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3대 난제, 어깨빵과 째려보기와 비웃기
사람이 모이면 사회가 되고, 갈등이 생긴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또래 아이들이 모여 함께하는 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다.
아이들은 미숙하다. 쉽게 오해하고, 갈등을 다루는 것도 서툴다. 아이들의 갈등을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법원 역시 이러한 시각으로 아이들의 갈등을 바라본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이나 분쟁을 학교폭력으로 의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학교폭력 개념의 확대해석으로 인하여 지나치게 많은 학교폭력 가해자를 양산하여서는 안 되며, 학교생활 내외에서 학생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나 분쟁의 발생은 당연히 예상되므로,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일어난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말하는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발생 경위와 상황, 행위의 정도 등을 신중히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2022. 5. 25. 선고 2021구합24966 판결 등)고 말한다.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고, 이것을 모두 학교폭력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학교폭력 해당여부 판단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매 심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심의위원장은 심의위원들에게 ‘위원님들은 각각의 학교폭력 사안이 매우 복잡하고 개별적인 양상을 띤다는 점을 이해하고, 사건의 본질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다.
여러 해 동안 학교폭력 변호사로 일하며 수많은 사안을 접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쉬운 사안이 없다. 사안 자체가 복잡한 경우도 있고, 당사자들의 감정선이 얽혀 어려울 때도 있다. 그중에서도 정말 자주 등장하지만 판단이 매우 어려운 행위유형이 있는데, 내가 마음속으로 ‘학교폭력의 3대 난제’라고 칭하고 싶은 것들이다.
첫 번째는 ‘째려보기’. 갈등 중인 A와 B가 서로 눈이 마주친 상황을 두고 ‘쟤가 나를 째려본다,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나를 째려본다’는 것은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된 주장일 가능성이 크고, 그 자체로 ‘폭력적’인 행위에 해당하는지 역시 의문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어깨빵’. 자신의 어깨로 상대방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행위를 뜻하는 속어다. 일견 ‘확실한 신체폭력인데 뭐가 어렵다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깨빵은 100이면 100 양쪽 학생 모두 ‘쟤가 쳤고, 나는 당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 문제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좁은 복도에 우르르 쏟아져 나온 학생들이 이동하다 보면 서로 어깨를 부딪히는 일이 의도치 않게 일어날 수 있으나, 감정이 좋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마저도 서로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공격’인지 우연한 부딪힘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양쪽 다 ‘내가 어깨빵을 당했다’고 주장하니 더 난감하다. 수많은 사안을 접했지만, 어깨빵은 한쪽만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도 신기한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비웃기’. 이것 역시 누군가를 무시하고 괴롭게 하려는 의도적인 웃음인지, 갈등관계에서 나오는 주관적인 해석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신고를 당한 학생도 ‘비웃은 게 아니고 친구와 얘기하다가 웃겨서 웃은 건데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심의위원 입장에서는 판단하기가 곤란할 수밖에 없다.
째려볼 때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어깨빵을 칠 때는 어깨에서 로켓이 발사되고, 비웃을 때는 코에서 나방이라도 나온다면 모든 게 쉬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궁금해하고, 오해하고, 갈등하고, 화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3대 난제’ 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폭력 사안이 그 본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받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