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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극한의 추위속에서...

해발고도 5,643m 칼라파타르를 향한 히말라야 트레킹

히말라야에서의 첫날밤은 무척이나 추웠다.

핫팩을 15개를 가져왔건만, 이걸로 10일은 무리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핫팩이 많질 않으니 아무리 추워도 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은곳에서는 하나만 쓰고, 고도가 높은 곳에서 2개를 써야 할 것 같다.


핫팩 더 가져올걸...


배낭을 쌀 때 핫팩 30개는 너무 부피도 크고 무거워서 절반을 두고 왔는데...


냉랭한 기운이 방안을 맴돌며, 입김까지 나온다.

바깥과 안의 차이는 바람이 부느냐 안부느냐의 차이일뿐 기온 차이는 그다지 없어보였다.

아니, 방안에 있음에도 어디선가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


억지로 얼어붙은 몸을 움직여 침낭 밖으로 나와 1층 식당으로 내려왔다.

침낭 안에 쪼그려 누워있을땐 춥더니, 조금 움직이니 그나마 낫다.


오늘 목적지는 ‘남체 바자르(3,440m)’라는 곳으로 쿰부 히말라야 지역 내에서 가장 큰 마을이며, 셰르파족의 고향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약 5~6시간을 걸어 고도 800m를 높여야 하는 날이기에,

아침으로 소화가 잘 되는 죽을 주문했다.



소화가 너무 잘 되서 중간에 금새 배고파질것 같은 예감도 들지만, 소화가 안되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롯지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침부터 게스트들의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부지런히 일어나 무언가를 하신다.

이런 추위속에서 살아가며, 항상 발그레진 볼과 손을 보면 역시 세상에 쉬운일은 없다 생각된다.


아침식사를 하고 떠날 채비를 하니 벌써 시간이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은 남체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걷는길이 외롭진 않았고, 길을 잘못 들어설 일도 없을 것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높은 설산들.

그로부터 빙하가 녹아 흐르는 푸른빛을 띠는 강물.

그리고 그 위를 지나갈 수 있도록 연결된 아찔한 철제다리.


계곡 사이사이 마을이 있어, 트레킹 중에 이런 철제다리가 굉장히 많다.

다리 중간에 서서 이 다리가 끊어지는 아찔한 상상을 해본다.

발 밑만 봐도 어지러워질 정도로 높은 다리와 거센 물결과 그 위의 바위들.

헛된 상상을 멈추고 가던 길을 이어갔다.


저 사람들 사람 맞아??


트레킹을 하다보면 짐을 들어주는 포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지니고 있는 짐들은 제각기 사이즈도 다르고 무게도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일반 트레커들보다는 훨씬 많은 짐들을 등 뒤에 짊어지고 산을 오르내린다.


이곳에서 포터로 일하는 사람들은 인간은 초월한 초인임이 틀임없다.

극한직업이 바로 이런걸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그냥 걸어도 힘든 이 길을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짊어메고 더 빠른속도로 걸어올라간다.



아직까지는 그다지 힘든 길은 없었다.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그럼에도 흐르는 땀은 안에 입은 티셔츠와 경량패딩, 겉에 입은 바람막이까지 적셨다.

경량패딩이라도 벗을까 하는 고민을 했지만, 벗으면 금새 추워질 것 같은 생각에 계속 입고 걸었고, 

이는 오늘 하루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남체바자르(3,440m) 도착 전 마지막 마을인 조르살레(2,740m)에 도착했다.

시간은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도착까지는 2시간을 더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배가 고파서 점심을 여기서 먹을까 생각했으나, 고도를 700m를 올려야 하기에, 2시간만 참고 남체에 도착해서 편히 쉬면서 먹기로 하고 차 한잔만 주문했다.

그리고 이는 두번째 최악의 실수였다.


