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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따독 Sep 07. 2020

손끝

괜찮아 멈추지 않으면 다 잘될 거야

앗 뜨거워!

찌개를 끓이다가

불을 줄이고 뚜껑을 닫으려고 손끝으로 잡았다.



에구…….

그땐 아무것도 아닌 온도였는데……

여전히 내 손피부가 두꺼울 거라 생각했다.


뚜껑의 열기도 못 이길 만큼 피부는 연약해졌고 결혼 전처럼 다시 부드러워졌다.

2년 전 내 손은 이 정도의 손톱을 기를 수도 없을 만큼 자라기가 무섭게 안쪽 피부까지 찢기곤 했다.


웬만한 뜨거운 것쯤 아무렇지 않게 들고 잠시의 고통을 이겨낼 수도 있었다.

이전의 손?

볕 좋은 가을날에 빨래를 널면 손가락에 빨래가 달라붙어서 뜯어내야 할 정도였고

그럴 때마다 손가락은 따끔거렸다.


상처라도 나면 얼음에 금이가 쪼개지듯 깊이 갈라져 급할 때 투명테이프라도 둘둘 감고 일을 하곤 했다.

손은 씻어도 씻어도 더러움이 가시지 않았다.

아니, 더러움이 아니라 피부가 물든 것.



흙물, 농사지은 쪽파나 채소, 나물을 오랜 시간 다듬어 물들 때도 있었고, 무언가를 고치던 기름때도 있었다. 상처가 생겨도 물길을 멈출 수가 없어 반창고로 둘둘 감고 일을 해야 그나마 하루가 잠잠해질 수 있었다.

이 손이 첫 사진의 손이 되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거친 손을 가졌던 그때의 강인한 육체를 잃었다.

푸릇했던 젊은 시절도 흘러갔다..

그때의 미련하고 수동적인 나도 잃었다.

아니, 버렸다.



손은 부드럽고

마음은 더 단단해졌고

당당히 헤쳐나가는 길은 이제 나의 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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