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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는 내게 다가오지 말라
경고한다.

해발고도 5,643m 칼라파타르를 향한 히말라야 트레킹

혼자 가도 괜찮겠어?  히말라야인데..

나는 히말라야를 가기로 했다.

그것도 혼자서!

거의 즉흥적으로 선택한 여정이었고, 

이미 사버린 비행기 티켓은 처음부터 도망을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나름의 최선책이었다.


특히나 내가 가기로 결정한 곳은 '쿰부 히말라야' 라고 불리는 곳.

목적지는 해발고도 5,643m에 위치한 칼라파타르 정상이었다.

눈 앞에서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볼 수 있고, 설산들에 둘러싸인 광대한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그곳 이외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물론, 난이도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중에서도 최상에 속한다.


새벽 5시.

새벽부터 내리는 거센 빗줄기 소리에 잠에서 깼다.

어제부터 요란하게 치는 천둥번개와 함께 내리는 장대비는 나를 더욱 불안에 휩싸이게 했다.


오늘은 네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루클라로 넘어가는 날이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위해서는 루클라를 반드시 거칠 수 밖에 없는데, 

육로로는 이동이 불가능한 지역이라 비싼 돈을 내고 경비행기를 이용해야한다.

경비행기로 고작 40분 이내에 도착하는 거리이나 비용은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 값과 맞먹는다.


무엇보다도 루클라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 알려져있다.

절벽위에 지어진 공항.

짧은 활주로로 내리막의 가속을 이용해 이륙을 하고 오르막의 저항을 이용해 착륙을 한다.

무엇보다 파일럿의 눈으로만 보고 착륙을 해야하기 때문에 안개라도 끼는 날엔 계속 공항 주위를 돌다가 

가망이 없다싶으면 카트만두로 회항을 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몇년 전에 화물을 실은 비행기가 안개속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보다 10미터 가량 낮게 착륙을 해서 절벽에 부딪혀 조종사와 승무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렇게 하늘에서 퍼부어주는 폭풍우는 오늘 안에 루클라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불안과 의심을 증폭시켰다.


새벽 5시 50분.

루클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숙소에서 나왔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7시 30분이라 30분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고 했으나,

일찍 가서 나쁠건 없다.


여행을 다니며 항상 머릿속에 넣고 다니며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일찍가서 나쁠 것 없다.'

시간에 쫓기며 비행기를 놓치는 위험부담을 갖느니, 차라리 일찍 가서 기다리는 편이 나는 훨씬 좋다.



숙소 앞에 택시가 있길래 확인해보니, 택시기사가 손님이 올때까지 자고있는 것으로 보였다.

‘똑똑’

창문을 노크한 후, 공항에 가는지 물어보고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700루피”

네팔의 택시기사들은 한결같이 첫 금액을 700루피로 부르는것같다.


택도 없다!


“500루피!!”


택시기사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예스 라고하며 타라는 손짓을 보냈다.


어제 공항에서 시내까지 올때와는 달리 한적한 도로라 공항까지 금방왔다.

체크인을 하기위해 카운터에 갔지만,

아직 첫번째 비행기가 뜨지 않아서 대기해야한다고 한다.


날씨때문이다.

날씨가 나아지기를 기다리며 내가 탈 두번째 비행기의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길 기다려야했다.



오전7시쯤 되었을까?

첫번째 비행기가 이륙할 준비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체크인을 할 때 짐의 무게를 잰다.

작은 경비행기라서 한명당 10kg을 초과하는 수하물을 가지고 탈 수 없다.

이전에 공항에서 무게를 쟀을때는 10kg을 살짝 초과하는 무게였기에 걱정이 살짝 들었다.

그래서 가방안에 있던 물과 패딩을 빼서 잔뜩 껴입은 상태였다.

다행히 9kg정도로 통과했다.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는데, 어째 전광판이 아직도 오전 6시 비행기들을 보여주며 바뀌고 있질 않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아마 8시 30분에 출발할 비행기를 타게 될거라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춰졌지만, 더 늦춰질수도 있다.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늦춰지는건 아무래도 좋다.


'제발 오늘 안으로 도착이라도 했으면...'


실제로 날씨가 안좋으면 며칠간 발이 묶이는 일도 생긴다.

그렇기에 에베레스트를 향하는 사람들은 항상 예비일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다.

그러나, 나는 예비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런 촉박한 일정 때문에, 

오늘 루클라에 가지못하면 목적지인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까지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전 8시 30분이 지났다.

깜깜 무소식이다.


비는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요란하게 내리치는 천동번개에 건물까지 흔들렸고, 정전까지 일어났다.


'아.. 이거.. 어째 점점 불안해진다...!'


첫번째 비행기가 루클라에 무사히 도착했으나, 아직 루클라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라고 한다.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듯 천둥번개와 함께 쉴새없이 몰아친다.


다른 항공편들도 줄줄이 연착에 하나 둘씩 취소되는 항공편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국내선 공항은 어느샌가 사람들로 북적여 앉을 자리조차 없었다.


이따금씩 비가 잦아들면 그 틈에 바로 이륙을 시도하는 비행기들이 작게나마 희망을 주었으나

여전히 내가 탈 비행기는 루클라 공항에 묶여있는 상태였다.


‘설마 취소되진 않을거야. 난 항상 운이 좋았잖아? 이번에도 운에 빌어보자고!'


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기를 하염없이 기다린지 4시간 째.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파일럿이 루클라 공항 날씨상황이 너무 안좋아서 오늘은 아예 다 취소해야 된다고 한 모양이다.