그 뒤로 오르는 내내 극한의 배고픔과 함께 극한의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야했다,



조르살레 마을에서 빠져나가려는데, 티켓오피스가 하나가 더 있었고, 사람들이 줄지어 표를 사려 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턴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으로 입장료를 또 내야한다는 것이다.

루클라에서 샀던 입장료 2000루피.

이곳에서 사야하는 입장료 3000루피.

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이 입장료로 주머니에서 빠져나갔다.

아아 등골휜다...



티켓을 위해 줄을 섰는데, 어느 한국인 한분을 만났다.

이미 트레킹으로 이곳을 한바퀴 돌았고, 이제 루클라로 돌아간다고 한다.


‘아... 나도 시간만 며칠 더 있었다면, 3리 3패스에 도전했을텐데..’


나는 꽤 빠듯한 일정으로 이곳에 왔고, 칼라파타르만 갔다오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하산할때 꽤나 무리를 해야하는 일정이다.

만약 4~5일정도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3리 3패스라는 것에 도전했을 것이다.


안전한 하산길 되시라는 인사와 함께 그분과 헤어졌고, 

티켓을 구매해서 떠나려는데 어느 외국인 한명이 이곳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나중에 저 친구와 친해져서 함께 오르고 내려갔는데,

듣고보니 이 친구는 드론을 가지고 와서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티켓 오피스에는 '드론 사용 불가' 라고 적혀있었는데,

자기는 드론을 가지고 들어가기만 하고 사용안할거라며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드론 사용 불가' 라고만 적혀있고, 가지고 들어가라는 말은 적혀있지 않다며...

결국 트레킹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드론을 이곳 오피스에 맡겨야했다고 한다.



조르살레를 지나자 돌에 적힌 알 수 없는 문자들과 함께 내리막을 따라 쭉 걸어내려가 철제다리를 수 차례 건너며 여러 롯지들을 지나쳤다.


그리고 내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오르막.


오르기 전엔 몰랐다. 이곳이 9박 10일의 트레킹 중 가장 힘들었던 오르막길이었다는 걸...


계속되는 오르막에, 중간중간 계속 쉬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면 오늘안에 도착 못할거같아, 그저 천천히 천천히 오르며 숨이 너무 찰때는 2~30초정도 숨을 고르고 다시 올랐다.



대체 마을은 어디있는거야 ?


남체 바자르라는 마을이 대체 어디쯤 위치해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오르막 끝에 있는 다리를 건너고 나니, 뭔가 금방 도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오르막은 끝이 없었다.

얼마나 더 올라야 하나, 주변에 같이 올라가던 사람들도 지쳐서 계속 쉬기를 반복한다.

게다가 배고픔도 극에 달해서 몸엔 힘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전 마을에 점심을 안먹은게 급 후회로 밀려왔다.


‘여유롭게 점심먹고 차 마시고 소화좀 해서 올라와도 되지 않았을까..?’


안그래도 급경사의 끝이 안보이는 오르막길인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배고픔까지 극에 달하니, 다 때려치우고 집가고 싶었다.


도대체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는 ‘남체 바자르’는 어디있기에 코빼기도 안보이는가..

1시간쯤을 더 걸어 올라가다보니 작은 오두막 하나가 나왔고, 티켓이 있는지 체크하는 체크포인트 같았다.

줄이 길기도 했지만 표를 체크하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걸리는지 거의 20분이상 기다렸던거같다.

기다리는 동안, 땀으로 흠뻑 젖었던 옷들이 찬바람에 마르면서 몸에 한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엇을 이리 오래 체크하는건지.. ‘

이러다 고산병 이전에 진짜 감기라도 걸릴 것 같았다.


체크포인트를 지나고나니 하나 둘 보이는 민가.

체력적으로 너무 지쳤다.

그러나 이곳에서 머물러선 안된다.

조금이라도 올라가서 마을 중앙부분에 가까운 롯지에 묵어야 다음날 쉴때도, 다다음날 출발할때도 수월하기에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덕을 넘었다 싶으면 또 모습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언덕.

