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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따독 Oct 22. 2023

아이패드가 냉장고에 들어갔어요

레시피 정리를 아이패드에 했어요.

'굿노트'라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저같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으실것 같은데요.

워낙 나가는 비용이 많아서 이렇게 정기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조금씩 줄이려고 했어요.

어제 오후 레시피 생각이 나서 굿노트 어플에 들어갔어요.

 짐작 하셨겠지만 깜깜 아주 먹물 색이 되어서 전혀 아무것도(아니, 본사에 로그인해서 문의 하란 제겐 너무나 어려운 과제를 남겨주셨더라구요) 꺼내 볼 수가 없었어요.

아…

영원한 것이란 없겠지만 

바로 몇시간 전만 해도 볼 수 있던 레시피를(장사밑천 이잖아요ㅜㅜ) 어떻게 이렇게 한글자도 볼수 없게 되었는지….

‘장사 접어야하나?’

극단적인 생각부터 하죠.

(이런~ 두부멘탈 할망구야~)

오늘 왜이렇지?

아이패드는 지멋대로 정신나가서 지혼자 온오프 난리부르스를 쳐요


그렇다면 점검을 해보자며 아이패드의 쓸데 없는 쓰레기(사진, 파일등등)를 하나하나 집어 꺼내 버리자 했는데 가게에서 음악으로 켜놓은 볼륨의 제어조차 안되는거에요. 꺼지지도 않고요.

어느틈바구니에 끼워놔도 음악소리는 여전히 커요.



이 아이를 버스에 데리고 타도 문제 걸어가면 내가 그렇게도 욕하는 뽕짝 나오는 라디오 끌고 다니는 사람 되는거구요.

멀리 호주에 있는 (그쪽은 밤일텐데ㅜㅜ)아이까지 ‘깨톡’ 호출하는 엄마란 사람.

아이가 날보고 어쩌라구 하네요. 그쵸...........맞는 말이죠.


아이패드를 들고 이리저리 난리부르스 추다가

옷에 싸고 보자기에 싸고 쇼핑백에 겹겹이 싸서 냉장고에 넣어버렸어요.

너 차가워서 빨리 방전되라. 아멘.

‘이곳 밤엔 조용한 동네잖아. 초저녁에만 미친듯이 외치다가 조용한 밤이 되기전에 제발 꺼져주렴~’ 


아무리 싸고 또 싸도 아주 신나게 노래부르네요

윗층엔 건물주님의 살림집이 있으니 더욱 걱정된거였죠.

밤새 시끄럽진 않았는지 아니면 인내심 한계를 시험하신 건물주님이 밤새 고생하신건지 모른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출근하니 새벽 5시.(오늘은 좀 늦었네요)

와~!

사람도 미치면 힘 세다고 했다든가요?

이아이 배터리가 글쎄 새벽에도 팔팔해서 92% !!!

이거 말 되나요?


음악은 다행히 연속 재생이 안되었던건지 꺼져있더라구요.

오자마자 레시피? 투두리스트?는 개뿔 용량줄이기, 기가바이트부터 해결해 나갔어요.

제일 많이 차지하는 용량 애꿎은 미운털 이프랜드부터 지우기 시작하는데 그동안 5,6,7기 인플루언서로 활동했던 기록들이 너무 아쉽더라구요.



이프랜드에서 새벽마다 이프랜드에서 독서 낭독모임 한다고 시간을 두시간씩 잡아먹는데(중간중간 매일 새벽 그래왔듯 수십마리의 모기들을 천국에 보내면서) 이걸 지우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새벽에 일어나서 뭐든 씹어먹을 자세였던 난데, 이거 뭔짓이지?

수시로 아이패드 이아이를 조금씩 전원끄고 잠도 재워가며 매일 오분씩 투자해서 지웠더라면? 

싼티아고 길을 그렇게 걷고 싶어했던 제가(아직 한번도 못가봤지만요)

그곳에 버리고 올 미련 고민 걱정 들을 생각하면서 이런 하찮은 물건에 매달려 파일하나를 떨궈내지 못하는 저를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요?

결국 욕심 이더라구요. 저장 욕심병.


 

배우 신애라씨는 집안의 책을 모두 기증 하고 몇권 없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 어릴때 만든 작품도 사진에 남기고 모두 버렸대요.

그땐, 그 인터뷰가 별거 아닌걸로 기억했지만 

그 판단과 결정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일인지 알게되었어요.



그러고보니 

아이들 싸고 좋은것 많이 먹이겠다며 제기동 경동시장을 쏘다닌것 

냉장고에 테트리스하듯 쑤셔넣고 ‘누가 사놓고 안먹었냐‘고 되래 소리지르던 이상한 아줌마는 누구였죠?

언젠가 쓸모있을거라면서 온통 껴안고 있던 쓰레기들이 떠올라요.

제가 그걸 다 쓰고 죽을까요?  

욕심많은 누구누구를 욕하고, 이기적인 사람을 욕하고, 나는 그렇게 살진말아야지 입으로만 떠들었나봐요.

나에게 덕지덕지 붙은 크고 작은 욕심부터 없애자 했어요. 



매일 투두리스트에 작성하려구요.

그래서 붙인 매일 루틴의 메모에. 

‘5분 정리‘가 있어요.

우린 보다 나은 삶을 살겠다고 말하고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늘 행동은 따르지 못하면서 허겁지겁 뛰는것 같아요. 

매일의 순간순간의 삶의 숨결에 새겨져야 하는데 말이죠…

욕심, 그 무게에 짖눌려 오징어 납작코 되지 않게 말이에요.



레시피 어쩔거냐구요?

다시 시작해야죠. 

이번엔 온라인 클라우드에…..

그거 꽉차면 어쩔거냐구요? 


죄송해요.

제 밥줄은 좀 남겨두려구요.



해피 스윗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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