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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따독 Nov 09. 2023

고마웠어. 나의 천국.

구석에 있는 조그만 구멍속의 귀한 것을 담고 싶어

눈에 담는다.

새벽 4시 30분 이 길의 신호등

따뜻한 손길 같았던 가로등

아담한 한옥의 선 고운 처마

텔레비전방송이 흘러나오는 한옥 작은 창가



그동안 무심히 지났던 새벽길의 보물들이었다.

간혹 눈물 나게 예뻐서 사진에 담곤 했지.



그리고 내 것이었던 구멍가게.

닫은 문 유리 사이로 삐죽이 따라 나오던

촌스런 꽃무늬 커튼.

흔들거리던 하얀색 의자

햇살이 쉬어가던 작고 긴 빠삐용 창문


예쁜 그림자와 가느다란 무지개를 만날 수 있었던 긴 의자밑 구석.

차마 죽이지 못하고 째려보면서 빨리 나가야 너도 살고 나도 산다고 했던 작고 귀여운 창가의 거미.


 제이레빗 음악에 맞춰

신나게 엉덩이 흔들며

반죽치던 테이블냉장고 작업대.



두 번의 무더웠던 여름날 점심때가 지나도록 내리꽂는 얄미웠던 햇빛

이젠 너조차 그리울 것 같아.



머리위가 계단이란걸 잊고 급하게 서두를때 텅. 텅 머리를 부딪는 바보를 내려다보던 똑똑한 계단.



구멍가게에서 나는…..

평생 울며 거쳐온 장소들을 쉽게 잊을 정도로

참 많이도 웃어댔어

이곳 감사한 손님들 덕분에,

휘젓고 치대던 반죽 덕분에,

예쁘게 부풀어 구워지던 빵과 과자들 덕분에…..

내가 정말 이걸 만들었다고?

주제넘게 혼자 뻐기기도 하면서.



돈벌이가 안되어도

‘행복이란게 이런 거네’ 알게 해 준

조그만 계단밑구멍가게.



운동삼아 걸어갈 정도라서

가끔은 들를 수도 있겠지.




새로 오신 쥔장께 방해되지 않게

찻길 건너편으로 지나가며

야곰야곰 볼테지.



잘되길 바라요… 하고 빌며.

저 거대한 베이커리들과 경쟁상대가 안되어도

특별한 무언가로 성과가 안나도

내가 행복했듯

그분도 웃으며 출근하시길 빌어.

잘되시면 더좋고.




소중해.

가다가 걸려 넘어질뻔한 돌부리도

여고옆 좁은 돌담 길도

그길 대추나무밑에서 호호 불며 주워 담던 말라비틀어진 대추마저도.

먹지도 못할것인데 보물인양 사진을 찍고 또 찍고…….


골목 끝에서 울려 퍼지던 선물같던.

어느  무명가수의 달콤한 노래도.

공원 곳곳을 지나는 퇴근길에 인사했던 작은 꽃잎들


이 계절에 나와야 할지 말지

분간도 못하는

조그만 민들레도.


너도 때아닌 계절에

이곳에서 피어났구나.



주책맞게 나이를 세월을 거슬러 가는 나처럼

너도 이 계절 짧은 삶을 꾸리려나보다.  

이곳의 민들레 너와도 이제 작별.



나의 천국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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