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학교폭력 접수건수가 수백 건인 지역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건을 접한다. 어느 하나 똑같은 내용은 없지만, 자주 일어난다 싶은 유형은 있다.
하나는 신체폭력(일명 '싸지박기').
학생들 간 사소한 충돌로 시비가 붙어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어느 한쪽이 ‘싸지 박자(싸우자)’라는 말을 꺼낸다. 상대방은 적극적으로 응하거나, 싫더라도 자존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응한다. 그 자리에서 바로 싸우기도 하고, 시간과 장소를 정해 따로 만나기도 한다. 그 사이에 ‘누가 누구랑 싸지 뜬대’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약속 장소에는 싸움 당사자뿐 아니라 소문을 듣고 몰려온 구경꾼들까지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싸움을 부추기는 아이들, 촬영하는 아이들, 촬영한 영상을 SNS에 올리는 아이들은 학폭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둘 사이의 작은 다툼이 큰 사건으로 번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무리(?) 갈등.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일명 ‘무리’를 지어 어울린다. 그중 한 명이 다른 한 명과 감정이 상하여 다툰다. 이때 나머지 학생들이 더 친한 학생의 편을 들면서 무리가 둘로 나뉜다. 이들은 따로 다니면서도 계속 서로를 의식하고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 쓰고 의미를 부여한다. 눈이 마주치면 ‘째려본다’고 생각하고, 웃으면 ‘비웃는다’고 생각하고, 지나가다 부딪히면 ‘어깨빵을 했다’고 느낀다. 이런 일들이 쌓이다가 한쪽 무리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면, 다른 쪽도 쌍방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 그리고 양쪽 모두 상대 무리 학생들이 ‘째려보고, 비웃고, 어깨빵을 했다’고 말한다. 이 경우 단순 갈등인지, 고의적인 괴롭힘인지가 주요 쟁점이 된다.
신체폭력은 남학생, 무리 갈등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여학생들 간 신체폭력이 크게 발생한 적도 있고, 남학생들 간 갈등이나 따돌림 사건도 적지 않다.
자주 일어나는 사안은 예방이 중요하다. 학기마다 있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통해 자주 일어나는 학교폭력 유형과 주의점을 알게 하면, 나도 모르게 학교폭력 당사자가 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