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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는 빌런, 조 부장이 있다.
팀원들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지치게 만드는, 바로 그 조씨 말이다.
이런 사람은 신기하게도 어디에나 꼭 있다지.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란 게 괜히 생긴 말은 아닐 거다.
Josh와의 첫 만남은 나만 설렜던 게 아닐 것이다.
사실 Josh 이전에도 거대한 ‘악의 축’이 있었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회사에서도 그를 악의 축으로 봤던 걸까.
결국 그는 지방으로 발령이 났고, 이미 그의 후임자는 정해져 있었다.
우리는 생각했다.
“누가 와도, 지금보단 낫겠지.”
그렇게 25년 겨울, 우리는 조 부장, 즉 Josh를 처음 만났다.
Josh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말하려는 바가 명확했고, 목소리도 또렷했다.
그는 첫날부터 우리를 모아두고 PPT를 켰다.
(젠장, 자기소개시간에 PPT로 발표를 할때부터 이상함 알아봤어야 했다.)
자기소개는 꽤 정성스러웠다.
이름, 나이, MBTI — 전형적인 아이스브레이킹.
게다가 LG 트윈스 광팬이라는 사실까지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그러곤 덧붙였다.
“저는 팀원들에게 쓰는 돈, 아끼지 않습니다. 한 달 수입의 n%는 항상 팀원들을 위해 써요.”
“저는 항상 다른 팀원보다 제 자식(우리팀)이 우선입니다.”
그렇게 Josh의 자기소개 프레젠테이션은 끝났다.
그리고 바로 다음 달, 그의 첫 질문.
“팀원 법인카드 예산, 얼마나 남았어요?”
(오해 마시라. 처음부터 Josh(부장들)에게는 할당된 예산은 없음을 설명했고,
그 돈은 순전히 팀원들의 복지비로 쓰이고 있었음을 충분히 설명했다)
그날 이후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Josh가 지갑을 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대신 우리의 법인카드 예산으로 그는 배를 채웠다.
물론, 순순히 당해줄 우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매달 1일, 쿠X을 통해 법인카드 예산을 전액 소진했다.
눈치가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더라고?
그 다음부터는 한달 전에 미리 예산통제령을 내리더라고.
"다음달 법인카드 예산은 회식에 써야하니 쓰지 마세요"
이래서 경력직 경력직 하는건가?
아무튼 다음 선언이었던 우리팀 우선주의는 진실이었냐고?
그랬다면,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