하게 대답했다.


대화를 마치고 작별인사를 하려던 찰나, 한 아이가 갑자기 번쩍 손을 들고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요, 교육장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보다 높아요?”


평소 교장선생님이 제일 높은 줄로만 알았던 아이들에게, ‘교육장’의 등장은 교장선생님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에 대한 교육장님의 위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교육장님이 교육감님보다 더 높은 선생님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이 교‘감’ 선생님보다 높으니, 교육‘장’이 교육‘감’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교육장님이 지역 교육계의 최고 권위자(?)가 된 것이다.


학교폭력 업무를 하지만, 때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학교폭력 변호사'로 일하며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작가의 이전글 바보라고 놀리지 말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