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린이가 된 후에야 알게 된 점
어느덧 대입이 마무리되고, 입학을 앞둔 시즌이 찾아왔다. 해당 주제로 글을 쓰기 나쁘지 않은 타이밍 같지만 한참을 망설였다. 이유는 단 하나, 내 무지함이 너무 낱낱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결과는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쓰게 되었다. 한 명이라도 도움을 받거나, '나만 이렇게 모르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끝내 이겼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세계에 대해 1도 모르던 올챙이 시절은 있기 마련이니까”라고 애써 믿으면서. (설마 나만 몰랐던 건 아니겠죠...?)
어렸을 때부터 뉴스에서 공채 시즌, 상반기 공채, 하반기 공채와 같은 말들을 듣다 보니 (요즘은 대기업도 상시 채용으로 바뀌는 추세다) 취업도 대입처럼 특수 시즌이 존재하는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다. 대학이라곤 서울에 있는 유명 학교 몇 군데와 카이스트까지 겨우 알던 중학생 때 내가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일까. 고등학생이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대학이 있었구나!'라고 깨달았듯, 이번엔 '한국에 회사가 이토록 많았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유학처럼 외국계 회사도 있지만, 패스하겠다)
수많은 회사가 채용을 동일한 시점에 시작할 수 없다. (대입도 정시에서 가군, 나군, 다군으로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회사에서 인력이 필요한 순간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에 결코 정해진 대로만 진행할 수도 없다. 공채 위주로 진행하는 회사여도 추가 채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며, 공채마다 뽑는 직무 역시 달라진다. 대학처럼 모든 전공을 한 번에 다 뽑지 않는다.
상시 채용은 (입시나 공채와 달리) 약속된 기간 동안 모든 지원서를 받은 후, 동일한 시점에 심사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시 채용은 타이밍이 꽤 중요하다. 주의사항에 '해당 공고는 채용 완료 시 조기에 마감될 수 있습니다'라고 친절히 알려주는 회사도 있지만, 아닌 곳도 많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인기가 많은 회사는 공고가 올라온 지 7~10일 이후에 지원한다면, 서류가 제대로 검토되지도 못한 채 탈락할 수 있다. 앞선 지원자 중에 이미 2차 면접까지 잡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은 대부분 학교 홈페이지에서 결과를 조회할 수 있다. 수험번호를 입력하면 합격/불합격 (혹은 예비 합격) 통보를 알리는 팝업창이 뜬다. 대기업은 인재 채용 페이지가 별도로 만들어져 관리되므로 홈페이지를 통해 결과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회사에서는 메일로 결과를 알려준다. 합격 여부, 면접 일정 관련 등등. 물론 불합격 소식에 마음이 쓰린 건 대입이나 취업이나 똑 같 다.
메일로 안내하는 회사는 보통 정해진 일정이 없는 편이다. 결과 발표 일정이 명확히 정해져 있다면, 수시로 핸드폰을 바라보진 않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취준생에게 친절한 회사는 많지 않다. 계속 예비 인력을 세이브하는 느낌이랄까.
메일함을 열기 두렵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는 작은 회사일수록 불합격 통보를 메일로 하기 때문이다. (아닌 회사도 있다) 대개 합격을 하면 자세한 내용은 메일을 참고하라는 전화 또는 문자가 온다. 특히 1차 서류를 합격하여 면접 일정을 잡는 경우, 스케줄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주시는 곳이 많다. 그러니 지원을 하고 일주일에서 열흘이 넘도록 아무 연락이 오지 않으면, 메일함을 열기 전에 잠시 심호흡을 크게 하는 편이 좋다. 마음의 준비는 미리 하도록 하자! (그래도 아프겠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대학도 학생마다 원하는 전공이 다르지만 한국은 대학 서열이 매우 명확한 나라고, 전공별로 학교 순위가 1등부터 하위권까지 뚜렷하게 정해져 있다. (입학할 수만 있다면야 모두들 SKY를 바라는 건 당연하지 않나) 그러나 회사는 아니다. 직무뿐 아니라 산업으로도 나뉘고,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서도 결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똑같이 마케터를 꿈꾸더라도 관심사에 따라 누군가에겐 CJ ENM이 삼성전자보다 가고 싶은 회사가 될 수 있다. 즉 실제 국내 대기업 순위와 취준생이 지망하는 순위는 전혀 다르다.
직업을 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연봉, 복지, 워라밸, 성장 가능성, 안정성' 등등 가지각색이다. 모두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공무원을 열렬히 희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예 생각조차 안 하게 된다. 요즘은 공무원이 가장 공평한 방법이라 -경력은 없어도 되니까- 도전하는 경우도 있는 듯한데, 이 또한 가치관의 차이로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시는 아무리 학생부 종합 전형 (-요즘도 이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내신과 비교과 활동 및 면접을 통해 선발하는 전형)으로 지원하더라도, 합격 가능성을 가늠할 지표가 있다. 내신이 됐든 수능이 됐든 시험은 명확한 줄 세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년도 경쟁률을 친절히 알려주며, 합격자 마지노선 공유도 빠르게 되는 편이다. 논술처럼 예측하기 힘든 전형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경쟁자와 내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 (참, 모의고사를 빠뜨릴 뻔했네!)
그러나 취업 시장은 다르다. 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많은 취준생이 취업을 할 때까지 계속 불안에 떠는 주된 이유다. 심지어 대학에서는 각자 선택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고등학교 시절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더더욱 다른 경쟁자들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취준 관련 카페에서 서류 합격/불합격 스펙이 알음알음 공유되긴 하지만, 당락이 100% 스펙 때문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통계를 낼만큼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는 것도 아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하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긴다는 말인데, 적을 모르고 나를 모르니 어찌 이길 수 있을까. 대입도 '운'이 꽤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취업은 '운'이 당락을 좌우할 만큼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소개서를 읽는 담당자의 기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참 씁쓸할 따름이다.
일단 글을 다 썼는데 발행을 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이 된다. 부디 내 부끄러움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결코 당신만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러니 전국에 계시는 취준생 동지분들, 오늘 하루 걱정은 잠시 내려두고 건강하시길!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니까. (그거 아시나요? 건강하지 않으면 최종 합격해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마지막에 건강검진을 시키기도 하거든요. 오, 이것도 대입이랑 다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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