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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뉴 Mar 04. 2019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학교가는 게 즐거운 아이들

3월 4일. 기숙사에 있던 아이들 중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교에 갔다. 각자의 고향에서 제주도로 전학 온 아이들도 있고, 제주도 내에서 다녔던 아이들도 있다. 아침부터 분주한 덕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기숙사가 텅 비어서 나름 공허하다.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어서 설명하지 못했는데, 아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대안과정 그리고 통합코칭. 우리가 주력할 부분은 대안과정이다. 현재 우리는 대안학교로 가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그 중간 즈음에서 아이들과 같이 대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준비한 채로 출발할 수는 없다. 일단 뛰고 봐야 방법이 떠오르며 도움의 손길도 얻을 수 있다.     


대안과정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학교를 다니면서 하는 것과 학교를 다니지 않고 하는 것. 후자부터 설명하자면,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거나 중학교 3학년을 졸업한 학생들에 해당된다. 아, 물론 고등학생도 있긴 있으나 그건 아주 특별한 케이스이다. 그 외의 학생들은 학교를 간다. 그리고 집은 갈 수 없다. 모두 다 기숙사나 센터로 돌아와야 한다.      




6시 광경, 뭐라도 해야 한다.


아침 6시. 항상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아이들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자신의 공부를 시작했다. 학원이나 과외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학습에 대하여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아이들을 알려줄 지식도 없거니와 주도력을 아이들이 터득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코치인 우리는 단지 기록하고, 점검하여 아이들에 더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법을 또 평가한 다음 아이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역할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끊임없이 동기 부여를 하여 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솔직히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힘들 만도 하다. 공부를 좀 했던 아이들이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기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야생 동물(?)같이 본능적이다. 공부를 해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부 시작 전 가져야 할 기초학습태도도 갖추지 못했다. 오래 앉아 있는 것, 연필 잡는 것 등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 그러니 강도 높은 것을 요구하고 그렇게 해야 하는 아이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니 학교 가는 게 얼마나 싫었을까? 성적은 안 나오지, 공부는 재미없지, 마음은 먹어도 잘 되지는 않지, 그러다 보면 자존감은 계속 떨어지지, 떨어지면 계속해서 자신감이 더 없어지지, 자신감이 없어지면 공부에 대해서 더욱 흥미를 잃어가지, 흥미를 잃으면 그나마 하고 싶었던 일이나 꿈들도 사라지지, 그러니 지루한 학교 수업 시간에는 잠만 자는 것이다. 시간표도 모르고, 자기 교과서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비단 여기 있은 아이들만 그럴까?     


‘나는 공부 못해!’라고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는 것을 안다.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주변을 보면, ‘공부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 ‘공부머리는 따로 있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꼭 있다. 공부 머리라고 말하는 것을 나는 믿지 않는다. 사람의 머리는 다 좋다. 어떻게 개발되느냐에 따라 발달되는 부분이 달라질 뿐, 사람의 뇌가 지구를 정복했다.      


여하튼 학교의 문제, 국가 제도의 문제, 교육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아이들은 학교 가기가 싫을 것이다. 똑같은 하루, 반복되는 실패, 아무리 생각이 없더라도 아이들도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알게 모르게 쌓여가는 패배감은 더욱더 위축되게 만들 것이다.    

  



아침 7시 30분.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갔다. 선생님들 차에 타러 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어떻게든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놀러 갈 수도 있고, 학교에서 저마다 해야 할 일들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전학 오는 친구들은 긴장을 했을 수도 있고, 설렐 수도 있다. 여기서 일한 지 꽤 됐지만, 여기에 다닌 아이들은 학교 가기를 좋아한다. 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물론 제일 첫 번째 이유이겠지만, 또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스스로 해보고 성공했던 경험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짙게 베였던 패배감도 조금은 옅어졌기 때문이다.      


학교 갈 때 아이들의 감정을 최대한 건들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도 동의한다. 가기 싫은 학교에 가는 데, 아침에 아이의 감정까지 상하게 한다면 그날은 정말 죽 쑨 날이다. 하지만 우린 괜찮다.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를 기대(?)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도망가고 싶은 것임) 적어도 학교생활에서만큼은 활동적이다.    

  



아이들이 모두 떠났다. 새 학기, 아주 좋은 출발을 끊고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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