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yes24를 이용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직장에 다닐 땐 주로 오프라인 서점에 갔고 아이 낳은 후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게 됐다. 십수 년쯤 전 어느 날이었다. 아마도 2007년 전후? 아이가 잠든 사이 yes24 홈페이지에서 책을 보내 준다는 이벤트를 봤다. 읽고 싶던 책이었던지 나는 난생처음 응모를 했다. 육아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있는 처지를 짧게 쓰고 책을 보내주시면 감사히 읽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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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오지 않았다. 낙첨이었다. 그런데 대신 내가 주문하지 않은 택배 박스가 왔다. 책 한 묶음, 대여섯 권 정도 됐다. 제목은 잊었지만 그중 『여자의 진짜 인생은 30대에 있다』라는 책은 기억이 난다. 쪽지에는 "책을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사정상 못 보내고 다른 책을 보냅니다. 힘내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분명 yes24에서 보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메일을 쓰거나 전화를 드리거나 인스타그램에 올렸겠지만 당시엔 놀라고 감사했을 뿐 그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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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 봤다. yes24의 그분은 샘플이나 증정본 중 20대 여자가 읽을 만한 책을 모아 나에게 보내셨던 것 같다. 쪽지를 주셨지만 이름이나 소속 같은 건 밝히지 않으셨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회사로 연락하는 걸 원치 않으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강산이 바뀌고 집에 책이 늘어나면서 보내주신 책들은 어디론가 흩어졌다. 지인에게로, 중고서점으로... 그때의 쪽지와 책들은 내 기억 속에만 있다. 너무 아쉽다. 감사 인사를 남겼어야 했는데, 쪽지를 간직해야 했는데... 책을 보내주신 분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분이 아니었을까이제 와 상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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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yes24 MD 김성광 님의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를 읽었다. 좋은 서점원이 되고자 자투리 시간을 모아 책을 읽는다는 저자는 일을 좋아하는 칼퇴주의자다. 아이가 생기면서 자신만의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일에, 가족에게, 나 자신에게 시간을 고루 들이고 싶다"(p.69) 고,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책'을 '팔리는 책'으로 만들고 싶어 오늘도 출퇴근 지하철에서, 혼밥 식당에서 독서 중일 저자를 응원하게 됐다. 10년 차 서점인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삶'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책을 보내 주셨던 그분이 떠올랐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감사했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