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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부 히말라야로 내딛은 첫발.

해발고도 5,643m 칼라파타르를 향한 히말라야 트레킹

어후.. 추워!!


숙소가 난방이 되지 않는 덕에 새벽 1시부터 매시간마다 깬것같다.

추위 때문도 있었지만, 어제 저녁 6시에 잠들었기에 충분히 잤다는 몸의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컨디션 또한 나쁘지 않았지만, 으슬으슬한 한기는 가시질 않는다.

덮으나 마나한 이불을 꽁꽁 싸매고 뒤척이다 결국 새벽 6시 30분에 마지못해 일어났다.


'카트만두가 이정도인데, 히말라야 위에서는 얼마나 추울까...?'

오늘 비행기는 어제보다 한 시간 뒤인 8시 30분 비행기였기에, 어느정도 여유가 있었으나 일찍 가서 나쁠건 없었기에 바로 준비를 하고 숙소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공항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체크인을 하기 위해 카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나를 알아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 바로 비행기 탑승 준비를 하라며 내 짐의 무게를 재더니 가져갔다.

아마 내 비행기 시간을 어제와 같은 시간인 7시 30분으로 착각하신 모양이었으나, 굳이 바로 잡을 이유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비행기를 타서 도착해야 어제와 같은 불상사가 없을 것 같았다.

아무 문제없이 1시간 일찍 체크인이 되었고, 바로 게이트 앞으로 가서 잠시 기다린 뒤, 안내방송과 함께 경비행기로 데려다 줄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이제야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 드디어 가는건가!?’


열명 남짓한 인원을 태운 셔틀버스는 얼마 가지 않아 어느 한 작은 경비행기 앞에서 정차했다.


안녕 !!? 너를 너무도 만나고 싶었어 !!


생각보다 많이 작아보였다.

그래도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짐칸이 따로 없어 짐들을 먼저 비행기 뒷좌석에 실은 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작은 경비행기라 할지라도 기내에 승무원도 있고 작게나마 기내식 서비스(사탕)도 있고, 대충 갖출건 다 갖추고 있었다.


카트만두에서 목적지인 루클라까지는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고작 30분의 비행으로 카트만두-서울 항공권과 가격이 비슷하다니...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비싼가격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가격을 그리 책정했으리라.. 


떴다 떴다 비행기 ~~

그 어떤 비행기의 이륙도 이렇게나 설레지 않았다.

아니, 가장 설레는 이륙의 순간이었다.


활주로로 진입한 경비행기는 프로펠러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굉음을 내기 시작했고, 빠르게 나아가 하늘로 치솟았다.

카트만두 시내는 레고블록처럼 작아져갔고, 분지지형의 뒷쪽으로 숨겨져 있던 가파른 히말라야의 설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루클라 공항.

절벽위에 세워져있어, 안개라도 끼면 착륙을 할 수 없기에 항상 가시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이착륙을 할 수 있다.

절벽 위로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맨 앞에 앉았으나, 조종석과는 커튼이 쳐져있어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착륙하는 타이밍에 커튼을 치고 사진을 찍는 멍청한 행위는 하지 않으리라.. 

내 옆에 앉아있는 저 사람들 또한 부디 그러지 않기를..

그 순간 조종사가 놀라서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모든 인원이 황천길행이니...

바로 앞 조종석과는 커튼에 가려져 있으니 생각보다 안전하게 루클라 공항에 착륙했다.

얼마 전에는 아마존을 가기위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인 ‘데스로드’를 가로질러갔고,

이번에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에 착륙했다.

본의아니게 항상 위험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절벽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오늘 목적지는 ‘팍딩’이라는 곳으로 루클라에서 3시간 떨어진 곳이다.

트레킹 전 아침을 먹기위해 눈에 보이는 롯지 아무곳에나 들어갔다.

고산을 오르면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시키면서 오래 씹어서 넘기고 적당한 양을 먹어야한다.

볼리비아에서 고산병 증세를 겪어본 나로서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안다.

식욕이 감소하고 구역질이 계속나며, 두통이 끊이질 않는다. 거기서 더 심해지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에베레스트 트레킹 중에 고산병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이를 가볍게 여겼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수도없이 일어난다.

고산병은 사람을 죽이는 병이다.

그렇기에 고산에 오를땐 절대 자만해서는 안되며 자존심도 세워선 안된다.

힘들면 주변사람에게 힘들다라는걸 알려야하며, 충분히 쉬면서 천천히 고도를 높여 올라가야한다.

남미에서 고산병을 한번 겪어서 그 위험성을 알게 된게 어찌보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유일하게 나만 걸렸던 고산병이었기에, 나 스스로가 너무 약골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으나

오히려 ‘나는 수퍼맨이 아니다.’ 라는 겸손한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이곳을 오면서 몇번이고 되뇌었던 말이 있다.

‘자만하지 말자. 고산증세가 오면 즉시 하산준비를 하자. 사는게 먼저다.’

아침식사로 무리가 가지않는 죽(Porridge with fruits)을 주문했다.



죽을 다 먹고, 혹시모를 고산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고산병 알약 하나를 삼켰다.

난 이번에 절대로 고산병에 걸리고 싶지 않다.

이번 트레킹을 무사히 끝내고 싶은 마음이 에베레스트보다 높을 것이다.

