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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뉴 Jan 01. 2023

새해는 계획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계획이 상팔자

  역시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2년도였다.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기도 했다.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자연재해는 인간의 무능함과 어리석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이제 이렇게 상기하는 것도 과거의 시간으로 흘러가겠지. 어디까지나 흘러간 시간은 과거로서 그 역할을 할 테니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또 365일을 잘 버텨내었다. 그리고 다시 365일을 준비해야 한다. 연말연시에 늘 하는 것은 한 해 동안 이룬 것은 무엇이며, 이루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살피는 평가의 시간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꼼꼼히 따져보며 그 내용을 다음 해의 계획에 철저히 포함시킨다. 나 역시도 당연히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한 번 잘 돌아보자. 계획의 크고 작음을 떠나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게 훨씬 더 많다. 물론 피 나는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계획을 이루신 분들도 계시다만 보편적으로 계획은 실패한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자기 계발 및 심리학 서적에서 소개하고 있으며, 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실행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원인이야 어떻든 간에 나는 2023년에는 계획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계획을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 실패하면 기대감 역시 사라지며 그와 동시에 허무함, 절망감, 불안 등등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감정을 내면에 쌓게 된다. 물론 계획을 이루게 되면 그만큼의 보상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 않은가. 이룬다 한들 만족할 수 없다. 또한 계획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르고, 인생은 늘 변수 투성이다.      


  심한 자책과 자기 비하로 이어질 바엔 이번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법과 도덕을 넘어가면서까지 본능대로 살겠다는 뜻이 아니다. 일종의 계획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인데, 적어도 올 한 해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유형의 다짐이다. 후회와 자책으로 연말을 얼룩지게 만들어 우울하게 보낼 바엔 나를 괴롭힐 일 없는 연말을 선택하겠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오랫동안 목적 없는 삶을 원해왔다. 왜냐하면 나는 목적보다는 삶을 원하므로. 목적을 위해 삶을 희생하기 싫으므로. 목적은 결국 삶을 배신하기 마련이므로.(288p)”     


  물론, 계획이라는 단어는 목적이란 단어보다 하위의 개념이긴 하나, 비슷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당차게 나의 삶에 아무것도 기대해 보지 않으려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뒤에서 주장하는 말처럼 행복을 추구하려는 시도초자 하지 않으려 한다.(291p) 그것이 또 목적이 되고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 그러면 나의 연말은 행복하게 살았어도 역시 불행으로 끝날테니까.     


  부디, 2023년도는 여러분들도 평안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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