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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거스냅 Feb 06. 2019

홍콩 필름; 트램 Tram

우리에게는 어쩌면 생소한, 홍콩의 대표적인 교통수단


모든 사진은 2018년 9월 홍콩 여행 중에,

Contax G2, Contax T3, Contax T2와 다양한 필름으로 촬영하였습니다.

색감 및 조도가 일정치 않은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홍콩을 여행하기 전, 대략적으로 여행을 준비하면서 딱히 '어떤 것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없었다. 그만큼 홍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으므로. 보통은 여행 도중에 많이 찍게 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멋지고 아름다운 것,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 그리고 우리에게 생소한 것(흔히 볼 수 없는) 정도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내 홍콩사진 폴더에 트램이 유독 눈에 띄게 많았으리라.


  우리나라 말로는 전차라고도 부르는 트램이 우리나라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서울역사박물관 앞이나 잠실 롯데월드몰을 가봤으면, 혹은 구한말 시대극을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을 터. 하지만 이젠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교통수단이기에, 놓여진 선로를 따라 바쁘게 다니는 형형색색 트램들이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홍콩에 대해 잘 몰라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안에는 잘 발전된 금융도시라고만 생각했던 모습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했다. 오래된 건물과 새 건물들. 다양한 사람들. 파스텔톤과 회색빛의 모습. 야자수. 빨간 택시. 2층 버스들. 트램. 




  흔히 홍콩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처럼, 인구에 비해 좁은 면적으로 인해 건물은 높아져갔지만 트램들이 지나간 자리는 세기에 걸쳐 발전, 보수되었을 뿐 거의 비슷했을 것이다. 계획도시가 아닌 이상에야, 길이란 대체로 그런 법이니까. 처음부터 홍콩의 모든 트램들이 2층이진 않았을 것이다. 건물들도 모두 이렇게 높지도 않았을 테고. 내가 처음 마주한 2018년의 홍콩이 그러했을 뿐. 모두 2층으로 스스로도 길쭉한 모습을 하고 있는 트램들이, 높은 건물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듯한 모습이 주는 게 인상적이었달까.





  물론 트램이 홍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다녀봤던 곳만 해도 미국(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등), 일본,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 노면전차를 탔었고, 가보진 않았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도 트램이 운행한다. 편의성이나 경제성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되곤 하는지라 최근 시끌벅적한 우리나라 뉴스를 봐도 이 도시 저 도시에서 트램을 유치하려고 지역구 의원들이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긴 하더라. 




 

  홍콩의 트램은 홍콩섬 북부 해안선과 평행하는 노선으로 어디를 가든 자주 만난다. 특히 케네디타운에서 샤우케이완 인근에 살거나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이틀만 홍콩에 머물러도 친숙해질 수밖에 없는 교통수단이다. 그만큼 이용하기 쉽고 편리하며, 저렴하다. 교통체증이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고. 지도를 보고 방향만 맞으면 뒷문으로 덥석 올라타면 된다. 카드는 내릴 때 찍는다. 잘못 타더라도 딱히 잘못된 곳으로 가지 않기에 처음 이용하더라도 별로 두려울 것이 없다. 만약 몇 정거장 지나친다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걸어돌아가면 그만이다.  


기사석과 내릴 때 찍는 교통카드 단말기


그럼에도 홍콩의 트램이 더욱 재밌는 것은, 아주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모델부터 휘황찬란한 광고로 뒤덮인 알록달록한 신형 트램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신&구의 조화랄까. 언뜻보면 정신 사나울 정도로 다양해서 난잡해보이기도 하지만, 이방인의 시각에서는 그게 또 보는 재미가 아니었을런지. 그게 2층인데다 크기도 더 큰 홍콩의 버스들보다 트램이 더 끌리는 이유였을 것이다. 



홍콩 트램 내부의 모습



  특히나 2층 창가쪽에 앉으면 홍콩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줄 시원한 바람도 좋을 뿐더러, 너무 빠르지 않기에 스쳐가는 홍콩의 모습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버스를 탈 때와는 역시나 다른 기분. 느낌적인 느낌! 사방으로 꽉 막힌 지하철을 탈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그건 다른 여느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물론 삶은 전적으로 주관이다. 짧은 순간 느끼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은 더욱 그러하다. 트램은 다른 나라를 조금만 둘러보아도 충분히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인지라 특별한 것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빠른 홍콩의 경전철이 좋을 수도 있고, 통일된 색의 빨간 택시가 더 인상적일 수도 있는 것이고. 좁고 더운 트램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물론 많을 수도 있다. 움직이는 트램 안에서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못해, 흔들린 나머지 다른 승객의 무릎에 걸터 앉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경계해야하는 것은 경험을 해보지 않고 남이 정해놓은 이미지나 혹은 자신만의 선입견에 갇혀 판단하는 것. 그것만 아니면 된다. 


그러니, 우연한 기회에 짧은 시간이라도 홍콩을 경험하게 된다면 가능한 한 일정에 맞춰 트램을 이용해보는 것을 어떨런지. 자신이 갖고 있던 홍콩에 대한 이미지를(좋든 싫든) 새로이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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