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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건 May 07. 2024

안녕하세요? 저는 2년 전 여성마라톤 꼴지 참가자랍니다


안녕, 나의 '인생 런닝 메이트' 동생.






오랜만에 '심건'으로 쓰는 글.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몰라서 조심스럽지만, 나의 이야기를 슬금슬금 풀어나가야지.



덧붙여 방치하고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찾아온 분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나에겐 치유의 글이라지만 이런 우울한 글을 보러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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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성마라톤은 ( 비가 오기도 했지만 ) 발목을 다쳐 아쉽게 참여하지 못했다. 

비를 맞으면서도 완주한 동생을 대견해 했고, 

동생은 "아니, 뛰기 싫으면 말을 하지! 발목 일부러 다친거 아니야?"라고 농담을 했다.




그래서 여하튼, 작년 여성마라톤은 패스-하고 말하자면,

나는 2년 전 여성마라톤 꼴지 참가자였다.

혼동될까 적어보자면, 정확히는 여성마라톤 워킹크루 이벤트. 위밋업스포츠 분들이 함께해주신 행사였다. )




2024년도 여성마라톤 후기이기 때문에 2022년도 워킹크루 이벤트 이야기는 간단하게 적자면,

당시에도 우울증 터널을 한바탕 지나고 있던 나는, 마음만큼이나 체력도 좋지 않았기에,

함께하는 분들의 페이스를 따라가기가 처음부터 쉽지 않았고, 금방 낙오 (!) 되었다.




앞에 간 분들 중에는 이미 완주를 한 분들이 있어 보였고

마지막 즈음에 뒤를 돌아보니 아뿔싸 (!) 내 뒤에는 아무도 없는 명백한 꼴찌였다.

'그냥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확인해주시는 스태프 분이 포기 하지 말라고 옆에서 응원 해주셨다.




속으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는 안 될 것 같아요. 먼저 가세요."라고 말을 했지만,

스태프 분이 포기하지 말고 쉬었다가, 걸었다가 가도 된다고 말해주셨다.



일종의 '오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울증 환자에겐 그 말이 

인생에 대한 응원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해서 

'힘들지만, 역시 포기하지 말고 완주 해야겠다.' 어찌저찌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완주를 했다.



아마, 위밋업스포츠 관계자 분이셨을 것 같은데 (이 글을 볼 확률은 매우 낮지만)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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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여성마라톤에도 참가했다.



변화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나는 아직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 그리고 새로운 사건으로 인해 꽤 큰 스트레스 상황을 겪고 안정제까지 추가되기도 했다. )



하지만 변화가 있다면, 2년 전의 나는 '내년의 나'를 기대하기가 어려웠다면,

엄청난 기대는 아니더라도 '내년 이맘때 쯤의 나'는 아마 이렇겠다. 생각도 해본다.

동생을 제외하고는 혼자서 나의 아픔을 꽁꽁 싸매고 놓지 못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맞는 상담 선생님을 만나 반 년 정도 상담을 하고 있다.




2년 전 행사에서 꼴찌를 했다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나는 동생에게 행사 며칠 전부터 "우리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걷자."라는 말을 남발했다.

동생은 "처음부터 걷는 건 안 돼. 일단 무리하지 말고 같이 뛰어."라고 단호히 말했다.



뛰는 순간까지 '이번에도 꼴지로 낙오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했는데,

신기하게도 2년이 지난 나는 생각보다 잘 달리고 있었으며, 적어도 달리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동생도 나에게 "잘하고 있어, 잘 한다!"라고 응원을 해주며 옆에서 페이스를 맞춰 달려주었다.

사실 동생 페이스로는 많이 아쉬웠을텐데 )




별 거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2년 전의 나와 오버랩이 되어서 그런지 오묘했다.

2년 전의 나에게 문득 편지를 보내고 싶어질만큼.



2년 전의 우울했던 나야. 2년 뒤 너는 나이가 두 살 더 먹었지만, 의외로 체력이 늘게 되었단다.

그리고 물론 그 사이에 우울이 심해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겁고 행복한 일상도 있어.

2년 뒤의 너도 우울증과 함께하고 있지만, 그래도 썩 나쁜 인생이 아닌 것 같다는 걸 배우기도 해.

앞으로도 행과 불행을 오가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살고, 늙어가면 좋겠다.



나는, 이 지독한 우울증이라는 친구를, 때로는 숨을 헐떡이며 버거워도 했고, 주저 앉을 때도 있었고, 그리고 멈추고 싶을 때도 수 많았지만

그래도 인생의 런닝 메이트인 동생과 함께 잘 나아갈거야.





글이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서. 2024년도 여성마라톤 후기는 여기까지.

내년에도 동생과 함께해야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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