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부분이 바로 어느 학교에 원서를 넣을지 결정하는 이 단계일 것이다. 미국에는 워낙 많은 대학이 있고 학교마다 특성이나 강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지원할 학교를 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이 단계에 꽤 오랜 시간을 썼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특히 박사를 지원하는 경우, 앞으로의 어느 학교 어느 교수님과 일하느냐가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학교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 내가 지원하는 학교가 다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합격했을 때 갈 수 있을 만한 곳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몇 군데에 지원을 하는 것이 적당할까? 이 또한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겠지만 보통은 10에서 15군데를 지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원하는 조건과 맞지 않으면 빼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보다 4-5군데는 더 알아보면 좋다. 나는 최종적으로 박사 10군데 석사 1군데에 지원서를 냈다. 석사로 지원한 학교는 나중에 그곳에서 박사를 할 수 있다면 이어서 할 의향이 있어서 지원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지원하는 수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없지만 내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이 그 정도였다고 판단했다.
몇 군데에 지원을 할지 정했다면 어디에 지원해야 할 것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나는 여기에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썼다. 편의상 첫 번째 방법을 Bottom-up이라 부르겠다. 먼저 내가 관심 있는 연구에 대한 논문을 쓴 저자가 있는 학교가 어디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나중에 SOP를 쓸 때에도 유용했다. 내가 XX 연구에 관심이 있는데, 그와 관련된 이 논문을 흥미롭게 봤다. 그것을 쓴 YY 교수님이 속한 대학원에 지원하고 싶었다. 이런 내용이 SOP에 들어간다면 일반적인 내용이 들어간 지원자보다 한 번 더 눈길이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의 논문을 찾아보고 그것을 쓴 교수님이 어디 대학원에 소속되었는지 보고 그 대학원에 소속된 다른 교수님들은 어떤 연구를 했는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은 Top-down이다. 즉,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방법이다. 일단 내가 가고자 하는 학교 랭킹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두고 n 개로 범주를 나누어 각 범주마다 총 지원하는 학교 수 * 1/n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총 10개의 학교를 지원하기로 했고 랭킹의 상한선을 1위, 하한선을 30위라고 하면 1위~10위 학교에 3군데, 11위~20위 학교에 4군데, 21위~30위 학교에 3군데를 알아보는 것이다. 여기에다 여유를 두기 위해 각 범위마다 한두 군데를 더 찾아보면 된다. 아직 연구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한 경우 이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학교를 찾아보다 내가 관심이 가는 분야가 명확해지기도 한다.
나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썼다. 확실히 가고 싶은 학교 몇 군데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대학원 순위에 따라 골고루 지원했다. 대학원 순위는 US News에서 제공하는 “Best Graduate Schools”를 참고했다. US News Best Graduate School을 검색해서 들어가면 어느 프로그램 (전공)의 순위를 볼 것인지 선택하라고 나온다 그중에서 자기가 지원할 분야를 선택하고 검색하면 순위대로 나열해서 보여준다. 그중에서 자기와 fit이 맞는 학교를 추려내면 된다.
이렇게 가고 싶은 학교를 정해두고 난 다음에 할 일은 그 대학원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도 학교의 명성이 높은 곳이 있지만 대학원의 경우 학교 자체보다 그 대학원이 얼마나 좋은 지가 더 중요하다. 대학원이 부실하면 학교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학생 지원에 인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액 장학금을 주는 학교가 우선순위였기에 이 부분이 분명해야 했다. 일단 각 대학원 웹사이트에 가서 그들이 강점이라 내세우는 부분을 보고 교수진을 보았다. 교수들의 연구 분야와 논문 제목을 보면 대충 어느 쪽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학원인지 감이 온다.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교수들의 최근 논문의 초록까지 찾아봤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리스트를 작성해서 정보를 워드 파일에 긁어모았다. 이 작업을 미리 해놓으면 나중에 SOP를 쓸 때 다시 찾아보지 않아도 돼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전공 분야를 단 하나로 정해두고 그곳만 써야 하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다른 분야를 지원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 분야와의 접점이 있는 대학원이면 오히려 시야를 넓힐 수도 있다. 이과 쪽 전공은 다를 수도 있지만 문과 쪽에서는 범위를 좀 넓게 지원해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것 같다. 가령, 내가 정책학 전공을 지원한다고 하면 정책학 (public policy)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정치과학 (political science)등으로 범위를 넓혀 지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다른 과의 수업을 들어도 학점을 인정해주기도 하므로 만약 내가 원하는 수업이 해당 대학원이 없을 경우에 그런 대안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 그 학교의 위치이다. 만약 내가 날씨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너무 덥거나 추운 지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의외로 이 부분이 맞지 않아서 대학원 생활하는 내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날씨 말고도 한인 인구가 많거나 적은 곳 (한인 마트나 식당, 한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곳), 문화생활을 적절히 즐길 수 있는 곳 등을 비교해보며 내가 향후 몇 년간을 살게 될 지역을 면접한다는 느낌으로 찾아보자. 절대 안 되는 지역을 순차로 제거하다 보면 어느 정도 범위가 추려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한 곳도 남지 않는 수가 있으므로 적당한 타협은 필요할지도.
이렇게 지원할 학교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나의 경험과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대학원 원서를 내고 난 뒤부터는 내가 평가받는 입장이 되지만 그전까지는 내가 앞으로 다닐 대학원을 평가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된다. 이 단계는 시간이 걸리지만 나름 재밌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합격하면 가게 될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하고 근처에 갈 만한 곳들이 있는지 찾아보면서 머리를 식힐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학교만 추려내도 반은 해낸 것 같은 자신감이 들기도 한다. 다음 장부터는 각종 “쓰기”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써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분명 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