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에서는 가장 중요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먼저 짚어보고 싶다. 일단 내가 미국 대학원에 가고 싶은 목적과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의 경우 석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박사 과정은 미국에서 하기로 이미 결정을 했기 때문에 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지만, 미국 대학원에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앞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라고 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단계를 무시하거나 뛰어넘을 경우, 막상 대학원 지원을 시작하고 나서, 멀리는 입학한 후에 뼈저리게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나 결심이 서지 않았는데 어디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하기에는 시간이나 비용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는 일이다. 아직 마음의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미국 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많은 글을 읽어 보길 권한다. 나 역시 틈틈이 고우해커스 (https://www.gohackers.com/)에 들어가서 나와 비슷한 여건이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실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국 대학원 지원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면 다음으로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대학교나 과를 선택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내가 미국 대학원을 지원할 때 무엇을 더 중요하게, 또는 덜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 하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학교 랭킹이 높은 곳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학교 랭킹이 상대적으로 좀 낮더라도 학비 (tuition)가 전액 지원되고 생활비 (stipend)를 주는 곳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각자 처한 여건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나는 중간 정도의 타협점을 선택했지만 그래도 최우선으로 여겼던 것은 학비와 생활비 모두를 지원해주는 곳이었다. 나는 학교의 이름은 더 알려졌지만 학비 일부만을 지원하는 대학원과 학교 자체는 덜 알려졌지만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주는 학교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한 경우이다. 이 역시 저울질할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미국 대학원을 지원하는 목적과 이유,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다음은 실질적인 정보를 얻는 무료 강연이나 정보 제공 세션 등에 참석하는 것이다. 굳이 여러 강연을 들을 필요는 없지만 한 번쯤은 지원 과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볼 가치가 있다. 나도 무료로 제공되는 유학원의 강연에 참석해서 기초적인 것들을 배웠다. 가령 미국 대학원에 가기 위해서는 어떤 시험을 봐야 하고,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고, 보통 지원은 몇 군데나 하는지 등의 정보를 알게 되었다. 직접 가서 듣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유튜브에도 상당히 많은 정보가 올라와 있으니 관련 영상들을 한 번 쭉 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유튜브의 특성상 전문적인 유학원에서 제공하는 정보와는 달리 주관이 더 많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아주 좋은 방법이자 나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던 방법은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다. 내 주변에 나보다 먼저 미국 대학원을 준비하고 들어간 사람이 있다면 이 보다 더 적합한 정보원이 없다. 같은 분야의 사람이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대학원 입학 준비 과정은 기본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사람이라도 무방하다.
다음으로는 지원 시기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최종적인 마감 기한은 대부분 1월에서 2월 사이이다. 내가 지원한 대학원들 역시 거의 대부분 그즈음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최종적인 기한일 뿐 준비는 훨씬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음 장에서 보게 될 TOEFL이나 GRE의 성적은 절대적인 점수로 측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점수를 받아 놓는 게 좋다. 개개인의 준비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10개월 전부터, 그러니까 이듬해 1월이 기한이라고 했을 때 그 해 3월 정도부터는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TOEFL과 모두에게 동일하게 요구되는 GRE는 약간 다른 성격이기 때문에 나는 TOEFL 점수를 미리 받아 놓고 난 후에 GRE 시험을 보았다. 시험뿐만 아니라 SOP, Personal Statement나 Writing Sample은 공을 들여서 써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도 몇 개월을 투자해야 한다. 나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지 못해 순차적으로 했다. 하지만 멀티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병행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앞서 말했지만 생각보다 유학을 가려는 분명한 목적의식 없이 유학 준비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가까이서 그런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왜 내가 유학을 가려고 하는지, 혹시 떠밀려 가는 건 아닌지 먼저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꼭 가지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이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받고, 주변 – 직/간접적 인맥 – 을 총동원하여 그들의 경험을 물어보자. 마지막으로 당연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다. 모든 준비가 그렇지만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나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모델이지만, 미국 대학원 지원을 위한 모든 요소들은 시간을 들일수록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을 먹었다면 당장이라도 움직이도록 하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시작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