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에베레스트.

해발고도 5,643m 칼라파타르를 향한 히말라야 트레킹

간 밤의 추위는 그리 심하진 않았다.

침낭으로 완전히 덮어서 잤기 때문일까, 비교적 따뜻하게 잔 것 같다.

다만, 침낭 밖은 영하의 기온이 맴돌고 있었다.

침낭 밖에 놔두었던 휴대폰은 간밤에 서리가 낀 것인지 마치 물에 빠뜨렸다 꺼낸 것처럼 젖어 있었고, 배터리는 1%로 방전 직전이였다.

분명 자기전엔 80%쯤 있었는데..


침낭에서 나가기 싫은 아침이었다.

그나마 오늘이 고소적응일이라 참 다행이다.

이 상태로 오늘 또 트레킹하면 몸살이라도 올 것 같은 느낌...

추운 공기를 뚫고 식당으로 내려왔다.

역시나 식당 또한 추운건 마찬가지였다.


아침으로 무엇이 적당할까 고민하다 토스트 두개와 토마토 수프를 주문했다.


식빵 두개와 토마토 수프 합해서 5,500원.

네팔의 현지 물가는 싸지만, 히말라야는 그렇지 않다.

한국과 비슷한 물가에 올라갈수록 값은 훨씬 더 비싸진다.


따뜻한 토마토 수프를 마시니 그나마 몸이 따뜻해졌다.


오늘의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고산 적응일이긴 하나,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조금 걸으며 돌아다니는게 고산 적응에 더 도움이 된다.


이곳 뒤에 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면,

에베레스트를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어 그곳에 오르기로 했다.


롯지 주인 아저씨가 상세하게 길을 알려주시는데

쭉 올라가서 큰 바위 보이면 왼쪽으로 쭉 올라가고 길이 네개가 나오는 곳이 있으면 왼쪽으로 가고 .. 뭐 이런식으로 알려주시기에 그냥 흘려들었다.


어차피 기억 못하기에...



그냥 길 따라 올라가다가 모르는 길이 나오면 물어보면서 올라가야했다.



헥헥..;;

마을에 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

할아버지라도 된 듯,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차서 헥헥 거렸다.


중간에 길이 두갈래로 나뉜 곳에서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서 따라 올라갔다.

에베레스트를 보기 위해서는 숙소가 있던 곳에서 고도 400m를 더 높이 올라가야했다.


숨가쁘게 올라갔지만, 언덕배기의 끝은 어딘지 가늠이 안갔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때,



와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숙소 앞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풍경.


세상은 땀을 흘리는 만큼의 보상을 돌려준다.

역시 땀을 흘리며 올라온 보람이 있다.


저 곳에도 지금 오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지도 상으로는 저 산 위에 호텔이 하나 있던데...

돈을 벌기 위해 지은 호텔이 아님은 분명하다.


출발할땐 추웠었는데 오르다 보니 점점 더워져서 겉옷을 하나 둘씩 벗었다.

결국 반팔만 입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멈춰서면 금방 추워지기에 천천히 페이스 유지하며 올라했다.



저 멀리 응급환자라도 있는지 헬기가 내일부터 내가 향할 방향으로 날아간다.

대개는 고산병 증세가 심하게 와서 하산을 못하는 사람들이 헬기로 수송되는데,

헬기로 이송되었을 시, 그 비용이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난 죽어도 타기 싫다. 헬기!




돌계단을 다 오르고 나니 저 멀리 언덕 위에 건물이 하나 있다.

아마 저게 ‘에베레스트 뷰 호텔’일 것이다.



보기에는 가까워 보이는 저곳...

가는데만 2~30분 걸렸다.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을 밟고, 미끄러운 진흙길을 올라 언덕 위 호텔앞에 도착했다.

호텔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니 저 멀리 에베레스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전 세계에서 높이가 8,000m 넘는 봉우리는 14개로 모두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에 있으며 이를 14좌라 한다.

카라코람 산맥은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분이기도 하여 통칭 ‘히말라야 14좌’라고 부른다.


