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온 아이들에게 제일 힘든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이들이다 보니 ‘맞아서 아프다’, ‘욕설을 들어서 기분 나빴다’처럼 자기 위주로 대답할 것 같지만, 실제로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부모님’이다.
동급생으로부터 몇 개월간 괴롭힘을 당해 온 중2 여학생 A. 심하게 맞은 적도, 놀림당한 적도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일명 ‘패드립’이라고 하는 부모님에 관한 욕설을 들었을 때였다며, 자기가 못나서 잘못 없는 부모님까지 욕을 듣게 한 것 같다며 자책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시비가 붙은 고1 남학생 B. 화가 난 친구가 B에게 일방적으로 계속 욕설을 하고 주먹으로 툭툭 치며 도발해도 끝까지 잘 참으며 친구를 달랬지만, ‘느그 엄마 XX지?’하는 패드립을 듣고는 참지 못하고 주먹이 나가고 말았다.
같은 반 학생 어머니에 대한 모욕적인 농담을 한 고1 남학생 C. 법원은 C가 한 발언(‘○○이 엄마가 호빠에서 허리 돌리다가 ○○이를 낳았다’)에 대해 단순한 농담이 아닌, ‘피해학생 어머니의 행실이나 피해학생의 태생, 친자관계 등에 관하여 피해학생이나 그 어머니를 심각하게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패륜적인 언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대구고등법원 2022누3118 판결).
학생들 사이에서 부모님을 모욕하는 말들이 농담처럼 사용되고 있다. ‘패드립’이라는 용어까지 붙어가며 흔한 것, 별 일 아닌 것처럼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패드립’을 당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다르다. 나보다 부모님의 상처를 걱정하고, 얌전한 아이도 주먹을 휘두르게 한다. 부모에게 아이가 소중한 만큼, 아이에게도 부모는 소중하다. 어쩌면 아이 자신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