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낳기 위해 셋까지 도전
첫째 임신..
처음부터 딸만 생각했어요.
'하경'이라는 이름을 지어 놓고 간절히 기다렸어요.
그런데 아들을 낳았습니다.
저도 신랑도 3남매였고
형제가 많아서 힘들 때보다 좋을 때가 더 많았어요.
그래서 하나만 낳을 생각은 없었답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처럼 셋은 좀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둘째는 꼭 딸을 낳고 싶었어요.
둘째 임신..
이번에도 하경이를 불러가며 태교를 했어요.
어머.. 입덧이 첫째 때랑 다르지 않겠어요?
세상에 세상에... 기대를 잔뜩 했지요.
그런데 예쁘장한 딸같이 생긴 아들을 낳았어요.
골격이나 생김새가 어찌나 이쁜지
요 넘이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다시 도전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
.
.
결국 다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꼭 친구 같은 딸을 낳으리라.
왜 친구 같은 딸에 집착했을까요?
신랑이 너무 무뚝뚝했거든요.
'알콩달콩'이란 말이 국어사전에는 있지만
신랑과의 관계에서는
대체 알이 뭐며, 콩이 뭔지 당최 알 수가 없어요.
여러분들은 아시나요?
아신다 해도 손들지 마세요.
배가 아플 거 같네요.
연애 시절에는 헤어지려고 애를 썼던 적도 있어요.
정이 깊어지기 전에 손을 털고 싶었죠.
너무 믿음직하고 묵직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지만
요즘 MZ들 말처럼 '티키타카'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고 '사랑해'라는 말은 편지에서나 볼 수 있었지 직접 들을 수 없는 말이었거든요.
평생 남편이랑 친구처럼 알콩달콩 살고 싶은데
사귀어보니 싹수가 노랗고..
저의 로망을 포기할 수 없어
헤어지려고 했지만
모두 예상하셨다시피 결혼까지 간 거예요.
신혼 생활도 너무 외로웠어요.
아.. 이렇게 어떻게 평생을 사나 싶었죠.
그래서 딸을 낳고 싶었어요.
남편에게 채울 수 없다면
자식을 통해 채우고 싶었던 거죠.
비장하게 셋째 임신..
어머.. 어머..
첫째, 둘째랑 입덧이 또 달랐어요.
둘째 때 이 느낌.. 한번 실패했지만
설마 설마 하며
'이번에는 배신하지 않을 거야.'
두 근 반 세 근 반
콩닥콩닥 기다렸어요.
저는 셋째도 아들을 낳았습니다.....
하경이라는 이름은 결국 주인을 못 만났네요.
지금 어떻게 지내냐고요?
여전히 외롭냐고요?
신랑을 강력하게 트레이닝시켰습니다.
딸을 낳았다면 아마 신랑을 포기했을 거예요.
'저 사람은 안 변한다.
나는 딸이랑 친구처럼 놀자.' 했을 텐데
불행은 어느새 제게 행운이 되어
신랑 없으면 못 살게 되었네요.
아들 키워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아들들은 신랑보다 더한 것들이에요.ㅜㅜ
신랑이랑 평생 오래도록 살 생각에 행복합니다.
연애 때도 못 느껴 본 충만한 사랑의 감정..
불행이 행운으로 둔갑한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