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를 이야기하는 아버지에게 '더 라떼'인 위원장님이 건넨 이야기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 사이에 사이버폭력이 발생했다.
A, B, C, D가 한 팀이 되어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A의 실수로 지게 되자, 게임 채팅방에서 B, C, D 3명이 A에게 욕설과 패드립을 하며 화풀이했다. 실수한 아이는 처음에는 욕설을 받아주며 미안하다고 하다가, 3명이 SNS 계정에서까지 욕설과 비난을 계속하자 3명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3명의 아이들은 A에게 사과했다. 당시에는 게임을 진 게 화가 나서 앞뒤 안 가리고 계속 험한 말을 쏟아냈는데, 친구인 A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만큼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정신을 차리고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A도 친구들이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게 느껴진다며, 교육청에 가지 않고 학교장 자체해결로 끝내기를 원한다고 했다. 모두 이 사안은 화해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3명 중 B의 아버지가 사안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B의 아버지는 화해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일 가지고 무슨 신고를 하냐, 나 때는 애들끼리 다 싸우고 욕하는 게 일상이었다, 남자애가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신고한 학생을 비난했다. 어머니가 옆에서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B 아버지의 활약(?)으로 화해는 성사되지 않았고, 사안은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 일명 '학폭위')에 회부되었다.
심의위원회에서도 B 아버지의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 ‘나 때는 이렇지 않았다’며, 사안의 가벼움과 아이들의 약함, 이 정도의 사안을 학교폭력이라며 아이들을 심의위원회까지 오게 하는 학교의 무능함을 비판했다. 흔히 말하는 ‘옛날 사람’다운 생각이었다.
다소 긴 시간 끝에 아버지가 말을 마치자, 그때까지 말없이 듣고만 있었던 심의위원회 위원장님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보다 훨씬 연배가 있는 분이었다.
“아버님, 제 얼굴 보이시죠? 아버님 때도 그랬는데 나 때는 오죽 더 했겠어요. 애들끼리 주먹질하고 욕하고, 그때는 그게 다 장난이라고 주고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선생님이 사과하라고 시키면 사과하고, 집에 와서는 아버지 어머니한테 혼나고, 다음 날 되면 또 공 차고 놀고 했으니까. 근데 요즘은 아니에요. 아이들도 달라졌고, 우리 때는 없었던 사이버 세계라는 걸 갖고 있어요.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아이들한테 현실이나 다름없어요. 거기에 학교에는 학교폭력법이라는 게 들어와 있어요. 당사자들이 싫다고 하면 화해시키지도 못하고, 개인정보 때문에 전화번호도 함부로 전달 못 해요. 그때와 지금은 너무나도 달라요. 그러니 우리가 보는 눈을 달리 해야 돼요.”
흔히 ‘라떼는 말이야’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지 아닌지로 젊은 사람과 나이 많은 사람을 구별한다고 하지만, 꼭 나이와 상관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의 경험만으로 섣불리 다른 사람의 상황을 판단하지 않는 사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할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은 나이를 불문하고 ‘라떼’는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나 때’가 아닌 ‘너의 때’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화해의 시작이라는 것, 학교폭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