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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시청자 Feb 04. 2020

휴학이 좋았던 진짜 이유

2021년의 나는 무엇을 할까

최근 인기리에 방송하고 있는 <사랑의 불시착> 8화엔 이런 장면이 나온다. 크리스마스는 남의 생일일 뿐이라던, 그래서 중요하지 않고, 유난 떠는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까지 표현한 윤세리(손예진)가 리정혁(현빈)을 위해 무려 북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선물을 준비한다. 이런 말과 함께.



사람이 참 한 치 앞을 몰라요.
암튼 인생은 뭘 장담하면 안 돼.



앨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빨간 머리 앤도 다른 듯 비슷한 말을 남겼다. 이 두 대사는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 변수가 꽤 멋지고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멋지다고 했나? 그런데 애초에 '생각'이 없으면 어떨까? 그것을 변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다. 단순한 우연일 뿐이다. 문제는 사람은 우연만 맞닥뜨리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계획과 예상이 필요하다.


여기서 취준생은 큰 문제를 직면한다. 바로 그 예상 가능함이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 입시만 집중하면 되었다. 대학생 땐 졸업 요건에 맞춰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며, 시험을 보면 됐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며 1년 후의 내가 무얼 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대학교 4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태어난 지 만 23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은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휴학생 신분이 좋았다. 3학년을 마치고 한 1년 간의 휴학은 엄청난 계획도 없었고, 어디 인턴에 합격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대학생이면서 휴학 한 번 안 하고 졸업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불현듯 한 직감과 학교를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섞여 대책 없이 지른 것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듣던 4학년 때보다 오히려 불안하지 않았다. 왜? 당장 할 일은 없어도 일 년 후 나는 복학생이 되어 있을 테니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서 느끼는 안정감이 아니다. 일 년 후 나의 모습이 예상 가능함에서 오는 편안함이었다. 내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정말로 한 치 앞도 짐작할 수 없다는 사실은 무척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특히 대학 때문에 서울로 상경한, 본가가 지방인 경우에 그 감정은 더욱 심화된다. 서울 자그만 자취방에서 숨만 쉬어도 돈이 술술 나가는 걸 뻔히 아는데, 더 이상 이 대학가에 살 이유가 없어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당장 어느 회사에 취직할 줄 알고 옮긴단 말인가! 그렇다고 아예 본가로 내려가기엔 여러모로 취준에 불리한 상황이다.


그나마 내가 발견한 일시적인 해결책은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다. 며칠뿐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불안감을 추스를  있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머릿속으로 회사에 합격했다는 상상을 하면 된다. 상상취직이랄까? 문제는 합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웃픔) 누군가는 김칫국이라고 하겠지만, 서류 발표가  때까지 며칠만이라도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 오늘도 자기소개서를 쓰러  보겠다. 전국의 취준생 동무들! 가열차게  보자우! (사랑의 불시착 ST)



*소재 특성상 언제 글이 업로드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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