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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시청자 Jan 10. 2021

짧은 일기 한 편 어떠신가요?

취준 기간에는 일기를 써 보자!


고백하건대 초등학생 때 숙제로 쓰던 시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꾸준하게 일기를 써 본 기억이 없다. (언제나 로망으로 마음 한편에 묻어두었을 뿐) 일기란 나에게 닿을 듯 닿지 않는 존재였다. 꾸준하게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나도 예쁘게 꾸미고 싶지만… 막상 악필로 가득한 내 일기장을 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쓰고 싶고, 찢어 버리고 싶은 그런 양가적인 존재. 결정적으로 일기를 향한 성실함이 없었다. 항상 내 일기는 매년 1월에 멈춰있었다.




하지만 취준을 하면서 달라졌다. 간혹 며칠 분량을 몰아 쓸 때도 있었지만 꼬박꼬박 일상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이번에야말로 로망으로 남겨두지 말고, 진짜 일기를 써 보자!'라는 당찬 포부를 갖고 시작했는데, 막상 쓰다 보니 일기의 (당연한) 가치를 깨달았다. 비로소 내 하루를 잃어버리지 않게 된 것이다. 또 이것이야말로 취준생에게 가장 필요한 위안일 수 있겠다-라는 사실도 함께 알아버렸다.


그동안은 일상을 기록하지 않아도, 정확히 과거 어느 날에 (예를 들면 2016년 4월 29일에) 무엇을 했는지 몰라도 괜찮았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더라도, 기간 별로 충분히 유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예로 든 2016년 4월 29일엔 대학교 2학년 재학 중이었으니, 중간고사를 마쳤을 테고, 곧 발표될 중간고사 성적이 신경 쓰이지만, 다가 올 축제를 기대하며 동기들과 신나게 놀았을 것이다. 어쩌면 과제의 늪에 허우적거렸거나.


그러나 취준생은 어딘가에 소속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매일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하루하루 나름대로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만족할만한 결과(취업이라든가 합격이라든가)가 없다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착각(a.k.a 회의감)은 사람의 정신력과 열정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딱 좋다. 대놓고 취업 관련된 것만 기록해도 의미가 있겠지만, 나는 최대한 소소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시 읽어봤을 때 웃음이 지어지게끔 만들어주는 건 결국 소확행 친구들이더라.



2021년 일기장 아니고, 2020년 일기장이다


물론 사람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 듯, 빠지지 않고 기록하지는 못했다. 약 한 달 하고도 보름 동안 일기를 쉬었던 기간이 있다. 일기를 쓰는 게 습관이 안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2020년 5월의 어느 날 가고 싶던 두 회사로부터 동시에 불합격 통보를 받아서였다. 돌이켜보면 저 빈칸도 기록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내 마음을 본능적으로 가장 솔직하게 표현했던 게 아닐까? 


설령 이렇게 잠시 쉬어간 기간이 있더라도, 취준을 하며 가장 많은 위로가 됐던 존재는 다름 아닌 내가 쓴 일기였다. 그래서 감히 여러분에게도 추천해볼까 한다. 


모두들 정신없이 바쁘시겠지만,
짧은 일기 한 편 어떠신가요?




* 소재 특성상 언제 글이 업로드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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