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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Mar 25. 2022

돈보다 중요한 것

약속을 깨뜨리는 사람들

중고물품을 구입해볼까?


당근 마켓을 처음으로 이용해 보았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도 한 번도 당근 마켓을 이용해 비울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었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싫어하는 나는 집안의 가재도구를 비울 때, 재활용으로 내다 놓거나 아니면 나눔으로 해결을 했다. 그도 마땅찮은 물건은 쓰레기로 비우는 길을 택했다. 중고로 파는 일은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하고, 오가는 번거로움과 기다려야 하는 등의 불편함을 참기가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멀쩡하고 좋은 물건을 비울 때는 종종 중고로 팔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도,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 며칠, 혹은 몇 시간을 신경을 쓰는 일이 싫었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시간과 정신을 허비하는 걸 원치 않았다.


중고물품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반대로 구입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의자가 필요해서였다. '새 것을 살까?' 하다가 당근 마켓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이웃들을 보니 당근 마켓을 쏠쏠하게 잘 이용한다는 말을 하는지라 호기심이 생긴 거였다.


타인의 시간과 에너지에 감각 없는 사람들


쓸만한 의자를 두세 개 찜해놓고 메시지를 넣어보았다. 메시지를 넣어놔도 하루가 지나도록 답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중고거래를 처음 해보는지라 사람들의 책임감 없는 행동에 화가 났다. 이런 사람들의 태도란, 더 좋은 거래가 있으면 그 이외의 메시지는 무시하는 것일 테다. 답을 하든 안 하든 자기에게는 손해가 없으니 말이다. 상대가 메시지의 답을 기다린다는 생각은 안 하나보다. 다른 사람과 거래를 한다면 '거래가 성사됐다'라고 한마디라도 답을 해주어야 예의가 아닌가! 그러면 기다리는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시간이나 정신적 손실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또 다른 거래는 메시지를 넣은 후 4시간 후쯤 연락을 받았다. 하나, 거래가 바로 성립된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의 시간에 맞추어 조율을 해야 했다. 다음날 자신이 퇴근한 후 저녁 8시경에 거래하자고 하였다. 이런 거래가 처음이라서 당연히 '약속한 날 약속한 시간에 의자를 받아오겠거니' 하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다. 한데 '웬걸~' 피곤해서 다음날로 연기해야 한다나 뭐라나, 그마저 시간이 돼도 소식이 없어서 "언제 나오시냐"라고 메시지를 넣은 다음에야 답을 준 것이었다.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는 거래하고자 하는 다른 사람의 메시지도 있을 것이었으므로 내게 간을 본 것이다. 처음에는 서로의 사는 곳 중간지점에서 보기로 약속했었다. 나중에 약속을 변경해 중간 지점이 아닌 자기네 집까지 와서 받아 가라 하였다. 이 조건을 수용하는 사람에게 넘긴다는 것이리라. 화가 나서 다음 메시지에는 답도 하지 않았다. 약속을 자기 편의대로 번복하는 사람의 물건 자체를 돈 주고 거래하기가 싫었고, 몰상식하고 무례한 사람을 상대하고 싶지도 않아서였다.


타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껌 씹듯 아무렇게나 짓이겨도 되는 것인가? 상대가 입을 시간과 정신적 손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의 행태에 기가 찼다. 자신에게만 이득 되는대로 행동하는 사람들, 아무리 보이지 않는 통신상이고 안면 없는 사이라 해도 이토록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을까 싶다.


시간과 정신을 지키는 게 돈보다 중요하다


당근 마켓 앱을 지워버리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당장 새 의자를 샀다. 잠깐의 시간이면 편하고 쉽게 처리할 일을, 이틀 동안 신경 쓰고 신경전을 벌인 게 어이가 없었다. 이래서 중고거래를 하지 않았던 것인데, 이웃의 얘기를 듣고 안 하던 짓을 하려니 문제가 발생했다. 물질적으로 큰 이득이 없는 한 다시는 중고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마다 다른 시선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미니멀리스트인 나는, 얼마간의 돈을 절약하기 위해 시간과 정신적 손실을 입는 일을 싫어한다.

작은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하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시간은 곧 물질이고 돈이다. 작은 것을 구입하기 위해 몇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돈을 버는 것이다.

공연히 타인과의 신경전으로 스트레스받을 일은 피하고 싶다. 집중해야 할 일이 아닌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이 분산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이다. 정신이 소란스러워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은 얼마간 차익을 남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정신이 맑고 깨끗해야 다른 여러가지 일을 함에 있어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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