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재밌는 건 장난이 아님을
어느 고등학교의 즐거운 급식시간, 후식으로 귤이 나왔다.
“아니 벌써 귤이 나오다니~”
아이들은 어디선가 들은 ‘귤 노래’를 흥얼거리며 귤을 집어 든다.
식사를 마친 고1 남학생 A도 열심히 귤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다 깐 귤을 조각내 입에 넣으려던 순간,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A가 옆 친구에게 '귤 조각 던져 맞추기' 내기를 제안했다.
목표는 건너편 테이블에서 혼자 식사 중인 옆반 남학생 B.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들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옆 친구가 먼저 B 쪽으로 귤 조각을 던졌다.
던진 귤 조각은 건너편까지 미처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A가 ‘그것도 못 맞추냐’며 핀잔을 준 뒤 손에 쥔 귤 조각을 던져 B의 등에 맞췄다.
맞은 B는 뒤돌아서 바닥에 떨어진 귤 조각을 발견하고 주변을 살폈다.
A는 재빨리 테이블 밑으로 숨어 B의 시선을 피했다.
범인을 찾지 못한 B는 조금 불편한 기색으로 돌아앉아 식사를 계속했다.
그 모습을 본 A가 다시 귤 조각을 던졌다.
그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금 뒤를 돌아본 B가 눈에 귤조각을 정통으로 맞았다.
때마침 살짝 터져있던 귤조각에서 흘러나온 신 과즙이 B의 눈에 들어가기까지!
화가 난 B가 벌떡 일어서서 눈을 감고 외쳤다.
“누구야!!!”
A는 얼른 숨었지만, 지켜보던 학생들의 제보(?)로 정체가 탄로 났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A와 화가 난 B.
결국 B는 A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자신을 과녁처럼 생각하고 맞추기 놀이를 한 게 불쾌했고, 잘못을 하고도 숨어 있다가 들키고 나서야 사과한 게 진정성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양쪽 부모님의 중재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화해가 성사되기까지 한 달여간 A와 B 모두 갈등을 겪고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어야 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 시 아이들에게 ‘장난을 조심하라’고 한다. 하는 사람은 장난이지만, 당하는 사람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혼자만 재밌으면 장난이 아니다’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장난은 서로 주고받을 만큼 친한 사이일 때 비로소 웃어넘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