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기를 종강한 대학생의 최후
2019년 12월 20일 금요일 오후 3시 55분
정확히 위 시간에 기말 리포트를 제출하면서 마지막 학기를 종강한 대학생이 되었다. 아니, 이제 대학생이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나와 같은 처지인 다른 사람들은 이번 종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평소처럼 방학이 시작됐다고 마냥 좋아라 하기엔 개강이 없다. 사실상 끝없는 방학, 다시 말해 공식적으로 백수(a.k.a 취준생)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종강이 싫은가? 결코 아니다. 비로소 시험과 과제, 팀플, 리포트에서 진정으로 해방된 지금 입꼬리가 삐쭉삐쭉 거리며 계속 올라가려 한다.
어쨌든 나는 종강이자 졸업을 꽤 바란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8살 때부터 시작된 '학생'이란 신분에 질린 탓이고, 하나하나가 모두 평가로 직결되는 과제와 시험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침잠이 많아 2학년 때부터 무조건 1교시는 피해 듣던 내가 졸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월요일 1교시를 수강하면서 육체적으로도 더욱 힘들었을지 모른다. 일요일 밤만 되면 왜 아직 종강이 오지 않았는지에 대해 수백 번 한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희한하다. 분명 바라던 존재였는데 어쩐지 뒷맛이 씁쓸하다. 항상 행복함만 선사하던 종강이기에 어쩐지 배신감까지 든다. 무소속에서 오는 불안감. 수없이 들었던 그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결국 나도 빨려 들어가고야 말았다. 다시 한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맞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낙천적(?)인 나는 처음 겪는 이 순간 역시 존중해주고자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예견된 미래였으니,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최대한 당당하게 맞서 보겠다. 그래, 나 백수다. 어쩔래! (아, 이게 아닌가?)
이제 학생이란 핑계조차 사라져 당장 할 일도 없는 나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순간과 감정들에 대해 아주 솔직히 적어보겠다. 일 년쯤 지나고 이 글들을 읽을 때 '이런 말도 했었나?'라며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가 되어 있을지, 여전히 같은 상황이라 지금보다 더욱 작아진 내가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방향에 있든 기록 자체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혹시 또 모르지, 브런치 덕분에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쨌든 밀려오는 파도에 본격적으로 몸을 맡겨보려 한다. 그나저나 수영도 잘 못 하는데, 튜브 정도는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다. 에라이, 어딘가엔 도착하겠지, 뭐. (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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