그 중 누구나 다 아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그리고 네번째로 높은 로체(8,511m) 가 나란히 보였다.


봉우리 부분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질 않았고 이따금씩 잠시 그 모습을 내비출뿐이었다.



5일 뒤에 칼라파타르 정상에 무사히 닿는다면 그 모습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을것이다.

아직은 너무도 멀게만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곳엔 정상에 닿기 위해 오르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리라.

입산료만 천만원이 넘게 든다는 에베레스트.

어디선가 후원만 들어온다면 고민도 하지않고 정상을 도전할텐데..


'내 돈주고는 못가겠다...'


내가 살면서 히말라야 14좌 중 한 곳이라도 정상을 오르는 날이 올까?

새로운 꿈을 가슴 깊이 꾸욱 집어넣어본다.


이곳에서 어제 조르살레에서 봤던 사람을 만났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이분은 고산병 증세 때문에 오늘 내려간다고 한다.


고산병 때문에 하산을 해야한다니...

너무도 아쉬울 것 같다.

나도 그 마음 백번 이해가 간다.

그렇기에 고산 증세를 겪지 않기 위해 이리도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산증세가 나타날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안다.

그저 하늘에 운을 맡기며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길따라 쭉 걸어서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으나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싶었다.

오늘은 휴식일로 아예 마음을 먹었기에 이정도면 충분히 고산적응 트레킹을 했다고 생각된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오는 길과 달리 못봤던 풍경을 마주보며 내려왔기에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근데...내가 이리 높이도 올라왔던가?


끝이 없는 돌계단에 어느새 숨이 차고 나도 모르게 무리해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돼, 천천히 내려가자! 천천히..’


올라가는 길은 목까지 차오르는 숨과 비오듯 쏟아지는 땀이 고행이었다면,

내려가는 길은 발목과 무릎이 무리가 가는게 고행이다.

만약에라도 발을 삐끗한다면.. 앞으로 날 기다리는건 정말 고행뿐이다.


천천히 내려온다고 내려왔는데,

빨리 내려가서 점심먹고 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는지

살짝 무리를 한거같다.


미안하다, 나의 연골들아...



이곳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이하 EBC)’ 까지는 33km.

EBC는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사람들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그곳에 들어가려면 등반 허가증이 있어야 하고, 앞서 말한것처럼 발급받는데만 천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게다가 EBC에 간다고 에베레스트를 볼 수 있는 건 아니기에

그저 에베레스트 등반의 시작점인 베이스 캠프에 다녀왔다 정도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나는 그곳보다는 그 직전에 다른길로 빠져 ‘칼라파타르’에 오르려고 한다.

그곳에서는 에베레스트을 포함한 로체, 눕체 등 장엄한 설산들의 파노라마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그곳에 오르면 어떤 느낌일까?

아직 감이 안온다.

그러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경에 빠질것은 분명하다.


이제 휴식일은 끝났다.

다음 휴식일은 이틀 뒤, 페리체(4,240m) 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숙소 롯지 주인 아저씨가 자신이 옛날에 가이드를 하며 수십번을 왔다갔다 했다며, 내게 새로운 루트를 제시해주셨고, 페리체가 아닌 딩보체(4,410m)로 가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오를때는 페리체에서 오르는 것보다 딩보체에서 오르는게 조금 더 수월하다는 말에 급하게 계획을 수정했다.


내일은 ‘텡보체(3,870m)’ 라는 곳까지 오를 예정이다.

고도를 여기서 400미터를 오를 예정이고, 오늘 에베레스트를 보기 위해 올랐던 곳의 고도가 3,800m 였기에 그다지 무리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롯지 주인 아저씨께서 말씀하시길,

고산병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무조건 천천히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천천히 오를테다.


시간은 많다.

아침에 출발해서 해 떨어지기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

여유롭게 즐기면서 올라가자!

고행길을 걷기 위해 온건 아니니...


매거진의 이전글 히말라야의 극한의 추위속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