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들
여름 방학 전 지역 교육청에서 열린 퍼실리테이션 연수 자리에서 자기 소개 시간을 갖은 뒤 든 생각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해야 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 온다.
무난한 방법은 (불행하게도 첫 순서가 아니라면) 앞에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듣고 비슷한 패턴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선 사람들이 "저는 ○○○이라고 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라고 자기를 소개 한다면 그 패턴을 그대로 가져와 "저는 ○○○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혹 앞서 말한 것을 그대로 따라 했다는 왠지모를 찝찝한 감정이 든다면 "저는 ○○○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을 가르칩니다."라고 앞의 패턴에 한 문장만 더해주면 된다. 문장의 순서를 조금 유도리 있게 바꾸거나 세련된 수식어를 사이사이 넣어주면 금상첨화다.
내 경험상 많은 사람들이 자기 소개 시간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한) 이렇게 소개한다. 자신의 이름, 소속, 나이 같은 기본적인 신상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추가 정보를 첨가하는 형식의 자기 소개. 그러나 이러한 자기 소개가 진정으로 자기를 소개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사람들 앞에서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자발적 신원 조회 참여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