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학교폭력 변호사의 심의위원회 역량강화 연수 후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 일명 '학폭위')는 10명 이상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교육지원청마다 설치된다(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3조). 교육지원청은 시, 도교육청의 산하 기관이고, 시, 군, 구 지역 단위의 교육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심의위원의 수는 교육청별로 다르다. 학생수가 많은 지역은 사안도 많기 때문에, 심의위원회의 규모도 크다. 내가 근무 중인 교육지원청의 심의위원회 역시 법정 인원수인 50명을 꽉 채워 구성되었다.
심의위원의 위촉 과정도 까다롭다. 학교폭력 조치가 학생들의 장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위원들에게도 더 높은 자질이 요구된다. 서류심사와 면접평가까지, 취업절차와 맞먹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선발된 위원들은 사전연수와 모의심의 연수 등을 거쳐 심의에 참여한다. 신입사원이 사전연수를 받고 업무에 투입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 분기마다 역량강화 연수도 진행된다. 심의위원들의 전문성과 심의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나도 매년 여러 교육지원청의 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비교적 작은 지역으로 연수를 진행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학교 수도 학생 수도 적었고, 한 달에 한두 번 심의위원회가 열릴 정도로 사안도 적었다. 심의위원회도 위원이 10명이 조금 넘는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연수는 심의위원회 정기 회의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개회 정족수인 2분의 1만 모여도 진행된다. 10여 명의 위원 중 절반 정도가 오시면 오붓하게 강의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강의실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오늘 심의위원님들이 전원 출석했다는 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보통은 앞자리에 앉는 걸 부담스러워하셔서 중간쯤 앉아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곳 위원님들은 너도 나도 앞쪽에 모여 앉아 필기도구를 꺼내 들고 수업(?) 들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계셨다.
덩달아 나도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강의를 시작했다.
2시간 남짓 강의를 진행한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때 질문하는 분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긴 강의를 듣느라 지치기도 하고, 여러 사람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게 쑥스럽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 위원님들은 달랐다. ‘혹시 질문 있으실까요?’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너도 나도 손을 든다. 질문 내용도 가볍지 않았다. 그동안 심의하면서 고민되었던 부분들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사안이 많지 않은 만큼, 한 건 한 건마다 최선을 다해 심의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위원장님도 강의 내내 진지하게 듣고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셨다. 한 위원님은 강의 자료를 받아가고 싶다며 부탁하시기도 했다. 이곳 위원님들, 그야말로 '심의 우등생들'이었다.
학교 선생님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볼 때의 심정이 이러할까.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위원님들의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여느 때보다 훨씬 긴 질의응답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저 ‘작은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이곳 심의위원회에 대한 나의 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작지만 강한’ 곳으로, 그래서 앞으로 아이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최선의 결정을 해줄 심의위원회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