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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카치 Jun 08. 2021

20. 소소한 을지로 산책 하나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나 홀로 걷기

https://youtu.be/ZjWWZYFvqA8


화장품 재료를 사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을지로 근처 시장을 들락거렸다.


하루는 테이크아웃 커피 살 곳을 물었더니

재료상 사장님이 말꼬리를 흐리셨다.

“동네가 후져서...” 

커피 전문점 같은 건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불과 얼마 후, 을지로는 힙지로가 되었다. 


2021년 현재, 이곳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곳이다.

매번 감탄하지만...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다!


방탄이 다녀간 후, 이 골목은 아미의 성지중 하나가 되었다.



사소한 이야기 1>


웬만하면 평일에 돌아다니는 편인데, 

그날은 직장 다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주말 외출을 했다.

우** 식당 근처를 지나다 

허름한 옥탑에 설치된 조형물을 발견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카페나 술집일까? 음식점일까?

아무튼 일반 가정집 같진 않았다.


골목길과 관련해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미라

무턱대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난간은 의지할 말한 것이 못 되었고 

계단은 무척이나 가팔랐다.


가게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정집도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도시 하꼬방(판자집) 콘셉트의, 

젊은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진행중이었다.

나는 그날 쉴 새 없이 카메라 버튼을 눌러댔다.



사소한 이야기 2>


요즘 을지로는 주말마다 길바닥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그날도 나름 차려입은 20대 남녀가 꾸역꾸역 골목에 들어왔고

그때마다 작은 의자와 사각 테이블이 놓였다.

사람이 많아지자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흘러내렸다.



평일, 한가한 모습.


을지로 토박이들은 이런 날이 올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저 좁은 골목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식당일 뿐인데,

그저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했을 뿐인데,

언제부턴가 난데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니 말이다.


주말이면 노가리 골목을 뒤덮는 플라스틱 의자



을지로 근처에서> 


카페 앵*340은 을지로 치고 규모가 큰 편이다.

외관이 트렌디해서 올라가 봤는데, 

내부도 쏙~ 마음에 들었다.

이곳의 최고 매력은 역시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창이다!

완전히 오픈된 창밖을 보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현재는 공사 중이어서 남산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흠.



카페 화장실을 가는데 위층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호기심이 발동, 얼른 올라가 보았다.

도중에 특이한 전시 공간이 보였는데 

눈앞에 두고도 뭐 하는 곳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앞서 가는 남자분에게 물었으나 그분도 처음 올라와보는 거라고.

(그도 나처럼 호기심쟁이인가 보다.)



실례인 줄 알지만 이 가게의 정체성에 대해 

주인장께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보니 

디퓨저와 액세서리를 만드는 공방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상호는 WE***74.


둥근 전구가 달려있는 루프탑은

차와 음식을 팔아야 할 것만 같은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실내와의 연결도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가만히 뜯어보니 

비싸 보이는 소품이나 장식은 하나도 없었다. 

순전히 감각 하나만으로  

이 낡은 공간을 이토록 빛나게 만들어내다니!

역시 재능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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