끝이 안보이는 오르막에 절망감이 마구 몰려왔으나, 이제 진짜 거의 다 왔다는 기대감을 가지며 한 걸음씩 옮겼다.


‘제발 나좀 쉬게해줘 !!’


진짜 마지막처럼 보이던 오르막을 지나자 많은 건물들이 눈앞에 들어왔다.



드디어... 해발고도 3,440m에 위치한 쿰부히말라야 지역에서 가장 큰 마을이면서 셰르파족의 고향.

'남체 바자르' 에 도착 !!


전망 괜찮아보이는 롯지에 들어가 바로 체크인을 했다.

롯지에 사람들이 별로 없는지 전망 좋은 방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경량패딩과 바람막이, 다운점퍼까지 껴입었으나 한기가 가시질 않았다.

땀으로 아예 젖어버린 경량패딩과 바람막이가 문제였다.

그덕에 방금 갈아입은 티셔츠와 히트텍까지 젖어버렸다.

그러나 방은 3층이었고, 나는 이미 1층 식당에 내려와있어서

차마, 다시 올라가서 옷을 벗어 던지고 돌아올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만큼 많이 배고팠고 피곤해서 움직일 힘이 없었다.


일단 배부터 채우고 따듯한 차를 마셔야 겠단 생각이 우선이었다.

주인장 아저씨는 내가 한국인이라니까 김치가 있다며 김치볶음밥을 해주겠다고 한다.

무엇이라도 좋았다...


김치볶음밥과 따듯한 차를 주문했고,

따뜻한 차를 아무리 마셔도 손에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아.. 따뜻한 난로라도 있다면 ...’


역시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마을은 역시 다르긴 달랐다.

인터넷이 터진다! 

나는 이미 심카드를 공항에서 구입한 상태라 굳이 롯지에서 돈을 주고 와이파이를 구입해서 쓸 필요가 없었다.

아직 살아있다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내일은 이곳에서 하루 머물며 쉬는 날이라 다행이었다.

점심을 먹고 바로 방으로 올라가 침낭안으로 들어갔다.

핫팩도 하나 뜯었다.

그럼에도 추위는 가시질 않는다.

핫팩을 대여섯개 뜯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아직 갈길이 멀고 더욱 추워지기에 참아야했다.


밤이 되면 더욱 추워지겠지...

벌써부터 밤이 무서워진다.


침낭안에서 추위에 벌벌 떨리는 몸을 추스리며 휴식을 취했다.

저녁시간이 되서야 저녁을 먹기위해 식당에 내려와 주문을 하고 롯지 밖에 나갔다.



롯지에서 보이는 설산과 크게 뜬 달은 그나마 내게 위로를 주는 듯 했다.

히말라야는 낮도 아름다웠지만 밤은 더더욱 아름다웠다.

다만, 너무 추워서 밖에 오래있지를 못하겠다.



저녁메뉴로 치킨커리를 주문했는데..

롯지 주인 아저씨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여기 음식은 맛이 없었다...

최악의 메뉴선택이었다.

치킨커리에서는 닭 비린내가 너무 심했고, 커리라기 보다는 그냥 칼칼한 국 같았다.

게다가 난방시설이 없어서 저녁을 먹으면서도 추위에 벌벌 떨면서 먹어야했다.


저녁을 먹은 것 같지도 않게, 대충 먹고 다시 방으로 올라갔다.

침낭을 뒤집어 쓰고, 핫팩 한개를 가슴팍에 끌어안았다.


땀으로 축축한 경량패딩과 바람막이를 조금이라도 말리고자 핫팩과 함께 침낭 안에 넣어놨는데, 마르기는 커녕 축축한 느낌만이 남아있다.

오늘은 어찌 잘못된 선택만 하는 느낌이 든다.

땀에 젖은 옷들을 저리 치워두고 침낭속에서 눈을 감았다.


빨리 오늘 밤이 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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