출발할땐 구름도 한점 없고 햇빛이 있긴 했지만 꽤나 쌀쌀한 날씨였다.


루클라 마을을 벗어나기 전에 입장료를 내야한다.

가격은 미국돈으로 20달러 혹은 2,000루피. 한화로 약 2만원 돈이다.


티켓 오피스에 있던 아이들이 카메라를 보고 찍어달라 한다.

네팔의 아이들은 참 순수하고 너무 귀엽다.


가이드와 포터 없이 혼자 오르기에, 길을 잃지 않도록 정신 바짝차려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보다 갈림길이 많았고, 그때마다 잠시 멈춰서서 가이드와 함께 움직이는 트레커들의 뒤를 쫓아갔다.

가는 길 중간중간엔 당나귀(Donkey)들이 지나가는데, 그때마다 안쪽으로 피해서 꼭 붙어있었다.

절벽쪽에 있다가 날 밀고가는 날엔 이 세상과 작별이기에..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갓 나온 뜨끈뜨끈한 그들의 배설물로 가득했고, 냄새도 고약했다.

혹시라도 밟을까 발 아래를 주시하며 걸어야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과 무거운 카메라는 피로를 쉽게 축적시켰고, 너무도 더운 나머지 안의 경량패딩과 목에 두른 버프를 벗어던졌다.


걷다보면 이런 돌탑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트레킹이나 등반 중 목숨을 잃은 셰르파들을 기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절반쯤 왔을까, 아침으로 먹은 죽은 이미 소화된지 오래였고 시간은 점심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롯지에 들어갔다.

나마스떼!

볶음밥과 밀크티를 주문했다.

총 580루피. 한화로 약 6000원으로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이제 올라가면 갈수록 더 비싸진다던데, 얼마나 더 비싸질지 아직 감이 오질 않는다.

볶음밥은 비싼 가격에 걸맞게 거의 2인분에 달하는 양이 나왔다.


'나한테 왜그러니...? 양을 좀 적게주고 가격을 더 싸게 해주지..'


적당히 소식을 해야하는데, 이만한 양이면 배불러서 소화도 잘 안될 것 같은 양이었다.

약간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목적지까지는 1시간 30분정도 남았다.


팍딩을 거의 앞에 두고 갈림길이 나왔다.

오르막이냐 내리막이냐..

내리막을 선택하고 오래되고 몹시 흔들리는 철제 다리를 건너자 뭔가 느낌이 쎄하다.


가방에서 지도를 펼쳤다.


목적지인 팍딩을 가는데, 강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지 않는다.

아까 그 갈림길에서 오르막이 맞는 길이었다.


‘이런.. 이 다리를 다시 건너야하다니..’


그래도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서 다행이었다.

갈림길에서 팍딩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롯지들 가운데 그나마 괜찮은 롯지에 들어가 하룻밤 묵고 가고싶다고 했다.

가격은 하루에 200루피.

어째 음식 값보다 싸다.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 만나는 롯지들은 숙박보다는 식사를 위주로 돈을 벌기 때문에

숙박비는 굉장히 저렴한 반면, 식사는 상당히 비싼 가격을 받는다.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한다거나 이곳에서 사먹지 않으면 더 비싼 돈을 요구하기에

그냥 사먹는 편이 낫다. 요리를 할 필요가 없으니 그만큼 짐도 줄어든다.



내가 쓸 방은 생각보다 뷰도 좋고 기대 이상이었다.

워낙에 최악을 생각했던 터라, 이정도 수준의 롯지면 나에겐 거의 호텔 수준이었다.

짐을 풀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오늘 입었던 속옷과 티셔츠, 양말을 손빨래했다.

물이 어찌나 차갑던지.. 한 겨울에 얼음물로 손빨래 하는 것 같았다.

빨래들을 널고 잠시 방에서 쉬면서 오랜만에 명상을 좀 했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명상은 고산에서 하기에 가장 적절한 행위 중 하나일 것이다.

휴대폰도, 데이터도 터지지 않은 이곳. 와이파이를 쓰려면 돈을 내야하는데, 굳이 오늘은 사서 쓰지 않기로 한다.

저녁 5시쯤 되어, 아래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블랙 티 (small pot-250루피)와 네팔식 전통 만두 ‘모모(500 루피)를 시켰다.


고산에서는 하루에 따뜻한 물 2L 이상 마시는게 고산병 예방하는데도 좋다고 한다.

고산병만 예방할 수 있다면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만두와는 달리 만두 피 안에는 고깃덩이 밖에 안들어 있었다. 

그래도 양 만큼은 충분했다.

휴지가 없어 휴지를 사려고 하니, 두루마리 휴지 하나에 250루피를 달라고 한다. 

휴지 하나에 2500원이라니...

어쩔수있나.. 휴지는 생필품이니 꼭 있어야지. 

이곳은 어딜가나 화장실엔 휴지가 없어서 항상 개인이 소지하고 다녀야한다.




히말라야에서의 첫날 밤.


해가 떨어지니 기온은 급속히 떨어지고, 난방이 안되는 방은 냉랭한 기운이 맴돈다.

옷을 다 껴입고 침낭에 핫팩까지 넣었건만.. 


히말라야 칼라파타르를 향한 트레킹 1일차.

가이드나 포터 없이 무사히 정상에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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