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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noNo Sep 06. 2022

8. 기다리기, 실망하지 않기, 포기하지 않기

    인터뷰까지 끝났다면 모든 것이 나의 손을 떠났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대체로 지원서 마감 기한이 지난 뒤 한 달 이내에 합격 여부를 알려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가 될 수도 있고 그보다 일찍 연락이 올 수도 있다. 나는 3월 이전에 거의 모든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4월 중순까지 연락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입학 여부 결정에 따라 waitlist에 있는 사람은 조금 더 기다려야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하나 둘 씩 이메일이 오기 시작한다. 합격 메일뿐만 아니라 불합격 메일도 매우 친절하게 보내준다. “당신은 아주 유능한 지원자이지만 (마음의 소리: 그러면 뽑아야지요) 올해에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지원을 했고 …  Unfortunately…” 라며 구구절절 쓴 메일은 불합격 통보 메일이다. 나도 첫 불합격 메일을 받았을 땐 좀 힘들었는데 후에 몇 개 더 받아보니 익숙해져서 나중엔 불합격 통보에 어떤 문구를 쓰는지 비교를 해보기도 했다. 반대로 합격 메일은 매우 명확하고 간결하다. 일단 “Congratulations!”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첫 문장부터 다르다. 그 뒤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합격 여부는 나의 능력이 반영된 결과지만 그게 절대적이진 않다. 이건 대학원에 들어오고 나서 알게 됐는데 매년 대학원의 사정이 다르고 학교의 사정이 다르다. 어느 해에는 대학원의 사정이 넉넉하고 교수님들의 펀딩이 여유가 있어 더 많은 학생들을 뽑는가하면 어느 해에는 사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박사 학생의 경우엔 학교에서 학비를 일부라도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학원의 사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매년 박사 과정 학생들의 수가 들쑥날쑥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리 내 능력이 뛰어나도 떨어질 수 있다. 즉, 대학원 합격 여부는 나의 능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자기가 떨어질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떨어졌다면 그건 내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고 기타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뜻이다. 그러니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만약 모두 불합격 했거나 한두 군데에 합격을 했다면 고민이 될 수가 있다. 미국 대학원 입시를 아예 포기하거나,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합격한 대학원에 가거나, 아니면 내년에 다시 시도해보는 등의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군데라도 붙었다면 그곳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각자의 생각이나 사정은 다를 수 있으니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만약 아무데서도 합격 소식을 받진 못했지만 대학원에 가는 것이 인생 계획에 분명히 들어 있다면 다음 해에 다시 도전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한 번 경험이 있으면 내년에 지원할 때엔 더 수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남은 일 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이다. 그 시간이 내년에 재도전 하는 데에 발판이 될 수 있는 시간이라면 좋겠다. 쉬더라도 내가 왜 쉬고 있는지 무엇을 하면서 쉬는지 또 그 시간이 나의 삶에 어떤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보내는 거다. 그러면 내년에 재도전할 때 즈음이면 한층 더 탄탄한 지원서 (특히 SOP에 들어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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