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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뉴 Jun 30. 2024

불안에 대하여

불안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방법

  그날, 나는 제주의 작은 마을 앞바다에서 죽기를 각오했다. 정확한 목표와 계획, 그리고 열정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은 젊은 날의 패기가 처절하게 꺾였기 때문이다. 인적 없는 제주의 작은 항구 월령에서 바다의 거품이 되길 기대하였지만 나는 끝내 거품이 되지 못하였다. 찰나, 사보단 생을 택하고 싶었다.  


  생의 길을 선택했다고 해서 나의 삶이 좋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불안이 나를 더 옥죄었다. 이 불안이 낯설게 느껴졌는데, 아마 과도한 열정이 내가 불안한 존재였다는 사실도 잊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제 그  불안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대학생 때보다 더 사람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졌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나는 불안에서 벗어났을까? 아니, 벗어나지 못하였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인류가 태어난 이래 절대로 버리지 못하는 감정 중에 하나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이유도 자신들이 가진 약점을 극복하고 이기적인 협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약점이 무엇인가. 나는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때 그 시절. 나를 빼고는 모든 존재가 적이었을 그때에 인류는 얼마나 불안에 떨었을까. 하지만 인류는 불안에 떨고 있지만은 않았다. 물론 이기적인 이유가 포함되어 있지만 혼자라서 생기는 불안을 다수로 극복하여 불안을 덜어 내었다. 그리고 인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식의 말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아무나 떠들 수 있는 말은 그 어떤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요즘은 위로보다는 상처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서 나는 마음 가득한 불안을 밀어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내가 미처 할 수 없는 소중한 간접 경험들로 내 마음을 채워 불안을 밀어내었다. 그러다가 다시 불안이 밀고 들어오면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굳이 해외가 아니어도 되었다. 유명하고 멋있는 곳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나는 나만의 장소를 여기저기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불안이 늘어날 때마다 내키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불안은 참 지독한 놈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야금야금 내 마음을 잠식하며 들어오지만, 나는 그때마다 다시 밀어낼 준비를 한다. 불안은 나를 부지런히 움직이게 한다. 책과 여행도 안 된다면 일에 집중을 하거나 하염없이 걸어 본다. 아니면 글도 써보고 기타도 쳐본다. 그래서 덕분에 전문가까지는 아니지만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게 많아졌다. 이렇게 보니 참 감사한 감정이다. 이토록 나를 움직이게 하니 말이다.     




  명심할 것은 불안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은 나만의 방법이다, 정말 소수의 독자들에게까지 나의 방법이 적용될지는 미지수이며, 강요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불안이 밀려올 때에 가만히 있지는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별 것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써 내려가는 이유는 혹시 나만의 방법을 통해 당신도 깨달음을 얻을까 싶어서이다. 모두가 불안한 시대, 불안한 삶, 불안한 미래, 그리고 불안한 나. 지긋지긋한 이 불안을 이제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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