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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거스냅 Feb 10. 2019

홍콩 필름; 택시 Taxi

그 지역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기도 하는,

모든 사진은 2018년 9월 홍콩 여행 중에,

Contax G2, Contax T3, Contax T2와 다양한 필름으로 촬영하였습니다.

색감 및 조도가 일정치 않은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홍콩을 짧게나마 함께 여행했던 J와 함께 서울 올림픽대로 위를 드라이브하면서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나라 택시도 홍콩의 택시들처럼 통일된 특징이 있다면 어땠을까?' 


해외 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다보면 항상 하게 되는 생각 중 하나인 것 같다. 하다못해 서울만이라도 좀 통일된 모습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담긴 생각들. 누구라도 뉴욕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면, 떠올리는 여러 이미지 가운데 자유의여신상,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과 더불어 옐로캡이 있는 것처럼. 신사의 도시 런던의 모습을 더욱 중후하게 수놓는 레트로한 디자인의 블랙캡처럼. 




보는 바와 같이 홍콩 도심의 택시는 빨간색이다. 홍콩 특별행정구의 깃발도 빨간색인데다가 이름에도 왠지 불그스름한 느낌의 '홍' 자가 들어가다보니 그와 연관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더랬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는 것부터 이야기하면, 중국인 뿐만 아니라 그 영향권에 있는 홍콩 사람들도 붉은 색을 길(吉)한 것으로 여긴다. 부의 상징이기도 하고, 귀신을 쫓는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렇기에 깃발도 빨간색이고, 그것이 매일 마주하는 교통수단으로써의 택시 마저 빨간색으로 정하는 데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다만 홍콩의 '홍'은 우리가 생각하는 붉을 홍(紅)은 아니며, 향강(香港)이라는 글자의 광둥식 발음일 뿐이다. 





택시의 차종은 대부분 TOYOTA의 크라운 컴포트이다. 대부분의 택시들을 보면 적토(的土)라고 적혀있는데, 이게 택시의 광둥식 표현인가 했더니, 택시회사의 이름인 것 같았다. 조금 찾아보니 홍콩의 택시는 면허를 취득하는 데에도 엄청난 금액(2013년 기준 약 10억원 : 위키피디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사들은 택시회사의 차량만을 임대하여 일당제로 근무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차량들도 모두 통일되어있는 것이다. 



택시는 같은 차종이지만 구형과 신형으로 나뉘어있는데, 구형은 5인승이고 신형은 4인승이다. 택시의 앞/뒷면에 청록색으로 적혀있는 4 Seats, 5 Seats 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콩의 대표 교통수단인 트램에서 창문 프레임 너머로 바라본 택시


그렇다면 홍콩에는 빨간색 택시밖에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초록색 택시도 있고 파란색 택시도 있다. 홍콩은 지역에 따라서 운행하는 택시의 색깔이 다르다. 파란택시는 란타우섬, 초록택시는 신계지역을 운행한다. 대부분 여행자들이 머무는 지역은 홍콩섬 인근이기에 빨간색이 어떻게보면 일종의 Symbol 처럼 자리매김하였지만, 홍콩 내에서 다른 지역에 사는 현지인들에게는 해당 지역에 맞는 택시 컬러가 훨씬 더 익숙하게 느껴질 테다.




홍콩의 택시가 도시의 전경과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비단 그 모양과 색 뿐만은 아니다. 숫자도 포함된다. 홍콩 전역을 운행하는 택시의 총 합이 약 18,000대를 넘는다. 서울보다 1.8배나 큰 땅인데다 인구는 700만 정도로 서울보다 300만 이상 적고, 서울의 택시가 7.1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적은 것처럼 느껴진다. 


홍콩에서 이렇게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푸른 식물들과 곳곳에 보이는 붉은 색의 보색관계이다. 붉은 색이 많다보니 지금은 단종된 AGFA VISTA 200으로 찍은 사진이 좋다

사실 맞다. 서울이 과도하게 많아서 그렇다. 이미 적정 대수를 1.2만대 이상 초과한 서울이기에 비교 대상 자체가 조금 익스트림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홍콩 전역의 3/4가 녹지지대로 택시가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곳인데다, 그 좁은 지역에 대부분의 인구가 밀집해서 살고 있다. 실제 생활반경만을 기준하는 비좁은 땅에 18,000대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숫자라고 말 할 수 없다. 그만큼 홍콩 도심엔 택시가 많아보일 수밖에 없다. 홍콩이나 서울이나 과유불급.



홍콩 시민들이 쉬고 있는 곳, 마찬가지로 택시들도 줄지어 쉬고 있다.



도시 계획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당연히 쥐뿔도 모르지만, 서울시도 해치택시를 도입하면서 분명 어느 도시인가는 모델로 한 곳이 있었을 것이고 그 중 홍콩도 하나의 사례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택시를 운행하고 타는 기사님들, 승객들의 현실과는 별도로, 어쨌든 도시의 이미지라는 것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일 테니까. 택시회사도 많고, 차량의 교체주기가 법적으로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색만 통일감있게 도색한다고 해서 될 문제인지도 미지수지만.



자동필카로는 역시나 패닝샷까지는 무리였던걸까






우리나라도 외국인 택시 승객을 상대로 택시기사들이 장난질을 한다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그건 홍콩도 매한가지다. 


내가 홍콩에서 택시를 탔을 때도 요금보다 큰 돈을 주었을 때, 거스름돈을 일부러 조금 줘놓고 빨리 내가 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더라. 정확히 세어보고 금액이 모자란다고 제스쳐를 취하니 그제서야 나머지 거스름돈을 마지못해 내어놓는다. 해외에선 선진국을 제외하곤 어딜가나 발생하는 일이니 숙지하는 편이 좋다. 간혹 기사가 거스름돈이 없다며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있으니, 택시를 이용할 땐 잔돈을 항상 잘 챙기고 확인하는 게 해외여행의 기본 중 기본. 


혹여라도 홍콩에서 택시를 타고 난 후 기사가 주는 금액만 믿고 황급히 내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설령 누군가에게 그런 일이 한번쯤 발생한다고 해도, 너무 낙담하거나 아쉬워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금액에 따라 기분차이는 크겠지만, 해외를 다니다보면 누구에게라도 늘상 생길 수 있는 일이려니하고 넘어가는 편이 정신건강과 여행지에서의 남은 시간에 이로울테니.



홍콩에 가기 전 택시는 이렇구나...라는 걸 아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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