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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noNo Sep 06. 2022

2. 각종 증명서류 및 시험

    이 장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원에서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요건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즉, 나를 뽑으려는 대학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절대적인 기준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가장 먼저 학부와 대학원의 성적표 및 졸업장이다. 석사로 지원하는 경우에는 학부의 성적표와 졸업장이, 박사로 지원하는 경우는 학부 포함 대학원의 성적표와 졸업장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 증명서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떤 학교는 박사 과정을 지원할 때에도 석사 졸업장을 필수 요건으로 두지 않는다. 내가 나온 대학원도 그런 경우였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필수 요건은 아니었음에도 나처럼 박사로 입학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석사 졸업장이 있었다. 그러니 석사 졸업장이 있다면 같이 넣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석사 때에도 같은 전공을 했기에 석사 대학원에서 들었던 과목이 인정되어 (credit transfer) 그만큼 박사 졸업에 필요한 이수 학점이 줄어들었다. 같은 전공이나 비슷한 전공으로 박사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학부 및 대학원 성적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느냐는 사실 잘 모르겠다. 정말 좋은 학교, 예를 들어 아이비리그나 듣기만 해도 모두가 아는 top-tier의 대학들은 학점이 아주 좋아야겠지만 사실 그 외에는 학점에서 좀 밀린다면 다른 부분 – SOP/Personal Statement, Writing Sample, Resume 등 – 에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대학에 따라 학점제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학교는 4.5 만점, 어떤 학교는 4.3 만점 등 다양한데 나중에 원서를 쓸 때는 미국 학점제 기준으로 바꿔서 제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미국 학교들은 4.0점 만점이지만 아닌 경우도 있으니 내가 지원하는 대학의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원서를 제출할 때 꼭 확인을 해야 내가 받은 학점보다 낮게 기재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미국 대학의 학점으로 환산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환산해주는 계산기도 있으니 어렵지 않다. 다만 지원하는 학교에서 제시한 학점 하한선이 있는 경우,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원서를 제출해도 무효가 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학점과 졸업장이 준비되었다면 다음으로 봐야 할 시험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있다면 TOEFL은 건너뛰고 GRE만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TOEFL과 GRE 모두를 준비해야 하니 마음이 좀 바빠질 것이다. 사실 TOEFL과 GRE 점수는 지원 준비 기간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당연한 얘기를 자꾸 반복해서 말하지만 정말 미리 시작하는 것만큼 좋은 준비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만다. 나는 모든 인간이 이와 같은 합리적인 판단 하에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대학원 지원 준비 전에 성적을 받아놓지 못했다고 해도 포기하기는 이르다. 2022년 기준, TOEFL iBT는 1년에 130회 정도 진행되고, GRE도 한 달에 두 회 이상은 진행되기 때문에 아직 성적을 받아  놓지 못했다고 해도 지원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험 기준이고 시험 준비는 당연히 그전부터 해야 한다. 내가 2023년 1월이 데드라인인 학교에 지원서를 제출한다고 하면 적어도 2022년 12월까지는 성적표가 나와 있어야 하니 시험은 11월이나 그 이전에 보아야 한다. TOEFL이든 GRE이든 한 번도 치러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시험 준비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린다. 그러니까 아주 늦더라도 2022년 5월이나 6월까지는 (집중적인)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이건 두 시험을 병행할 때의 이야기고 순차적으로 한다고 하면 이것보다 더 일찍, 2월에서 3월 정도에 해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태면 나는 대학에 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TOEFL 시험을 봤기 때문에 시험 문제나 유형에 대해서는 익숙한 편이었다. 물론 내가 고등학교 때 본 건 CBT (Computer-Based Test)였기 때문에 말하기와 쓰기를 추가로 공부해야 했지만 일단 아주 낯선 시험은 아니었다. 현재는 거의 대부분 iBT (Internet-Based Test)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 둘의 차이점은 점수 산정 방식과 iBT에는 말하기와 쓰기 영역이 추가되었다는 정도이다. 다시 돌아와서, TOEFL 시험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거나 성적 기한 (2년)이 만료되지 않은 괜찮은 성적 점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여유가 있겠으나 그 외의 경우에는 자신의 수준에 따라 최대한 빨리 본격적인 시험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GRE (Graduate Record Examinations)는 시민권이나 영주권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지원자들이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시험이다. 이것도 TOEFL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수준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준비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GRE는 크게 verbal reasoning, quantitative reasoning, analytic writing으로 나뉘는데 순서대로 영어, 수학, 쓰기 정도로 보면 된다. 각자가 강하거나 약한 부분은 다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수학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수학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기출문제 모의 문제 등을 몇 번 풀어본 것이 전부였고 성적은 괜찮았다. 참고로 나는 수학이 싫어서 문과 전공을 택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Verbal은 생소한 과목이었고 특히 단어는 무조건 외워야 했기 때문에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또한 토플과 유사성이 짙은 문법 문제와 독해 문제들이 verbal 문제에 포함된다. 문법이나 독해 영역은 문제를 풀어보고 오답을 정리하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단어를 외우는 건 좀 달랐다. 나름 토플 공부를 하면서 단어를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 천지였다. 솔직히 혼자서 외우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았지만 도저히 그 많은 단어를 혼자 앉아서 외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학원을 등록했다. 단어를 거의 머리에 바르는 수준으로 외웠는데 지금은 85% 이상이 휘발된 상태이다. 대학원에서 그때 외운 단어들을 내가 쓴 기억은 없다. 아주 가끔 논문에서 그때 외운 단어들을 만났는데 그럴 때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긴 했다. 근데 누구시더라…


    하지만 quantitative와 verbal은 아니더라도 writing은 학원을 다니거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는 게 좋다. Writing의 경우 나오는 문제의 유형이 정해져 있는데 최대한 다양한 주제로 써보는 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알고 있는 것과 그걸 직접 써보는 건 전혀 다르다. 만약 직접 써보지 않는다면 아는 문제가 나온다고 해도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문장을 쓰진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제한을 두고 함께 모여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모의시험을 쳐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스터디 그룹 대신에 강의를 들었는데 매시간마다 시험을 보고 다음 시간에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  


    쓰다 보니 시험에 대해 너무 자세히 들어간 것 같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나의 수준을 평가해보고 그에 맞춰 집중적인 시험 준비 시기와 시험 시기를 정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일단 TOEFL이 최소한의 점수를 넘었다면 TOEFL 보단 GRE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GRE는 최소 두 번 이상의 시험을 보고 좋은 성적을 고르는 게 일반적인데 그것까지 고려하여 시험 시기를 정해야 한다. 하지만 시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 한 번 시험 삼아 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제대로 공부하고 실전으로 치는 시험도 여러 번 봐야 하기 때문에 연습 차 시험을 보는 건 불필요하다고 본다.  


    처음 두 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과 필요한 시험을 다뤘다면 다음 장부터는 지원할 학교 선정과 대학원 지원의 핵심이 된다고 볼 수 있는 SOP 등의 글쓰기에 대해 순서대로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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