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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Mar 15. 2022

귀차니스트들이여 미니멀리스트가 되라

‘잘 한다.’는 칭찬을 듣지 말자     


나는 귀차니스트다. 꼭 해야 하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고 부지런히 하지만 동기가 없는 일, 잡다한 일, 누가 시켜서 하는 일, 몸을 써야 하는 일들에 있어서는 게으르며 귀찮아한다. 

어릴 때 엄마는 늘 나에게 ‘게으르다.’ 는 말씀을 하셨는데 일하기를 워낙 싫어해서다. 한 살 터울인 언니는 맏이로서 책임감이 투철해 부지런히 부모님을 도왔고, 할일을 성실하게 잘 했다. 저녁 설거지나 휴일의 설거지, 청소 등은 우리 남매들이 해야 했는데, 둘째인 나는 설거지가 싫어서 언니한테 슬그머니 미루고 꽁무니를 빼기 일쑤였다. 청소도 맘에 내키면 방이 빛나게 했지만, 청소하기 싫을 때는 동생 세 명을 불러놓고 각각 할일을 정해주고 지휘만 했다. 방학이 되면 그림을 그리고 인형놀이를 하며 노는 게 제일 재미있었는데, 가끔은 엄마를 따라 들에 나가 김을 매야하기도 했다. 억지로 따라 나서기는 해도 일하기가 싫어서 꼼지락거리거나 불평을 해서 엄마한테 꾸지람을 듣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나의 의지와 동기로 대부분 일을 했으므로 주위사람에게 ‘게으르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므로 간혹 별 의미 없이 몸을 쓰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짜증이 나고 일에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가사 일은 주부이고 엄마이니 의무와 책임감을 가지고 한다. 요리나 청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건강한 식단과 위생을 생각하며 성실하게 가사 일을 한다. 그 이유가 나를 움직이는 동기가 된다. 그러나 타인을 불러서 먹이고 노는 일은 집에서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외부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으므로 굳이 피곤한 일을 만들지 않는다. 


가족을 위하는 일이라도 화려한 요리나 성대한 생일상, 명절음식을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리는 일은 없다. 평소 상차림은 한식위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한다. 조리과정이 복잡한 요리는 되도록 하지 않으며, 복잡한 요리여도 꼭 먹고 싶은 것은 뺄 건 빼면서 내 방법대로 만든다. 생일에는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생일상을 차려준다. 우리가족은 대부분 평소에 잘 먹지 않는 피자나 치킨 등 먹고 싶은 것 한두 가지로 생일을 간소하게 지낸다. 명절에도 딱히 준비할게 별로 없다. 떡은 시장에서 사다 먹고 전이나 부침을 식사 시에만 그때그때 조금 준비한다. 떡국이나 떡만둣국을 끓여 먹고 각자 할 일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하며 편하게 지낸다. 고향에 부모님이 계시지만 명절 전에 미리 다녀와서 명절에는 먼 거리 이동이 되도록 없게 한다. 

    

명절이 돌아오면 우리나라 주부들은 ‘명절증후군’ 이 심하다. 명절에 일이 많든 적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 년에 두 번씩 큰 명절이 있고, 양가 부모님 생신, 어버이날, 어린이날, 제사 등 몸과 마음의 부담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행사들은 주부혼자 ‘간소하게 하자.’고 한다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행사 스트레스에 어깨가 짓눌린다면, 조금씩 자기 소리를 내고 의견을 말해서 가족들이 엄마와 아내, 며느리의 고충을 덜어 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요즘은 예전보다는 많이 간소하게 하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주부들은 명절이나 집안행사로 괴로움이 많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혼자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부모님과 친지들의 도움을 구하자. 칭찬을 듣고자 행동하는 것보다 자신의 몸을 더 소중히 여기자. 가족행사가 부담스러우면 가끔씩 빠지기도 하면서 반응을 보자. 처음에는 말이 많고 며느리들끼리도 언사가 불평일 수 있지만 “쟤는 원래 저래.” 하며 크게 기대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뭐든 잘한다고 인정을 받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못한다고 뒤로 욕을 좀 먹으면 어떤가? 뭐든 잘하면 살기가 피곤하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일은 도맡아 하며 사람들은 매사에 기대가 많아진다. 그런 칭찬은 반납하고 사는 게 편하다. 타인이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에 신경 쓰지 말아야한다. 내 귀로 안 들으면 그만이다. 열심히 일 해준 결과는 ‘잘한다는 칭찬’과 ‘골병’뿐이다.      