물론 안전상에 위험이 있으니 그렇게 했겠지만, 내 마음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항공편을 내일로 미루기는 하겠지만, 

목적지인 칼라파타르까지 닿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히말라야는 아무나 쉽게 자신에게 접근하는걸 허용치 않는것같다.

시작도 전에 꽤나 꼬여버린 일정때문에 상당히 골치가 아파졌다.


이번 일정에 돈이 많이 들어갔다.

네팔에 온 목적이 이번 트레킹 딱 하나였기에, 이걸 못한다면 이곳에 온 의미가 없다.

속상함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알 수없는 분노가 마음속에서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지만, 갈 곳을 잃은 분노였다.


날씨를 탓해봐야 무엇하랴.

이미 벌어진 일이고, 벌어진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건 사치이고 낭비다.

지금 내가 할수있는 최선은 당장 앞으로의 계획을 재정비하는 것이었다.


여행을 하며 그때그때 발생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꽤나 좋아졌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택시비만 얼마를 쓰는건지..

동행이라도 있었으면 택시비를 쉐어라도 해서 부담이 없을텐데.. 

혼자 여행하는 이들의 남모를 고충이다.


어제 묵었던 숙소는 영 아니었다.

방에 문이 없었고, 커튼만 쳐져있었다.

12인실 도미토리룸에 화장실 상태도 안좋았고 문고리 조차 없었다.

단순히 바깥 추운 바람을 막기 위한 건물 같은 느낌이었다.

밤에도 으슬으슬 추운 한기가 올라왔다.


어떤 숙소를 하든 이곳보다는 좋으리라.

어제와 같은 가격의 숙소에 평점은 더 좋은 곳을 찾아 예약을 했다.

어제 숙소보다는 훨씬 깔끔했고, 적어도 문은 있었다.


점심을 먹기위해 숙소를 나왔다.

비행기가 취소됬건만, 하늘의 날씨는 기만이라도 하는듯 무척이도 맑은 모습을 내비췄다.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한 카트만두의 맑은 하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까..?

언제나 여행을 하면서 드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지갑사정도 보면서 실패하지 않는 메뉴선택을 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여행자들을 위한 화려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은 가고싶지가 않다.

현지인들이 자주가는 식당에, 현지인들이 자주 먹는 음식을, 현지인들이 내는 가격으로 먹고싶다.


레스토랑이라는 간판을 보고 어느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화살표 방향만 보고 복잡한 미로처럼 이리가고 저리가고를 하다 겨우 찾은 허름한 식당.

너무 허름하고 볼품없는 식당 내부 상태를 보고 다시 나갈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달랬더니 메뉴판이 없다고 한다.

무엇을 파는지 물었더니 커리와 뭐 이것저것이 한 세트로 나오며 230루피라고 한다.

한화로 약 2300원 하는 가격이다.

오직 한 메뉴만 파는 식당이었다.



고기를 먹을때 잘게 부서진 뼈조각이 모래처럼 씹혔다.

그것만 빼면 그리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어찌됐든 배를 채우고, 어제 비행기표를 예약했던 투어사에 가서 내일로 다시 예약한 티켓을 새로 받았다.


그곳에서 일하는 17살 네팔 아이 한명이 나보고 같이 무엇을 먹자고 한다.

무얼 먹자고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방금 점심을 먹었는데..

정중하게 사양했으나,


"괜찮아! 문제 없어."


라고 하는 이 친구...


'아니.. 방금 점심을 먹어서 배부르다니까..??'


적극적으로 내게 무언가 같이 먹자고 하는데,

적극적으로 내가 거절을 하기가 조금 미안하기도 했고 네팔 현지 음식도 좀 더 맛보고 싶기도 해서

일단은 따라갔다.



한접시에 600원이었던 이 음식.


맛있었다! 맛있었는데..

저 빨간 소스가 너무 매웠고, 방금 점심을 먹은 터라 다 먹기가 부담스러웠다.

맵지만 않아도 잘 먹었을텐데..


결국 세개정도 남겼다.


점심을 먹긴 했지만, 또 한번 점심을 먹고 카트만두 타멜 거리를 돌아다녔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밤에는 굉장히 추워서 침낭은 필수품 중에 필수품이다.


원래는 루클라에서 빌리려고 했는데, 그곳에 빌려주는지 정확한 정보가 있질 않아서 카트만두에서 빌리기로 결정했다.

가능하면 등산스틱도!




몇군데를 돌아다니며 찾은 괜찮은 가격의 등산용품점.

하루당 150루피, 한화로 1500원이었다.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으나 디파짓으로 거의 침낭 가격을 받는다.


등산스틱도 빌리려고 했으나, 등산스틱은 가격이 싸서 판매만 한다고 한다.

한쌍에 10,000원에 구입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일정만 재정비를 해서 당장 내일 어떻게 할지, 어디로 갈지만 정해야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지도를 펼쳤다.



내가 가려던 일정은 10박 11일,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5,643m) 까지 오르는 여정이었다.

그러나 하루가 줄어 9박 10일로 트레킹을 끝내야 했다.


선택은 두가지였다.

무리를 조금 해서라도 칼라파타르를 가느냐

칼라파타르와 버금가는 파노라마를 자랑하는 ‘고쿄 리(5,357m)’를 가느냐.


고쿄리는 칼라파타르보다 일정이 하루 짧은 코스이다.

고쿄리를 선택하면 무리하지 않고 일정대로 갔다올 수 있다.


고민이다.

내일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고민할 것같다.

일단 내일은 날씨가 맑기를 고대해야겠다.

부디 비행기가 뜰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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