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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시청자 May 08. 2019

시상식 매너도 안내방송을 했으면 좋겠다

제55회 백상예술대상을 다녀온 소감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아야 한다. 우선 자리에 앉은 뒤, 얼마 있지 않아 (혹은 입장할 때 이미) 가지각색의 광고가 시작된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광고가 막을 내리면, 비상사태 시 대피로를 알려준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의시키는 게 있는데, 바로 영화 관람 시 지켜야 하는 매너다. 앞사람 의자를 차지 않기, 과도한 애정행각 하지 않기, 큰 소리로 대화하지 않기, 핸드폰 매너 모드로 하기 같은 것 말이다. 뮤지컬 및 연극의 경우 ‘같은 공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화보다 관람 예절이 더 엄한(?) 편이다. 넘버가 끝나면 박수 치기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시야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해 등받이에 딱 붙어 앉아 최대한 움직이지 않기 (작은 연극장으로 갈수록 잘 지키지 않으면, 뒷사람은 내 뒤통수만 볼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기침조차 조심하기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기침을 너무 크게 하면 주위 사람들은 그 부분 대사를 듣지 못한다) 등이 추가된다.




갑자기 관객이 갖춰야 하는 예의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는 이유는 드라마 덕후 중 한 사람으로서 지난 5월 1일에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현장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약 3시간 동안 이루어진 시상식은 퍽 만족스러웠다. 우선 시상식다운 시상식이 처음이었고, 후보 중에 누가 상을 받을지 몰라 함께 두근거리는 긴장감은 생각보다 더 짜릿했다. 초면인 분이라도 수상소감을 들으며 같이 울다 웃다가를 반복했고, 권위 있는 시상식답게 제작진 분들 역시 신경을 많이 썼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18년 만에 부활한 연극 부문을 직접 지켜본 순간도, 여전히 눈물 버튼인 2019년 최고의 내레이션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것까지 정말 완벽했다. 주변분들의 매너 빼고. 아니, 대부분 관객의 매너 빼고 말이다.



백상예술대상은 시상식이다. 즉 각 부문별로 다섯 명의 후보가 있고, 후보들 중 누군가는 인기가 많을 수도, 또 누군가는 인기가 적을 수도, 또 누군가는 아무도 모를 수도 있다. 이때 기왕이면 좋아하는 사람이 수상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본인이 응원하는 사람이 아닐지언정, 설령 낯선 이가 수상했더라도, 시상식 현장에 왔다면 그들을 축하해주는 것 역시 마땅한 일 아닐까. 수상자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박수를 보내는 게 뭐 힘든 일이라고 그리 아끼는지 통탄할 따름이다. 이런 회의감은 여러 순간 느꼈는데, 18년 만에 다시 시작된 ‘젊은 연극상’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배우, 연출을 한 데 모아놓고 딱 한 번 시상한 게 다였던 연극 부문은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의 성수연 배우분이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18년 만에 부활한 연극상에 후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자리에 오는데 많이 고민이 됐습니다. 많은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사실 저를 비롯한 후보들을 잘 모르실 것 같아서였는데요.”라고 언급했음에도 현장에서의 반응은 미미했다. 사이사이 정적이 있었고, 대부분 소감을 듣지 않았으며, 배우분도 분위기를 느껴서 그랬는지 아니면 너무 긴장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에는 랩 하듯 말이 빨라졌다. (긴장해서 그랬다면 처음부터 말이 빠르지 않았을까, 소감을 빨리 마무리 짓는 느낌이 들어 속상했다)


그렇다면 ‘시상식’에서 지켜야 하는 매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영화관과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대화하지 않기, (당신의 옆에 어떤 작품 혹은 스타의 팬이 앉아있을지 모른다.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가면서 내뱉은 말에 옆 사람은 상처 받을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이곳은 시상자들과 수상자들의 말을 듣기 위한 자리이지 타인의 감상을 들으러 온 곳이 아니다. 본인들이 이야기를 크게 나누고 싶다면 집에서 보시라) 본인이 응원하는 사람의 수상이 끝났다고 나가지 않기, (당신이 앉은자리는 누군가 그토록 앉길 바라던 자리임을 명심하자. 티켓팅은 결코 쉽지 않다. 만약 좋은 자리라면 더더욱 끝까지 자리를 지키길 바란다. 물론 막차를 타기 위함과 같은 어쩔 수 없는 이유라면 괜찮지만, 신인상 부문이 끝났다고 바로 나가는 건 아니지 않나) 전광판 화면에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가 나왔다고 맥락은 깡그리 무시한 채 소리 지르지 않기, (이번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인 잔나비의 라이브에 흠뻑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전광판에 인기 많은 모 배우가 비치고 있었다. 제발 지금 무대 위에 누군가 있다면 –무려 수상소감을 말하는 중에도 종종 이런 일은 발생한다- 소리 지르지 말고 홀로 내적 감격하면 안 될까. 그 순간 함성을 들었다고 과연 그 주인공이 자랑스러워할까? 본인이 인기가 많다고 어깨가 으쓱할까? 창피함에 얼굴이 벌게졌지만, 메이크업 때문에 티가 안 나는 건 아닐까. 실은 팬들이 소리 지를 걸 뻔히 알면서도 주기적으로 비추는 제작진들이 가장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소감이 다 끝나고 돌아서 나갈 때 비추든가)


마지막으로 사진 찍겠다고 앞사람 방해하지 않기 (내가 앉은 의자의 등받이는 당신의 삼각대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자) 등이 떠오른다. 사실 사진은 찍는 팬들보다 더 의아한 점이 있다. 왜 제작진들은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것인가. 일단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 시상식은 비공개 행사가 아니며, 참석한 스타들도 언제든 자신의 모습이 촬영되어 방송에 실릴 수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즉 시상식 내내 표정 관리를 한다는 뜻이다.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찍는 게 아닌데 왜 금지인지…? 자, 다음으로 시상식은 생방송으로도 함께 진행된다. 이는 콘서트나 뮤지컬과 같은 공연과 엄연히 다르다. 돈을 별도로 지불하지 않아도 모두가 마음만 먹는다면 안방 1열에서 볼 수 있고, 끝난 뒤 클립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콘서트처럼 후에 구매를 해야 하는 DVD로 제작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어차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함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금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오히려 사진을 막으려고 하는 경호원들의 큰 소리와 움직임이 더 신경 쓰이고, 시야를 방해한다. 차라리 촬영을 허용하고, 과도하게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경우만 제지하는 것이 서로 좋지 않을까.




킹스맨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사람은 그냥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하물며 관객은 말해 무엇하랴. 권위 있는 시상식에 온 만큼 (사실 권위가 없는 시상식이라도 매너는 필요하다) 하객들 또한 품위를 갖추길 바란다. 시상자와 수상 후보에 오른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왔듯이 우리도 옷을 빼입진 못할지언정 장단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 품격을 갖춥시다. 심지어 박수는 치는 사람 건강에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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