귀차니스트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기에 딱 이다!     


나는 칭찬은 안 들어도 좋으니까 골병은 들기 싫다. 아프면 그들이 고통을 대신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니 나만 슬프다. 그럴 일을 어리석게 자처해서 열심히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가족 친지를 잘 설득하고 “힘들다.”고 말하자. 모임이나 행사가 잦다면 줄이도록 의견을 말한다. 속으로 앓으면서 굳이 따라갈 필요가 있겠는가? 자주 꿈틀대서 자신의 안위를 스스로 지켜나가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남에게 맡기고 혼자서 떠맡아 열심히 하지 말자.      


독일 바이에른 공화국의 병참감과 통수부장을 지낸 쿠르트 폰 햄머슈타인 에쿠오르트 장군은 “유능하면서 게으른 자는 지휘관으로 삼고, 유능하면서 부지런한 자는 참모로 삼으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에 대해《하지 않을 일 리스트》의 파(Pha)는 “게으른 사람은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할 것이고, 부지런한 사람은 체력과 정신력으로 해결한다.”고 덧붙였다. 

나도 체력이 넘치지 않고 부지런하지 않아서 일을 할 때는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 할 방법을 생각하므로 상당히 공감되는 말이다. 


성실해서 크게 득 될 일이 없는 상황에서는 적당히 못하는 척도 하고 너무 열심히 하지 말자. 열성적인 사람은 일을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불필요한 일에 공연히 나서서 곤란한 일을 만나기도 한다. 아무 보상도 없는데 잠 안자가며 일을 한다. 그들은 ‘잘 한다.’는 칭찬에 힘을 얻거나 스스로 뭔가 ‘성취했다는 뿌듯함’, 또는 자신이 ‘일한만큼 성장했다.’는 만족이 있기 때문에 한다. 

나도 어떤 성취를 위한 동기가 있을 때는 자청해서하기도 하지만 그 외의 일에는 절대 나서지 않는다. 뭔가 일을 통해 자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상황에서만 사서 고생을 한다. 일상의 잡다한 노동이나 몸을 쓰는 일은 일부러 나서는 일이 거의 없다. “잘 못한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말하며 회피한다. 원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타인이 나에게 기대하지 않아서 편하다.      

일하기를 싫어하고 몸을 쓰기 싫어하는 내게 미니멀리스트는 딱 어울린다. 


물건관리가 싫고 쓸고 닦는 게 힘들다면 그만큼 물건을 비우면 된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집안에 식물을 가득 키우고 애완동물들을 기른다. 잘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애지중지 먼지를 닦고 자리를 내준다. 힘들면 안하면 될 일을 끊어버릴 생각을 못한다. 하기 싫고 귀찮으면 버리면 된다. 자신이 관리할 범위의 물건만 둔다. 

어떻게 하면 삶을 간소하고 쉽게 살 수 있을지 머리를 쓰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개선하지 않은 채 무조건 즐기면서 일만 한다면 ‘절대’ 언제나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일을 쉽게 하고, 빠르고 편하게 할지 연구하라.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즐기자.’고 자신을 세뇌 시키지 말고, 상황을 개선하고 방법을 달리하라. 안 해도 될 일은 아예 통째로 버리라! 


뭐든 미니멀리즘 적으로 생각하면 일이 쉽다. 

파레토의 법칙을 빌어 설명하자면, 자신이 가진 20%의 물건과 20%의 일이 진정한 성과의 80~100%의 결과를 낸다. 쓸모없는 80%의 잡다한 물건과 잡무들을 비우고, 꼭 해야 할 20%의 일에 집중하고 필요한 20%의 물건만 소유하고 살자. 그러면 게으름뱅이에 귀차니스트인 이들도 부지런한 사람 못지않은 결과를 이룰 것이다. 거기에 덤으로 얻는 것은 여유 있고 건강하며 편안한 삶이다. 




인생을 여유롭고 쉽게, 효율적으로 살게 하는 미니멀 라이프!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 Part 5. 소유가 나를 말해주지 않는다 중 9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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